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성능보단 경량화
특이한 매력의 로터스
최근 전기 SUV 공개

스포츠카 하면 떠올리는 브랜드가 몇 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포르쉐가 있으며,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부가티 등은 스포츠카보다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차를 만든다. 그 외 벤츠와 BMW도 스포츠카를 꽤 잘 만드는 편이다.

스포츠카를 만드는 많은 브랜드 중에서 오랫동안 우리에게 잊힌 브랜드가 하나 있다. 바로 로터스다. 옛날에는 기아 엘란의 원본 모델로 이름을 알린 바 있었으며, 2009년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와 한창 화제가 되었지만, 요즘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어져 버린 상태다. 이런 로터스의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경량화에 집중하며, 그런 탓에 편의 장비가 거의 없다. 하지만 로터스 차주들은 그 불편함이 바로 로터스의 매력이라고 한다.

글 이진웅 에디터

한때 F1으로
명성이 높았다

로터스는 콜린 채프먼이 1948년 설립하게 되었다. 로터스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유례가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으며, 현재는 설립자가 사망하게 되면서 회사 이름의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로터스는 한때 F1에서 명성이 높았던 브랜드였다. 전성기에는 페라리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1954년 F1팀으로 처음 참가했고, 설립자인 콜린 채프먼이 F1 레이스카를 직접 설계하고 시운전까지 했다.

정식 데뷔는 1958년에 했으며, 이후 총 74번의 그랑프리 우승과 7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기록했다. 참고로 첫 우승은 1961년 스털링 모스의 이뤄냈는데, 스털링 모스는 실력이 좋았고, 영국인 중 F1 우승을 가장 많이 했으나, F1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해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렸다. 벤츠는 그를 기리며 SLR 스털링 모스를 내놓았다.

로터스 F1 하면 검은색 차체에 금색으로 치장한 차량을 많이 떠올린다. 원래는 그린 색상을 칠했다가 담배회사인 존 플레이어 & 선즈가 스폰서를 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담뱃갑 디자인인 검은색 바탕에 금색 장식으로 변경했다. 일명 블랙 뷰티라고 불렸으며, F1 역사상 가장 멋있는 차량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렸지만 80년대 들어서 윌리엄스와 맥라렌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기 시작했고, 90년대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1998년 팀이 해체되었다.

이후 2010년 르노와 타이틀 스폰서 협약을 맺었다. 2012년 로터스가 르노 F1팀을 인수해 로터스 F1팀이 되었고, 르노는 엔진 공급사로 남아있다가 2015년 르노가 F1에 다시 복귀하면서 로터스 F1팀을 다시 인수해 르노 F1 팀으로 변경되었다.

극강의 경량화를
추구한 로터스

보통 스포츠카는 경량화와 엔진 성능을 조화롭게 맞추는데, 로터스는 엔진 성능보다는 경량화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대부분의 차종이 1톤 내외로 매우 가볍다. 그 덕분에 엔진 성능이 낮아도 가속력이 매우 상당하다.

창업자인 콜린 채프먼은 ‘엔진의 힘을 높이면 직선 구간을 빨리 주파할 수 있지만 무게를 줄이면 모든 구간이 빨라진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로터스 회사 소개문에도 경량화를 추구한다고 되어 있다.

가볍다 보니 차량 크기도 작은데, 어느 정도만 하면 운전석에 앉아서 휠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또한 경량화를 극도고 추구한 까닭에 편의 사양이 거의 없다.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차에 아무것도 달리지 않았다.

그 흔한 에어컨과 오디오도 기본이 아니며, 자동변속기는 사치다. 의외로 파워 윈도는 기본으로 적용되었는데, 그 이유가 수동식보다는 파워 윈도가 더 가벼워서라고 한다. 거기다가 서스펜션과 시트는 상당히 딱딱해서 승차감이 좋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런 불편함이 바로 로터스의 매력이라고 한다.

한국과도 의외로
인연이 있다

로터스는 의외로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로터스는 1989년 엘란의 2세대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후 로터스의 사정이 매우 나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엘란의 생산라인과 상표권을 기아자동차에 판매했다.

이후 기아자동차는 몇몇 부품을 국산화하여 엘란을 국내에 출시했다. 하지만 자동으로 대량 생산되게 설계된 차량이다 보니 원가가 3천만원 이상, 그 외에 부가세 등 이것저것을 더하면 4천만원 가까이 되었다. 대형 세단인 그랜저보다 비쌌고, 혼다 레전드를 들여와 조립 생산한 대우 아카디아와 근접한 가격이다.

결국 기아자동차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2,750만원에 판매했다. 한대 팔 때마다 천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마저도 회사 사정이 좋았다면 적자를 어느 정도 메꿀 수 있겠지만 출시 1년이 지나 IMF 사태로 인해 기아자동차가 부도가 나버렸다. 단종까지는 1,055대가 팔렸다고 한다.

결국 엘란은 본가인 로터스와 인수된 기아 모두에게 비운의 차량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도 몇 안 되는 국산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며, 단종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은 엘란 마니아들의 노력으로 400대 이상 남아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로터스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앨리스

로터스 엘리스는 위에 언급한 엘란 후속으로 출시한 차량으로, 로터스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첫 출시 당시 공차중량은 불과 725kg에 불과했으며, 엔진은 120마력을 발휘하는 로버제 1.8리터 엔진이 탑재되었다.

엔진 성능은 ‘이게 스포츠카가 맞나?’ 싶은 정도이지만 가벼운 차체 덕분에 0-60 mph가 5.8초로 꽤 빠르다. 다만 가벼운 만큼 옵션이나 전자장비 같은 것이 아예 없어서 불편하고 운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스포츠카치고는 꽤 저렴한 편에 속한 5만달러 정도였으며, 연비도 스포츠카치고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02년, 2세대로 풀 체인지 되었다. 디자인이 변경되었는데, 로터스 최초로 컴퓨터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에는 ABS가 무조건 장착되어야 한다는 법규가 있다 보니 이때부터 ABS는 장착하고 나온다.

기본형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상위 모델에는 토요타 엔진이 장착되었다. 모두 1.8리터 엔진이며, 136마력 모델과 190마력 두 가지가 있다. 2008년에는 로버 엔진이 장착되던 기본형이 단종되고 토요타 엔진만 장착했다. 그리고 슈퍼차저가 장착된 SC 모델을 출시했는데, 0-60 mph가 4.3초에 불과하다.

2011년에는 3세대로 풀 체인지 되었다. 디자인이 변경되고 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처음으로 장착되었다. 그 외에도 기타 편의장치가 추가되어 중량이 930kg까지 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스포츠카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다. 엔진은 토요타 1.6리터 엔진으로 변경되었다. 다만 SC 모델은 이전 파워트레인을 1년간 사용하다가 변경했다. 하지만 엔진 최고회전수가 줄어들었고, 무게도 많이 늘어난 탓에 로터스 팬들로부터 혹평받았다.

엘리스는 2세대 모델부터 국내에 수입되었는데, 초반에는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지만 세 번째 모델로 들어서면서 인기가 크게 줄어들었고, 결국 국내에서 2천만원 이상 할인해 재고떨이했다고 한다. 2021년 단종되었다.

로터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가벼운 차체에 고성능 엔진을 올리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를 실천한 회사가 미국에 있는 튜닝 브랜드 해네시로, 엘리스 기반으로 베놈 GT를 내놓았다. 정확하게는 엑시지의 차체를 활용한 것이지만 이 엑시지도 엘리스를 기반으로 만든 차다.

무려 7.0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했는데, 콜벳 엔진을 튜닝한 것이라고 한다. 1,244마력에 163.0kg.m를 발휘한다. 그야말로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제로백은 2.7초이며, 최고속도는 435km/h까지 냈다고 한다. 다만 단방향으로 주행했으며, 최소 생산 대수 20대를 채우지 못해 기네스북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 외에 테슬라 로드스터도 앨리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다.

앨리스 외
로터스 라인업 살펴보기

엘리스 외 다른 라인업을 살펴보았다. 엑시지는 원래 앨리스의 고성능 모델로 나왔지만 3세대에서 크기가 커지고 토요타의 V6 3.5리터 대배기량 엔진이 장착되면서 엘리스의 상위 모델로 자리 잡았다.

크기가 커지고 대배기량 엔진이 장착된 탓에 공차중량이 1톤을 넘겨 1,176kg가 되었다. 대신 성능도 350마력, 40.8kg.m로 향상되었고, 제로백 가속 성능도 3.8초로 짧아졌다. 최고속도도 274km/h까지 높아졌다. 성능 부분에서 크게 향상되었다. 나중에는 자동변속기도 추가되었다. 엘리스와 함께 2021년 단종되었다.

에보라는 2010년 출시된 모델인데, 2+2인승에 미드십 구조를 채택한 정말 특이한 차량이다. 참고로 2+2인승에는 미드십 구조를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 엑시지와 마찬가지로 토요타 V6 3.5리터 엔진이 장착되었으며, 무게는 1,382kg으로 로터스 중에서는 무거운 축에 속한다.

그래도 제로백은 4.1초이며, 최고속도는 315km/h까지 낼 수 있다. 각종 전자제어 장치와 편의사양이 어느 정도 존재해 로터스의 다른 모델보다는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 옵션들이 모두 선택 사양이며, 옵션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엘리스나 엑시지나 별반 차이 없는 수준이다. 2021년 단종되었다. 그 외에 GT카인 유로파도 있었지만 위 모델보다 빠른 2010년에 단종되었다.

2017년 지리자동차에 인수
대대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로터스는 오랫동안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 경영난으로 GM에 인수되었다가 한때는 기아자동차에 인수될 뻔했지만 IMF로 무산되고 이후 프로톤 홀딩스에 인수되었다. 하지만 프로톤 홀딩스 역시 사정이 나빠지면서 로터스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PSA와 지리자동차 두 곳이 경합한 결과 지리자동차가 인수했다.

지리자동차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기술은 유출되고 투자는 제대로 되지 않아 부도 직전까지 난 탓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하지만 상하이자동차와는 달리 지리자동차는 계열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계열사 경영은 최대한 존중해줬으며, 대신 기술력을 지리자동차 차량에 활용하는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펼쳤다.

지리자동차 이후 로터스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인다. 먼저 전기 하이퍼카인 에바이야가 등장했으며, 대대적인 개편으로 2021년 엘리스와 엑시지, 에보라를 단종시키고 통합 후속 모델인 에미라를 공개했다.

에미라는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에보라 기반의 알루미늄 바디 플랫폼을 활용했다. 엔진은 하위 모델에는 벤츠 AMG 45 모델에 장착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M139가 장착되어 360마력을 발휘하며, 상위 모델에는 에보라에 있던 토요타 V6 3.5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해 400마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하위 모델에 AMG 스피트시프트 8단 DCT가, 상위 모델에는 아이신의 6단 수동 및 자동이 장착된다.

전기 SUV인
일레트라 공개

또한 엘리스는 브랜드 최초 SUV 모델인 일레트라를 공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SUV가 대세인 점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지리자동차와 그 계열사인 볼보, 폴스타가 협력했다고 한다. 플랫폼은 전기차 전용 EPA를 활용했으며, 낮은 중심 설계, 로터스의 강점인 핸들링 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차체는 탄소섬유가 사용되었다.

공차중량은 1,995kg인데, 로터스 역사상 가장 무거운 차량이 되었다. 다만 대형차,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가벼운 편이다. 참고로 준중형급인 아이오닉 5의 최소 공차중량이 1,840kg이다. 차량 디자인은 쿠페형으로 공격적이면서 날렵하게 디자인되었다. 전면을 봤을 때는 우루스와 비슷한 느낌이며, 후면에는 테일램프를 일자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실내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다. 계기판 크기는 상당히 작은 대신 센터패시아에 테슬라처럼 대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었다. 대세에 맞게 앰비언트 라이트도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 도어트림에 적용했으며,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D컷 스타일을 적용했다. 뒷좌석은 좌우 독립 시트가 적용되었고, 중앙 센터 콘솔에는 콘솔박스와 컵홀더, 소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스포츠카 브랜드답게 세미 버킷 시트가 전 좌석에 장착된 모습이다.

전기모터는 전륜과 후륜에 한 개씩 장착되는 듀얼 구조이며, 기본 모델은 600마력, 상위 모델은 750마력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3초 미만이라고 한다. 배터리는 100kWh 용량으로 WLTP 기준 600km 이상이라고 한다. 충전 속도는 350kW 초급속을 지원한다. 에어서스펜션과 후륜 조향 시스템 등 다양한 사양이 적용되며 생산은 중국, 정식 출시는 2023년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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