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벤츠는 못 만드는
전설로 통하는 올드카 300SL
과연 그 위상은 어떨지
함께 알아보자

국내 유일한 300SL / 사진 = instagram ‘kostalgia.kr’님

때는 바야흐로 1954년, 메르세데스-벤츠는 레이싱에 참전시킬 목적으로 만든 프로토타입 레이스카 한대를 가지고 있었다. 프로토타입답게 디자인은 미완성에 가까웠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양산할 계획이 없던 차량이었던 터라 오로지 레이스에 초점을 맞춘 설계를 적용했으며, 오로지 서킷 주행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그런 차가 존재했다.

그 차의 이름은 300SLR이며 1955년 르망 24시 참사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 차는, 수많은 레이싱 드라이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위험한 머신이었다. 그러나 당시 뉴욕의 수입 딜러사였던 ‘맥스 호프만’이라는 곳은 이 300SLR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유려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높게 평가하고 가능성을 본 그들은 다임러 AG를 붙잡고 끈질긴 설득을 하였고, 다임러 AG도 미국 시장의 수요를 무시하지 못했던 터라 반신반의하며 만들어진 희대의 명차가 존재했으니, 최초의 ‘걸 윙 도어’로 유명한 그 차, 코드네임 W121/W198 혹은 300SL로 불리는 차다.

 권영범 에디터

갈매기로도
유명한 300SL

300SL걸 윙 도어를 채택하게 된 사연은 다소 황당하다. 300SL의 전신인 300SLR은 앞서 전술했다시피, 양산은 1도 고려치 않은 오리지널 레이스카였다. 때문에 레이싱에서 중요한 요소인 바디의 비틀림 강성이 중요했는데, 이 비틀림을 최대한 저항하기 위해 특수한 프레임을 설계하여 적용했다.

말로만 들어보면, 1950년대에 만들어진 설계 치곤 굉장했을 법 했지만 양산형으로 변경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치명적이었고, 300SL을 개발하던 개발진들은 뜻밖의 부분에서 난관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도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산형으로 제작하기 위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범한 도어를 장착하기 위해선, 뒤틀링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프레임을 삭제하거나 설계를 전부 뒤집어엎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는 재정 상황이 좋지 못했고, 설계를 전부 수정하기엔 돈도 시간도 부족했다.

결국 고민은 또 다른 고민을 낳게 되었다. 슬슬 지쳐만 가는 개발진들은 어쩌면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법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수많은 대안을 고민하던 개발진들은 결국 설계를 건드리지 않고, 아주 그럴싸한 도어 개방 방식을 고안해 냈다. 그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걸 윙 도어라는 것이다.

29,139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다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300SL은 결국 1954년에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첫선을 보였고, 300SL의 저가형 버전인 190SL을 동시에 공개했다. 걸 윙 도어를 가진 쿠페는 당시 환율 기준 6,820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지녔지만, SL 시리즈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이었다.

300SL이 처음 공개됐을 때 제원은 세계 최초로 L6 직분사 엔진을 탑재, 4단 수동 변속기를 얹어 최대 출력 220마력, 최대 토크 28.0kg.m라는 엄청난 고성능을 발휘했다. 4단 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0-100 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8초, 최대 속도는 260km/h 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쿠페 모델은 생각보다 빠르게 단종되었다. 1954년에 공개된 이후 1957년에 단종을 맞이했으며, 이때 생산된 대수는 1,400대 남짓이었다. 이후 300SL을 만나보려면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출시한 300SL 로드스터를 구매하거나 저가형 버전인 190SL 로드스터를 구매했어야 했다. 참고로 190SL은 최대 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4.5kg.m를 내뿜었다.

아무튼, 300SL은 총 29,139대의 판매량을 끝으로 1963년에 단종을 맞이했다. 이때 판매량 절반은 북미로 수출을 나갈 정도로 유럽 현지보다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던 모델이었으며, 예나 지금이나 성능이면 성능, 디자인이면 디자인 모든 게 뛰어났던 팔방미인이었다.

역도산의
애마로도 유명한 300SL

300SL은 1950년대와 1960년대를 풍미하는 독일제 로드스터 혹은 쿠페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300SL의 가치는 단종 이후 감가상각은 거치지 않고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만 갔다.

결국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고성능 라인업을 담당했던 AMG GT, 또 다른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설 SLR 맥라렌, SLS AMG 등등 현세대까지 영향을 주는 모델임에는 분명하며,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차량들의 대부라고 칭할 수 있겠다.

한때 한국계 일본인 프로레슬러 ‘역도산’이 생전에 타던 자가용으로도 유명한 300SL인데, 이런 전설적인 올드카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면 믿어지겠는가? 놀랍게도 대한민국 내에서도 올드카의 대부가 꽤 오래전부터 한국땅을 밟고 있는 중이다.

현재 제주 세계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300SL은 그 위상과 위엄을 여실 없이 뽐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은근히 없는 차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가끔씩 전해져 오는데, 이번 300SL의 존재를 통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명차가 발견되길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