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디아블로의
원래 디자인인 V16T
지금봐도 괴작인 자동차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는 상당히 많다. 대략 수백 개가 있으며, 신생 전기차 브랜드까지 합하면 1천 개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모르는 브랜드도 매우 많다. 왠지 자동차 브랜드가 없을 것 같은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에도 자체 자동차 브랜드가 존재한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는 바로 치제타다. 어지간한 자동차 마니아들도 꽤 생소해하는 브랜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람보르기니와 꽤 관련이 깊은 브랜드이며, 단 한 종이지만 지금 봐도 상상하기 어려운 괴이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글 이진웅 에디터

치제타라는 회사는
이렇게 설립되었다

치제타는 클라우디오 잠폴리와 조르조 모로더가 이탈리아에서 설립한 회사로, 치제타는 설립자 중 한 명인 클라우디오 잠폴리의 이니셜 CZ를 이탈리아발음으로 적은 것이다.

설립 당시에는 설립자 두 명의 이름을 가져와 치제타 모로더뎠지만 사업 도중 둘 사이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모로더가 떠나 버리면서 치제타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치제타의 슈퍼카 V16T
디아블로로 나올뻔 했다

마르첼로 간디니는 베르토네에 근무하면서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많이 디자인했다. 전설적인 모델인 미우라와 그 후속인 쿤타치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이후 람보르기니에서는 간디니에게 쿤타치의 후속 모델인 디아블로 디자인을 맡겼다. 이후 간디니는 디아블로 디자인을 내놓았는데, 그 사이 람보르기니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크라이슬러에 매각이 되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경영진들은 간디니가 디자인한 디아블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디자인을 간디니와 상의 없이 마음대로 변경했고 그 디자인으로 1990년 디아블로를 출시했다.

크라이슬러의 행동에 화가 난 간디니는 람보르기니를 떠났고, 이후 자신이 디자인했던 원래 디아블로 디자인을 적용해 줄 회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치제타가 도입하면서 V16T라는 이름으로 1991년 출시되었다.

디아블로와
V16T의 디자인 차이

그렇다면 원래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했던 디아블로(V16T)와 람보르기니에서 출시한 디아블로의 디자인 차이를 살펴보았다. 일단 정측면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형태는 비슷하다. 크라이슬러에서도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것보다는 디테일한 부분의 디자인 위주로 변경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세가 비슷하다.

전면에서 차이점은 범퍼 쪽에 달린 사각형 램프가 좌우로 길어졌으며, 그 아래쪽에 있는 안개등의 간격 차이가 있다. 그리고 보닛에 팝업식 헤드램프가 있는데, 디아블로는 좌우로 한 개씩 있지만, V16T는 좌우로 두 개씩, 총 4개가 장착되어 있다. 그래서 헤드램프가 올라왔을 때 모습이 상당히 독특하다.

측면을 살펴보면 V16T는 어느 정도 각이 져 있는데, 디아블로에서는 각져 있는 부분이 뭉툭해졌다. 실제로 간디니는 쿤타치 때도 각진 디자인을 사용한 바 있었다.

간디니는 쿤타치 때도 각진 디자인을 사용해서 후속 모델 역시 각진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 나가려고 했는데 크라이슬러가 바꿔버렸으니 화가 날 만도 하겠다. 그 외 루프 라인에 차이가 있으며, 후면 펜더에 있는 공기 흡입구는 크기가 작아지고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후면 디자인은 디아블로와 차이가 크게 난다. V16T는 테일램프가 사각형으로 되어 있지만, 디아블로는 원형으로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리플렉터와 후진등만 안쪽에 사각형으로 따로 되어 있다. 그리고 머플러가 V16T는 범퍼 중앙에 있지만, 디아블로는 범퍼 하단에 있다.

공기 배출구는 V16T가 범퍼 하단에 하나 존재하는 반면, 디아블로는 테일램프 사이, 그리고 테일램프 아래쪽에 한 개씩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면과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지만, 후면에서는 서로가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내 디자인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디아블로에서는 조수석 대시보드의 각진 부분이 사라졌고, 에어컨 송풍구가 원형으로 변경되었다. 그리도 센터패시아가 조금 더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계기판이나 스티어링 휠 디자인, 센터패시아와 센터 콘솔에 있는 커튼 배치가 완전히 달라졌다. 내부에서는 V16T와 디아블로 간의 연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크기 제원
살펴보기

디자인 외 치제타 V16T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았다. 전장은 4,445mm, 전폭 2,057mm, 전고 1,115mm, 휠베이스 2,694mm이다. 공차중량은 1,700kg이다.

전장은 그렇게 긴 편은 아니지만, 전폭이 꽤 넓으며, 전고는 슈퍼카답게 낮은 모습이다. 참고로 디아블로도 거의 비슷한 수치다.

무려 16기통
가로배치 미드십 구조

V16T에는 무려 V16 엔진이 장착되었다. 그래서 차량 이름에도 V16이 들어가 있다. 참고로 16기통 엔진은 캐딜락이나 BMW, 롤스로이스, 포르쉐 등 몇몇 브랜드가 만들기는 했지만 여러 문제로 인해 콘셉트카로 그치거나 양산 과정에서 기통 수를 낮춰 출시했으며, 시간이 지난 지금도 부가티만 양산 차에 사용 중이다. 그 외에는 디젤기관차나 선박 등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대형 엔진에 16기통, 혹은 그 이상을 사용한다.

그런 16기통 엔진을 치제타에서는 양산 차로 얹고 나왔다. 참고로 람보르기니 우라코 엔진 기반이다. V형이다 보니 엔진 크기가 상당하다. 미드십 차량은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는데, V16 엔진은 세로로 하면 전장과 휠베이스가 너무 길어져 코너링 성능이 나빠진다. 이 때문에 미드십임에도 불구하고 가로로 배치했으며, 가로 회전을 세로 회전으로 바꿀 수 있도록 중간에 별도의 장치가 있다. 위 사진을 보면 엔진 좌우에 피스톤이 8개씩 분리되어 배치되어 있다. 엔진을 가로로 배치했다는 뜻의 Transversely에서 따와 차명에 T를 붙였다.

엔진이 너무 긴 탓에 캠샤프트를 통으로 길게 만들지 않고 8개로 나누었다. 이런 탓에 V16T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괴이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배기량은 6.0리터로 16기통 엔진치고는 낮은 편이다. 기통당 실린더 부피가 불과 375밀리리터밖에 되지 않는다. 3기통 1.0리터 경차 엔진(333밀리리터)과 4기통 1.6리터 준중형 엔진(400밀리리터) 사이 용량이다. 최고 출력은 540마력, 최대 토크는 55.2kg.m이다.

제로백 가속 성능은 4.5초이며, 최고속도는 328km/h까지 낼 수 있다. 후륜구동 방식이며, 변속기는 ZF사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다.

가격은 65만 달러
미국에서는 금지된 차량

이렇게 제작된 치제타 V16T는 1991년 65만 달러에 책정되어 출시되었다. 당시 환율(759.5원/달러)로 한화 4억 9천만 원 정도다. 생산 대수를 람보르기니보다 적게 해 희소성 높은 차량으로 성공하고, 나중에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차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16기통 엔진답게 연비가 매우 나쁜데다가 유해 배출가스가 매우 많이 나왔으며, 소음도 매우 심했다. 심지어 출시 초기에는 북미 안전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출시 이후 차체를 개량해 안전성은 높였지만, 배출가스, 소음 문제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되었다. 심지어 소지조차 불법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아직까지
치제타는 존재한다

V16T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환경규제, 소음규제를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경영난으로 1995년 치제타는 부도가 났다. 하지만 설립자였던 클라우디오 잠폴리는 포기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치제타를 다시 설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V16T는 미국에서 소유조차 금지되어 있어 미국에서 판매할 수 없었다. 생산 차량 중 한대가 미국 관세청에 이 문제로 압류된 적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차를 살 이유가 없는데, 다른 브랜드들은 모델 체인지로 꾸준히 발전된 슈퍼카를 생산하고 있지만, V16T는 아직도 199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치제타의 의도대로 람보르기니보다 생산 대수를 적게 해 희소성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 지금까지 생산된 차량 수가 프로토타입까지 해서 불과 19대밖에 되지 않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03년 이후로 차가 생산된 적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서류상으로는 회사가 존재하고 있으며, 심지어 홈페이지도 있고 주문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공식적으로 V16T는 단종된 것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이 차를 주문할 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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