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에서 내놓은 GT
쉐보레에서 내놓은 콜벳
미국의 대표 슈퍼카 2종

슈퍼카 하면 유럽부터 떠올린다. 흔히 포람페라고 불리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부터가 유럽에 있고, 그 외 맥라렌, 애스턴 마틴 등을 비롯해 부가티, 코닉세그, 파가니 등 슈퍼카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내는 하이퍼카들도 대부분 유럽 브랜드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미국도 알고 보면 슈퍼카를 꽤 잘 만드는 편이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그 차들의 명성이 상당하며, 이들을 통해 미국차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슈퍼카로 포드GT와 쉐보레 콜벳이 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두 차량에 대해 살펴보았다.

글 이진웅 에디터

GT 이전에
레이싱에서 활약한 GT40

포드GT는 이전에 레이싱에서 활약한 GT40을 기리기 위해 출시된 것이다. 이 GT40이 등장하게 된 사연이 하나 있는데, 엔초 페라리는 레이싱에 집중하기 위해 포드에게 양산차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참고로 페라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레이싱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이며, 양산차 사업은 레이싱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어찌 보면 부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브랜드에 비해 레이싱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포드 입장에서는 페라리 기술력을 얻을 좋은 기회였기에 페라리 양산차 사업 인수를 긍정적으로 답했고, 공장 실사 등 인수를 위한 작업을 거쳤다. 이를 위해 무려 수백만 달러를 들였다. 하지만 계약서에 페라리의 레이싱과 관련된 조항이 있었고, 성격이 불같았던 엔초 페라리는 레이스에 간섭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포드는 이로 인해 수백만 달러를 날리게 되었다.

이 일로 화가 난 포드는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페라리에 복수하기 위해 레이싱카를 하나 개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GT40이다. 쉘비 코브라로 유명한 캐롤 쉘비가 개발에 참여했으며, 세계 최초로 컴퓨터 설계를 도입했다.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포드 팀으로 출전한 1966년, 1967년에 종합 우승을 차지했으며, 1968년과 1969년에는 GT40을 가지고 개인으로 출전한 팀이 종합 우승하는 성과를 냈다.

2004년 출시된
1세대 모델

2002년, 포드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T 콘셉트카를 내놓았고, 2004년 양산차 모델을 내놓았다. 원래 GT40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다른 회사에서 이미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협상 도중 결렬되어 그냥 GT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차량 디자인은 GT40의 요소를 많이 따랐다. 전체적인 실루엣,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후면은 머플러를 범퍼 쪽으로 내리고 원형 램프를 크게 확대했다.

성능은 슈퍼카답게 상당히 우수하다. 5.4리터 V8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되었으며, 최고출력은 550마력, 최대토크는 69.1kg.m을 발휘한다. 0-60mph는 3.4초였으며, 최고 속도는 330km/h까지 낼 수 있었다. 변속기는 6단 수동이었으며, 슈퍼카답게 미드십 후륜구동 구조를 가진다. 전고가 상당히 낮은데, 불과 1,130mm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GT40보다 높여서 이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 성능을 내는 슈퍼카임에도 불구하고 신차 가격은 15만 달러로 한화로 2억이 안 된다. 당시 엔트리급 슈퍼카들도 한화로 3억 내외였던 점을 살펴보면 얼마나 저렴한 편인지 알 수 있다. 1세대 모델은 2006년까지 4,038대만 생산되고 단종되었다. 당시 포드의 경영난이 심했던 탓에 차를 많이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현재 중고차 프리미엄이 꽤 많이 붙어 있으며, 중고 가격이 거의 안 내려간다. 차테크 수단으로 포드GT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헤리티지 모델이 상당히 비싸다. 국내에는 1세대 모델이 2대 있었으나, 한 대는 사고로 폐차되었으며, 다른 한 대는 현재 일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세대 단종 10년 뒤에
출시된 2세대 모델

2015년 포드는 GT 2세대 모델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발표했으며, 정식 출시는 2016년에 했다. 1세대 모델이 레트로한 디자인을 어느 정도 간직했지만, 2세대 모델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GT40의 요소를 버린 것은 아니며, 핵심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차량 곳곳에 공기역학 효율을 최대화한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으며, 후면에는 윙이 전동식으로 조절되어 다운포스를 형성한다.

차체에는 경량 소재가 적용되었다. 프레임은 알루미늄으로, 차체 패널은 카본 파이버로 제작되었다. 엔진은 다운사이징이 적용된 3.5리터 V6 에코부스트 엔진이 장착되었다. 최고출력은 647마력, 최대토크는 76.1kg.m으로 높아졌다. 0-60mph 가속 성능은 2.8초로 단축되었으며, 최고 속도는 347km/h까지 낼 수 있다. 트랙 전용 모델인 Mk2는 일반 모델 대비 다운포스 3배가 증가했고, 출력은 700마력으로 높아졌다.

시대 변화를 따른 것이긴 하지만 다운사이징 된 엔진이 적용된 점에 대해 혹평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장 큰 이유로 “미국다운 매력이 사라졌다”라는 것이다. 미국차의 트레이드 마크는 큰 차체와 더불어 고배기량 V8 엔진인데,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를 다는 유럽의 트렌드를 따라갔기 때문이다.

그 외 서스펜션은 신차 기준으로 1세대 모델은 15만 달러로 저렴한 가격이었던 반면, 2세대 모델은 50만 달러로 한화로 6억원 정도 된다. 많이 비싸졌다. 이 가격이면 당시 시판 중이던 웬만한 슈퍼카들은 거의 구매가 가능하다.

심지어 구매 과정도 상당히 복잡한데, 자기소개서 작성, 담당자와 1:1 면접을 보고 통과해야 겨우 구매 과정이 생긴다. 심지어 판매하는 전시장도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춰야 한다. 이전과 달리 비싼 가격과 복잡한 구매 과정에 혹평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100년 이상의 포드 기술력이 녹아 있으며, 레이싱카에 가까운 차량이라는 점, 이 차를 살 만한 사람은 단순히 성능이나 가격 이런 거를 보는 것보다는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박하는 사람도 많았다.

2세대 모델은 1,000대만 생산하기로 했지만 6,500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 포드에서 350대를 추가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꾸준히 생산하다가 지난 2월 마지막 생산을 기념하는 앨런 만 헤리티지 에디션을 공개했다. 지난 3월에 마지막 차량을 생산해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르망 GTE 클래스에서 1등과 3등을 차지해 전설의 귀환을 알리기도 했다.

8세대로 오면서
미드십 구조로 변했다

콜벳은 70년 가까운 기간 동안 8세대를 거쳐온 장수 차종이지만 오랫동안 스포츠카 카테고리에 있었으며, Z06이나 ZR1처럼 최상위 라인업만 슈퍼카로 분류되었다. 그러다가 8세대로 풀체인지 되면서 기본 모델도 슈퍼카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8세대 모델만 다루도록 하겠다.

8세대로 풀체인지 되면서 기존까지 고수하던 FR 구동방식에서 MR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와 동시에 전체적인 스타일도 유럽 슈퍼카와 유사하게 변경되었다. 실내 디자인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콜벳 8세대를 처음 보면 ‘이게 정말 미국차 맞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기본 모델부터
심상치 않은 성능

콜벳에는 6.2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되었다. 3.5리터 V6 터보 엔진을 적용해 미국스러움을 많이 잃은 포드 GT와 달리 미국스러운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성능은 기본 490마력, 64.2kg.m을 발휘하며, Z51 팩을 장착하면 495마력, 65.0kg.m으로 약간 상승한다. 변속기는 트래맥의 8단 DCT가 장착되었다.

성능만 보면 웬만한 스포츠카 수준 같지만, 제로백 가속성능이 무려 2.9초다. 참고로 V12 6.4리터 자연흡기 엔진에 780마력, 73.4kg.m을 발휘하는 아벤타도르의 제로백이 2.8초다. 게다가 DCT 변속기가 콜벳에 처음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쉐 PDK만큼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외에 미드십 구조로 변경한 덕분에 무게 배분이 좋아졌고, 제동 성능까지 높아졌다. 그 덕분에 뉘르부르크링 기록은 7분 29초 9로 우라칸과 비슷한 기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저렴한 가격

놀라운 것은 성능만이 아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최신 사양들,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도 시작 가격이 불과 5만 9,995달러다. 단순 환율로 따졌을 때 한화 1억 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이전까지는 닛산 GT-R이 가성비 높은 슈퍼카였는데, 그 타이틀을 콜벳이 가져갔다. 국내에 들어온다면 가격이 비싸지겠지만 사실 2억 안으로 책정되어도 상당히 높은 가성비라는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포드와 달리
대수 제한 없이 생산한다

포드GT는 1세대는 경영난으로 2년만 생산해 생산 대수가 4천 대에 불과해 불가피하게 한정 생산 모델화가 되어버렸으며, 2세대는 아예 1,350대 한정으로 생산하기로 못 박았으며, 지난 3월에 생산 종료했다. 반면 콜벳은 대수 제한 없이 계속 생산한다.

가격이 꽤 저렴한 편이면서 성능은 우수하고, 단종될 때까지 쭉 생산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현실적인 슈퍼카로 콜벳을 많이 꼽는다. 참고로 쿠페 모델만 있는 GT와 달리 콜벳은 컨버터블 모델도 있다.

상위 모델은
더 무서운 성능을 가진다

기본 모델만 해도 심상치 않은 성능인데, 상위 모델은 그보다 더하다. 먼저 Z06은 엔진 배기량이 5.5리터로 낮아졌지만, 출력은 670마력으로 더 높아졌다. 거기다가 차체 경량화까지 이루어졌다.

그랜드스포츠 혹은 e-레이는 기본 스팅레이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출력은 600마력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전기모터가 추가된 만큼 제로백이 스팅레이보다 확실히 더 짧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ZR1은 Z06 엔진에 트윈터보를 장착해 최고출력을 850마력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다운 포스 향상을 위해 포드 GT처럼 전동 조절 스포일러가 추가된다고 한다.

기존에는 ZR-1이 최상위 모델이지만 8세대 모델은 ZORA가 새롭게 추가된다. 전설적인 드라이버 조라 아쿠스둔토프를 기리기 위한 모델로, ZR1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된다. 방식이 꽤 특이한데, 후륜을 엔진이 구동하고, 전륜은 전기모터가 구동한다. 최고출력은 무려 1,000마력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제로백 1초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R1과 ZORA는 2025년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그 외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미국차들

그 외 미국을 살펴보면 놀라울 만한 차들이 있다. 한때 포드 GT와 쉐보레 콜벳과 경쟁했지만 아쉽게 단종된 닷지 바이퍼 역시 전설적인 미국산 슈퍼카로 인정받고 있다. 5세대 모델 기준으로 무려 8.4리터 V10 OHV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으며,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은 바이퍼 ACR 익스트림 에어로 패키지 기준 7분 1초 30초로 13위에 올라 있다. 수동변속기 차량 중에서는 가장 빠른 기록이다.

슈퍼카는 아니지만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닷지 챌린저 역시 기본 모델을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상위 모델인 머스탱 쉘비 GT500, 카마로 ZL1 1LE, 챌린저 SRT 데몬은 웬만한 슈퍼카와 대등한 수준의 스포츠카로 평가받는다. 미국 브랜드도 작정하고 만들면 얼마나 무서운지 이 차들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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