아우디의 기념비적인 모델 R8
한때 슈퍼카 시장에서
큰사랑을 받던 시절이 있어
오늘날에 와서 힘을 못 쓴 이유는 무엇일까?

아우디 R8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던 아우디 R8은 자동차 업계에서 파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선보여 전 세계적으로 ‘쇼크’라는 단어가 남발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2007년에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R8은, 당시 람보르기니의 가야드로 플랫폼을 활용하여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았고,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의 애마로도 등장하여 또 한 번 상승세를 탔었다.

더불어 슈퍼카라는 이름값에 비해 저렴했던 차량 가격과 메인터넌스 비용을 통해 당시 주 고객층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아우디 R8이었으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오늘날에는 과거의 명성만큼 힘을 못 쓰는 추세다. 명암이 뚜렷한 어제와 오늘을 가진 아우디 R8의 역사를 오늘 이 시간 함께 알아보도록 해보자.

 권영범 에디터

이탈리아의 감성에
독일의 실용성을 가미하다

아우디 디자인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인물을 꼽아보자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인물인 피터 슈라이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우디 디자인을 있게 해준 초석과도 같은 인물이 존재하는데, 그의 이름은 발터 드 실바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인물로 1972년부터 그의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21세라는 젊은 나이로 피아트에 입사한 그는 차근차근 업계에서 경험을 터득하였고, 이데아를 거쳐 1986년 알파 로메오의 디자이너로 활동, 이후 2002년 아우디로 들어오게 된다. 아우디의 사람이 된 그는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싱글 프레임 그릴’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정형화되지 않은 미적 감각의 영역이다. 그러나 발터 드 실바의 지난 디자인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가 단순함에 대한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말인즉, 아우디에서 처음 선보인 디자인이 아닌 과거 알파 로메오와 재직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을 선보인 이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싱글 프레임 그릴은 독일차 업계 특유의 실용성과 고성능의 이미지를 심플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해석하여 아우디로부터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고, 빠른 시간 동안 아우디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아우디 A6, Q7, A5 등을 디자인하며 엄청난 실적을 거두게 되었고, 그 이후 아우디 역사상 길이 남을 슈퍼카 R8을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초반에는 부실한 성능으로
이슈가 있었다.

아우디 R8의 초기형 엔진은, 아우디 RS4에 탑재된 4.2L V8 FSI 엔진을 사용했고, 6단 R-트로닉 반자동 변속기를 사용했다. 드라이 섬프 방식을 가진 이 엔진은 최대 출력은 420마력, 최대 토크 43.9kg.m 성능은 최대 속도 301km/h, 0-100km/h를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였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분명 고성능 슈퍼카가 맞는 거 같지만, 동시대에 나오던 스포츠카 혹은 괴물 같은 튜닝을 거친 JDM들에게 툭하면 추월을 당하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때문에 초창기에 구매했던 오너들 사이에선 보다 강력한 고성능 버전을 원했고, 아우디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파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아우디는 고성능을 원하는 고객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우디도 더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이 가진 V8 엔진 블록을 기반으로 한 R8 V10을 출시하게 되는데, 이 엔진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에 얹어진 V10 엔진이다.

5.2L V10 FSI 엔진은 최대 출력 525마력, 최대 토크 54.1kg.m라는 강력한 출력을 가지게 된다. 0-100 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3.9초로 대폭 감소하였으며, 최고 속도는 무려 313 km/h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이에 따라 잠깐 부진을 겪었던 R8은 다시금 슈퍼카 세그먼트 내에선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하며 성공적인 업적을 남기게 된다.

호불호가 극명했던
R-트로닉을 버리다

초기형 R8의 변속기는 전술했던 R-트로닉 반자동 변속기가 탑재된다. 그러나 이 변속기 자체가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유닛인데, 공통적으로 지적되어 온 부분은 데일리로 평온하게 주행할 경우 변속충격이 심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애초에 편안한 승차감 보단 달리기를 위한 세팅이 적용된 차량이다 보니, 과거에 R-트로닉 변속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스포츠 주행 시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변속기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손쉬운 패들 시프팅으로 동급 슈퍼카들 대비 변속충격이 거의 존재치 않는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며, 변속 속도도 포르쉐 PDK급까진 아니지만 수긍할 수 있는 빠른 변속이 키포인트라고 할 정도로 좋고 나쁨이 확실한 변속기였다.

그렇기에 아우디의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이들의 만족도를 고려했어야 했고, 그 결과 2013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R-트로닉 변속기는 삭제하였다. 그 대체품으로 DCT를 탑재하여 V10 모델 기준,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 면에 있어 큰 이점을 가져가게 된다.

아울러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디자인을 하나의 선으로 만들어 디자인의 일체감을 향상시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잘생긴 외모에 깔끔함을 더하여, 더욱 번듯한 외모를 자랑했다.

경쟁 모델들의 진보
그리고 줄어든 메리트

아우디 R8은 2세대풀체인지를 거듭하면서 감소세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5년 3월에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2세대 R8은, 람보르기니 우라칸에 적용되었던 카본 파이어봐 알루미늄이 조합된 하이브리드 섀시를 사용하였고, 기존에 존재했던 V8 FSI 엔진은 삭제했다.

때문에 파워트레인은 V10과 V10 플러스만 발표하였으며, 국내에선 610마력 사양의 V10 플러스만 판매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V10 퍼포먼스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전작에 비해 디자인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1세대에서 보여줬던 신선함은 사뭇 희석되어, 2세대 R8이 발표됐을 당시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싱거웠다. 이후 2017년에 대한민국에 공식적으로 출시가 이뤄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는데 이 시기때부터 같은 한솥밥을 먹는 식구인 람보르기니는 물론이고, 페라리, 포르쉐 등등 여러 회사에서 풀체인지 혹은 신모델을 출시함에 따라 R8의 메리트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유는 스포츠카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경향이 있다. 아울러 과거 2017~2018년부터 시작된 SUV 열풍, 시장에 부합하기 위해 고성능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고성능 SUV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점차 R8의 입지가 무너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구성이 길고 서비스센터
접근이 쉬운 것 말곤 글쎄

사실 슈퍼카를 운용하는 오너들의 입장에선 R8은 그다지 매력적인 차는 아니었다. 과거 1세대 시절에는 디자인으로 먹고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이들에게 내구성과 서비스센터 접근성은 구매를 고려할 정도로 심각하게 접근할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때문에, 한때 운용하다가 처분하고 다른 슈퍼카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중고 매물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할인이 연중행사라고 놀림을 당할 정도로 잦은 아우디의 특성상 독일차 브랜드들 사이에선 감가율이 큰 것도 한몫한다.

이에 따라 1세대 모델을 기준으로 주행거리가 많거나 부분 전손을 당한 차량 중에선 억 단위가 아닌 천만 원 단위의 차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격 면에 있어서 혹할만한 매력을 가졌다. 그러나 함부로 가져오진 말자.

오늘 이 시간은 아우디 R8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한때 슈퍼카 시장에서 획기적인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R8, 과거 강남 길거리에서도 자주 보였던 모델이었으나 지금까지 팔리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보기 힘들어진 모델 중 하나다. 지금까지 R8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요즘인데, 과연 아우디는 향후 R8을 어떻게 가지고 시장에 나타날지 기대해보며 글을 마쳐본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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