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가 그냥 줘도 안탄다, 한국 주름잡던 국민차가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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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cc 중형차의 하락세
그중 유독 약세 중형 세단
쏘나타 K5 모두 해당된다

중형차, 정확히 2,000cc급 중형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1,600cc 이상 2,000cc 미만 차량은 총 749만 7,963대로 전체 등록 차량 2,055만 291대에서 36.5%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비중은 다른 차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몰락의 조짐은 매년 기록되는 하락세에 있다. 2,000cc급 중형 차량은 지난 2014년부터 연속 9년간 등록 대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장 올해 등록 대수만 봐도 2013년 41.9% 대비 5% 이상 감소한 모양새다.

반면 1,000cc 이상 1,600cc 미만 차량 비중은 4년 연속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8년, 21.1%의 비중을 보였던 1,600cc급 차량은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22.15%의 비중을 기록했다. 3년여 사이 약 1%가 증가한 것이다. 주력 차급이 2,000cc에서 1,600cc로 확실히 바뀌어 가는 현시점, 2,000cc급 중형차 중에서도 유독 세단 차량의 약세가 크다고 한다. 중형 세단이 더 큰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용혁 에디터

2,000cc급 중형 세단 약세
이유는 크게 3가지

2,000cc급 중형차, 그중에서도 중형 세단이 유독 빠르게 몰락하는 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서로 이리저리 얽혀있다. 첫 번째 이유는 2.0L 엔진을 대체하는 대체 엔진의 등장이다. 대체 엔진에 대해서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배기량은 2,000cc보다 낮지만, 출력 부분에서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엔진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6L 터보 엔진이겠다.

현재 2.0L 엔진을 탑재했던 중형차들 대다수는 1.6L 터보 엔진으로 “엔진 다운사이징”을 거쳤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같은 차량, 또는 동급의 차체에 기존보다 더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장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크기가 작은 엔진으로도 큰 엔진 못지않은 성능을 낼 수 있어 엔진 무게를 줄여 주행 효율을 키울 수 있고 배출가스는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6L 터보 엔진의 등장
2.0L 엔진 수요 낮췄다

2.0L 엔진에서 1.6L 터보 엔진으로 엔진 다운사이징을 거친 차량들을 알아보자. 중형 세단의 대표 격인 쏘나타의 경우 2014년, LF쏘나타부터 1.6L 터보 엔진이 엔진 라인업에 포함됐다. 쏘나타의 형제 차량, 기아의 K5 역시 2세대 K5부터 1.6L 터보 엔진이 탑재되기 시작했고, 르노 코리아의 1세대 SM6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1.3L 터보엔진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물론 엔진 다운사이징은 중형 세단뿐만 아니라 중형 SUV에도 적용됐다. 지난 2021년에 세상에 공개된 기아의 5세대 스포티지는 2.0L 가솔린 엔진 대신에 1.6L 가솔린 엔진 터보를 장착했다. 4세대 스포티지가 가솔린과 디젤 모두 2.0L 엔진으로 출시했던 부분과 확실히 다른 모양새다. 중형차에서 두루 쓰인 2.0L 엔진이 1.6L 터보 엔진으로 대체됐다는 부분은 2,000cc급 중형 세단 몰락의 첫 단추로 작용하게 된다.

비용도 무시 못해
부과되는 세금도 문제

형 세단의 몰락, 그 두 번째 이유. 바로 돈이다. 그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가격을 꾸준하게 올려왔다. 최근에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원자재 수급난으로 인해 차량 가격이 큰 폭으로 올렸다. 이제는 대부분의 차량들이 10년 전 대비,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 차이를 보여준다.

차량 가격의 상승은 그 자체로도 부담이지만, 차량에 소비되는 하는 부가적인 비용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세금이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자동차 세금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2.0L 엔진의 차량보다 1.6L 터보 엔진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다. 1.6L 터보 엔진의 경우 성능은 2.0L 엔진 못지않지만, 내야 하는 세금 액수에선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2,000cc급 차량은 자동차 세금으로 1년에 약 52만 원을, 1,600cc급 차량은 자동차 세금으로 약 29만 원을 내야 한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자동차 세금이란 게 1년마다 내야 하는 돈이란 점을 잊지 말자. 차량을 5년만 운행해도 둘 사이에는 약 110만 원의 세금 차이가 발생한다. 차량 유지에 있어 2,000cc급 차량이 불리한 부분은 2,000cc급 중형 세단 몰락의 두 번째 단추로 작용하게 된다.

SUV로 넘어간
소비자 트렌드

1.6L 터보 엔진의 대체와 해당 엔진에 부과되는 저렴한 세금. 여기까진 세단과 SUV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000cc급 중형 세단과 중형 SUV는 어느 정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중형 세단이 몰락하는 세 번째 이유. 바로 세단에서 SUV로 넘어간 소비자들의 트렌드다.

한국 사회에서 세단 차량은 단순한 차량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사회는 세단 차량을 고급 차량으로 인식, 차량 소유주의 사회적 계급을 대변했을 정도였다. 이 당시 SUV 차량은 자동차를 향한 한국 사회의 인식에서 벗어나 있는 차량이었다. 그 때문에 사회적 시선에 부담감을 느꼈던 소비자들이 세단 차량 대신 SUV 차량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이 때를 기점으로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트랜드가 서서히 SUV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SUV 차량의 인기 앞에
세단을 선택할 이유 없어

이후 SUV 차량들은 단점으로 작용했던 부분들을 조금씩 개선하기 시작했다. 출력과 연비, 모두가 떨어지는 4WD 대신 2WD를 채택해 도심 주행에 더욱 적합해졌으며, 디젤 엔진이 주축이었던 엔진 라인업은 여느 세단 차량처럼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엔진 등으로 더 다양하게 구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SUV 특유의 장점은 그대로 살렸다. 운전하기 편한 높은 차체는 물론 세단 차량 대비 더욱 널찍한 주거 공간과 적재함은 SUV 차량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도심형 SUV가 큰 인기를 얻은 후, 결정적인 한 방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코로나19 시대가 온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인적 드문 곳에서의 레저 활동이 많이 증가하게 됐고, 그에 적합한 SUV 차량들이 다시 한번 더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이번 시간엔 2,000cc급 중형차, 그중에서도 중형 세단이 몰락한 이유를 알아봤다. 정리하자면 바로 이거다. 성능 면으로 2.0L 엔진 못지않으면서 부과되는 세금이 훨씬 저렴한 1.6L 터보 엔진이 등장해 2,000cc급 중형차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고, 세단에서 SUV로 넘어간 소비자 트렌드가 쐐기를 박은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0cc급 중형 세단의 몰락이 앞으로 더 빨라지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효율적인 측면이나 환경적인 측면이나 제조사 입장에선 엔진 다운사이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생각해봤을 때, 엔진 다운사이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엔진 다운사이징의 가속과 꾸준하게 올라가는 차량 가격, 그리고 SUV로 굳어져 가는 소비자 트렌드는 2,000cc급 중형차, 그중에서도 중형 세단을 향한 철저한 외면이라는 결과를 더 빨리, 더 극명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전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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