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칸 전기차 버전 티저 공개
내연기관 버전과의 차이점
유럽 전기차의 마지막 희망
유럽은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벤츠는 자사의 전기차 성능으로 보다는 자신의 간판 아래에 있다는 점으로 판매량을 올리고 있으며, BMW는 디자인 논란의 불길이 전기차에도 덮쳐왔다. 아우디는 디자인, 성능에서 양호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아직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과 한국이 공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유럽차 시장이 이 정도로 핀치에 몰렸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 유럽의 마지막 희망을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포르쉐가 아닐까 싶다. 누구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전기차 시장 초창기에 모험적으로 스포츠 전기 세단에 도전했고, 이는 전기 스포츠카의 선두인 타이칸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포르쉐가 최근 자사의 인기 중형 SUV인 마칸의 전기차 버전의 티저를 공개했다. 마칸 EV의 성능은 알 수 없지만, 디자인 비교와 함께 포르쉐 전기차의 미래를 한번 예상해보자.
글 오대준 기자
내연기관과는 확실히 다르다
첫 내연기관의 전동화라는 의미
공개된 마칸 EV의 디자인은 기존 내연기관 버전의 마칸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전면부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명확해 보이는데,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혀있으며,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기존의 날카로운 인상에서 조금 더 수평적으로 변하면서 인상이 유해졌다. 또한, 내연기관 버전에는 없었던 헤드램프 하단부의 DRL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러한 변화들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 마칸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것이다.
아마 이러한 변화에는 순수 전기차였던 타이칸을 제외한다면, 마칸 EV가 포르쉐의 기존 라인업의 전동화가 이루어진 첫 번째 모델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브랜드들처럼 '미래 지향성'이라는 명분으로 완벽히 다른 차를 만들어놓은 것과는 달리, 기존 마칸의 실루엣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전기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요소들을 디테일하게 배치했다는 점에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양호하다는 평을 내리고 싶다.
타이칸 성공의 의미는 컸다
디자인, 성능 모든 면에서 극찬
아마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획기적이었던 모델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테슬라의 시발점이었던 모델S와 첫 번째 전기 스포츠카라는 평을 받는 포르쉐의 타이칸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자인적으로든 성능적으로든 모든 브랜드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초창기 전기차 시장에서 포르쉐는 카이엔을 출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모델을 출시해버린 것이다.
물론 기존 포르쉐 모델들의 디자인을 고려한다면 타이칸은 상당히 이질적이다. 파나메라와 5도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점과 포르쉐의 아이덴티티인 측면 실루엣을 가져간 점을 제외한다면 다른 포르쉐 디자인들과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르쉐의 정체성을 성능적으로는 완벽하게 구현하여, 당시 최고의 전기차였던 모델 S와도 버금갈 정도로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들을 앞서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신중하지만 과감한 전동화
팬들의 반발이 발목 잡나
포르쉐는 다른 대형 브랜드들, GM이나 폭스바겐, 벤츠처럼 대규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므로, 한번에 다량의 전기차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과 같은 전동화 전략을 채택할 순 없다. 전 라인업의 일시 전동화는 지나치게 모험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칸, 박스터, 파나메라 전기차 버전을 준비하는 등, 전기차 출시라는 목표를 향해서는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박스터 EV의 프로토타입 모델 공개 당시 여론 조사를 통해 알게된 점은, 결국 마니아들에게 포르쉐의 정체성은 강력한 내연기관 엔진을 통한 퍼포먼스라는 점이다. 아마 포르쉐에게는 이 점이 전 라인업 전동화라는 장기적 목표의 큰 장애물이 아닐까 싶은데, 동시에 이는 포르쉐를 지금까지 있게 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 마니아들의 지지가 없었더라면, 이미 포르쉐는 오래전에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포르쉐는 헤매지 않는다
늘 그랬듯 뚫고 갈 뿐이다
마니아들의 반발과 미지의 전기차 시장으로 나아간다는 불안감에 포르쉐가 선택한 방법은 정면돌파이다. 모두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포르쉐는 자신의 가장 큰 장기인 스포츠카를 우직하게 밀어붙였고, 그 결과로 타이칸이라는 선구자의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번 마칸, 그리고 이어지는 파나메라,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대형 전기 SUV까지, 포르쉐는 현재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카이엔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더라도 포르쉐는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면서 다른 브랜드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