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과감한 실험작
2+1 도어 ‘벨로스터’
왜 한국시장에서 실패했나?

서울에서 발견된 벨로스터 튜닝카 / 사진 = 네이버 남차카페 ‘서울ll초코’님 제보

현대차는 지난 1990년대부터 스포츠카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그 결과 스포츠 룩킹 카 라는 세그먼트의 스쿠프를 출시했으며, 해외에선 혹평을 들을지언정 당시 국내 시장에선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자동차 중 하나였다. 그만큼 자동차가 흔치 않은 시절에 스쿠프의 존재는 혁신 그 자체였으며, 승용차 부문 최초의 양산형 터보까지 장착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이후 현대차는 티뷰론, 티뷰론 터뷸런스, 투스카니까지 비슷한 세그먼트의 스포츠카를 내세웠다. 이 차들은 대한민국 튜닝 시장을 이끈 주역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1세대 튜너들 사이에선 레퍼런스와 같은 존재였다. 이후 현대차는 다시 한번 실험정신이 가득한 자동차 한 대를 출시하게 되니, 그 차의 이름은 바로 ‘벨로스터’인 것이다.

권영범 에디터

깔끔한 순정 벨로스터 / 사진 = 네이버 남차카페 ‘포항ll러너’님 제보

사실상 투스카니의
후속작인 벨로스터

벨로스터는 본래, 유럽 수출형 모델 라비타의 후속작으로 탄생할 예정이었다. 벨로스터의 개발시기인 2006년은, 투스카니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던 시기였으나 곧 다가올 단종 때문에 서둘러 포지션을 변경한 것이다.

이후 2011년 2월,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벨로스터의 판매를 이어 나갔다. 당시 광고 슬로건은 실험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어필하는 데 집중했고, 비대칭 3도어를 표방하며 유니크함을 강조했다. 애초에 출시 초반부터 하체 세팅이 스포츠 성향을 띄고 있어 미디어 데이 당시, MDPS의 조향 감각을 제외하면 호평을 이뤘다. 참고로 국산 DCT 적용은 벨로스터가 최초다.

그러나, 프로 드라이버 혹은 이 차를 실제로 운용하는 이들의 입장은 달랐다. 서스펜션의 느낌은 적당한 편에 속했지만, 순정 상태에선 코너링의 한계치가 너무 낮았다. 조금만 적극적으로 코너를 파고들면 극심한 언더가 발생했으며, 마이너 체인지를 거쳐 나온 벨로스터 터보 모델은 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버히트 현상이 흔했다.

심지어 터보 모델 한정으로 과열로 인해 파워 트레인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아, 차량 컨셉에 맞지 않음이 최대 지적사항이었다. 추가로 배가기스 유입도 실제 오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다.

현대차에겐
의미 심장한 자동차
소비자들에겐 별난 자동차

1세대 벨로스터도 아반떼 혹은 K3에 비하면, 판매량이 많지 않은 자동차였다. 아울러 출시 초반 감마 GDi를 장착하여 출고한 탓에, 현대차 대규모 리콜 사태에 휩쓸린 차 중 하나였다. 1세대 모델 기준으로, 일반형 모델의 경우 패션카의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도 당시 시장의 분위기는 투스카니처럼, 달리는 차라는 느낌이 드는 차가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차의 입장은 달랐다. 실험적인 모델이었던 만큼, 현대차가 고성능 모델의 열망 가지게 한 모델이 되었다.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미드십 스포츠카를 만드는가 하면,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한 ‘RM’을 만들어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벨로스터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 전략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PYL이라는 흑역사와 같은 글로벌 마케팅을 시작했던 시기인데, 젊은 층을 공략하기엔 차량 가격이 높았다. 아울러 벨로스터는 앞으로 18,000대 한정 생산 할 것이라는 공약마저, 사실상 의미 없는 외침이 돼버리자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번진 것이다. 1세대 벨로스터가 한참 판매되던 시절에도 이 차는 월평균 200대 수준에 머물렀다.

2세대 벨로스터도 시장에서 외면받은 이유는 분명했다. 2세대 벨로스터가 출시되기 전, 현대차는 이미 아반떼 스포츠라는 강력한 고성능 준중형 세단을 출시했다. 원 메이크업까지 열릴 정도로 준중형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다 보니, 벨로스터와 같은 젊은 층 공략 + 운전의 재미의 성향을 보인 자동차는 외면받기 딱 좋았다. 여기에 해치백의 인기가 급감한 탓도 한몫했다. 결국 벨로스터는 지난 6월 단종을 맞이했고, 시장성에 있어 혹평받았지만 국산 차 시장에 다신 없을 실험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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