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려운 거 맞죠?” 가장 비싼 국산차가 보여줬다는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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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계보는 크게 세 가지 모델이 나눠 가진다. ‘그랜저’로 시작하여 ‘에쿠스’, 그리고 이제는 ‘제네시스 G90’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따지면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은 ‘그랜저’가 다시 가져갔고,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G90이 담당하고 있다.

제네시스가 독립한다고 선언한 이후, 플래그십 세단 모델은 ‘EQ900’으로 시작되어 지금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G90’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호불호가 많았던 만큼 판매 실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는데, 직접 판매 실적을 살펴보니 조금 의외였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제네시스 G90’의 행보 1년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2015년 12월 출시 EQ900
2018년 11월 27일 출시 G90
‘EQ900’은 지난 2015년 12월에 처음으로 출시되었다. 당시 제네시스가 2020년까지 구축하겠다던 라인업 여섯 종 중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대형 럭셔리 세단 개념으로 출시되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선언 이후 처음으로 출시된 모델이라 나름대로 의미도 뚜렷했다.

EQ900은 지금과 다르게 ‘크레스트 그릴’이라 불리는 육각형 그릴을 적용했다. 지금은 클래식한 레트로 감성을 강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날렵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현대차는 차체와 주행 성능을 꽤 많이 강조했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과 더불어 엔진 라인업, 가변 스티어링 시스템 등을 다른 신차들에 비해 비중 있게 소개했다.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G90’은 2018년 11월에 처음으로 출시되었다. EQ900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G9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처음으로 적용받았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깊었다.

국내에서 ‘EQ900’으로 팔리던 것을 해외명 ‘G90’으로 바꿔 팔기 시작했다. GV80 콘셉트카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패밀리룩을 양산차로서는 처음으로 G90이 적용받았다. ‘지-매트릭스(G-Matrix)’라 불리는 디자인 디테일을 중심으로 새로운 외관 디자인이다.

육각형이던 그릴은 오각형으로 바뀌었다. 헤드 램프는 주간주행등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나뉘게 되었고, 양쪽 테일램프는 하단 램프로 길게 이어지게 되었다. 클래식카에서나 볼법한 18인치 멀티 스포크 휠도 출시 전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체적으로 날렵함보다 클래식함을 강조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치고 외관 디자인 변화 폭이 커서 이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새로운 패밀리룩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는 소비자도, 오히려 기존의 차분하고 단정한 느낌이 더 나았다고 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판매 실적에 대한 관심도 높았는데, 1년간 기록한 실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월 판매량 1천 대 내외 유지
EQ900보다는 떨어진 실적
출시 이후 많이 팔릴 때는 한 달 동안 3,000대 가까이 판매될 때도 있었다. 올해 4월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한 이후 6월에 1,166대로 떨어졌다. 이후 월 1,000대 내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절대적으로 보면 안정적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등장했던 ‘EQ900’과 비교하면 실적이 다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출시 이후 EQ900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2만 2,806대가 판매됐고, G90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1만 8,184대가 판매됐다.

디자인 호불호 많던 G90
1년 동안 G70보다 많이 팔려
월간 실적 G80보다 많을 때도
디자인 호불호가 많았던 만큼 눈에 띄게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동월 기준 EQ900 대비 떨어진 것은 맞으나, G90의 절대적인 판매량만 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같은 기간 동안 ‘G70’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월간 판매량이 주력 모델이 ‘G80’보다 많을 때도 있었다. 1억 가까이하는 플래그십 세단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높은 실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약 73%가 법인 및 사업자, 약 27%가 개인 구매였다. 그중 3.8 자연흡기 가솔린 모델이 가장 많은 판매 비율을 기록했고, 3.3 터보 가솔린과 5.0 V8 가솔린 모델이 뒤를 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3.8 가솔린 모델이 70%를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

디자인에 대한 말 많았지만
새로운 정체성 잡아가는 중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디자인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새로운 패밀리룩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최근 공개된 바와 같이 ‘GV80’을 비롯해 ‘G80’ 풀체인지, ‘GV70’, 그리고 ‘G70’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오각형 그릴과 위아래로 나뉜 헤드 램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받는다.

새로운 정체성을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이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와 “말로만 독립했다”라는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눈으로 보이는 독립부터가 절실했는데, 이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의 서브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진 상태다. ‘현대자동차’라는 타이틀이 신생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씻어주는 역할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도약할 수 있는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간 “서두를 필요는 없으나 단계적으로 독립을 이뤄나가야 한다”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는데, 다행히 제네시스는 단계별로 차근차근 독립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 첫 번째 단계인 디자인 독립이 이뤄지고 있다. 비록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안정적인 국내 판매량
진짜 실력은 해외까지 잡는 것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국내에서는 충분히 통하고 있다. 판매량뿐 아니라 소비자들 인식에서도 국산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적절히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진짜 실력을 이제부터 드러내야 한다. 안정적인 국내 판매량을 기반으로 해외까지 잡아야 진짜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는 해외 시장인 만큼 숨어있는 돌파구를 찾는다면 더욱 크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내년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대차는 ‘G90’을 LA오토쇼에 출품하여 북미 시장 최초로 공개했다. 아직 북미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 모터쇼 무대를 통해 2020년형으로 최초 공개한 것이다.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위해 특히 신경 쓴 ‘GV80’과 ‘G80’ 풀체인지 모델도 본격적인 게임 참가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 스스로 “북미 시장에 향후 다양한 제네시스 모델 라인업을 소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러 나갈 것”이라 말한 만큼 해외 시장에서의 행보도 잘 꾸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적이 향후 제네시스의 행보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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