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 화물차 공급 목표 상향
올해에만 5만 대 보급 예정
네티즌 ‘제발 그만 좀 해라’
여러 차례 전기차 시대 도래의 핵심은 법인 화물차의 본격적인 전동화와 함께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상용차, 화물차가 자동차 시장, 나아가 그 연장선에 있는 화물, 운송, 그에 따른 외부의 노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 부분의 니즈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내년도부터 보조금 제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화물 전기차의 공급을 증진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서 전기 화물차의 비중은 지난 2022년과 마찬가지로, 2023년 역시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여기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제들에 의해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의 빈축을 산 바가 있었는데, 과연 이 어떤 부분에서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촉발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합당한 비판인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본 뒤, 앞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에 찾아올 대대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추측해보도록 하자.
글 오대준 기자
바야흐로 대 전기 화물차 시대
2023년 5만 대 공급 예정
지난 2022년 전국에서 주행 중인 전기화물차의 수는 총 40만 대에 달했다. 전기차가 시중에 보급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이 속도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역사에서는 전례가 없는 열풍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급격히 높아지는 전기 화물차에 대한 수요는, 다양한 세제 혜택과 낮은 유지비에 대한 요구가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보다 법인 운전자들이 월등히 높으며, 전기 화물차의 대다수가 법인 차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환경부의 2023년 전기차 관련 목표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상당히 낙관적으로 책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환경부의 목표는 전기차 총 55,000대 보급이었으며, 이에 필요한 예산 7,700억 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는 차량 가격 대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보조금 수준과 해당 법안의 관리부실을 명목으로 예산은 6,000억 원으로, 목표 보급 대수는 50,000대로 삭감했다. 현재 업계와의 조율로 시행이 보류된 보조금 개정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대두된 것이다.
일반 전기차에 비해 열세인 주행거리
이례적인 충전소 대란 초례
하지만 전기 화물차는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와 ‘포터 EV’, 그리고 기아자동차의 ‘EV6’와 ‘봉고 EV’는 모두 배터리 용량이 58.0kWh로 동일하지만, EV6와 아이오닉5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km를 월등히 넘는 반면, 포터 EV와 봉고 EV는 200km를 간신히 넘겼다. 물론 앞선 두 모델이 순수전기차라는 점을 분명히 감안해야겠지만, 두 전기 트럭 모델이 짐을 적재할 경우 저 주행거리는 더욱 낮아진다.
대부분의 전기 트럭은 서울과 지방 사이의 화물을 운송하는 차들이기 때문에, 최근 휴게소를 비롯한 수도권 전기차 충전소에는 충전 중인, 혹은 충전을 기다리는 수많은 전기 트럭이 모여들면서 듣도 보도 못한 전기차 충전소 대란이라는 현상이 초래되었다고 한다. 일반 운전자들은 안 그래도 오래 걸리는 충전을 몇 대를 기다리면서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전기 화물차를 비롯한 상용 전기차들은 일반 차량보다 크기 때문에 심할 경우 2~3자리를 한 번에 차지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고 한다.
중국 전기차 대폭 유입
보조금 통한 재태크, 역차별 논란
또한 전기 화물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국내 상용 트럭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던 벤츠와 스카니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기업은 1t 전기 트럭 마사다를 앞세워 국내에 진출한 둥펑 샤오캉이었다. 당시 마사다 픽업 버전의 가격 3,699만 원에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시 기준으로 1,69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물론 여기에 세금에서 나온 보조금이 중국 업체로 가냐는 대중들의 환경부를 향한 비아냥은 덤이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점은 2022년 전기차 보조금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이슈, 바로 ‘리셀’이었다. 전기 화물차에 대한 많은 수요 때문에 출고가 오래 걸린다는 점을 노려, 보조금을 받고 차를 구매한 뒤 출고 직후에 바로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리셀 행위가 급증했다. 여기에 어째서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이 일반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냐는 역차별 비판도 더해지면서 보조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막을 수 없는 전기 화물의 시대
네티즌 ‘기술 수준이 못 따라간다’
화물차 시장의 전동화는 다른 어떤 자동차 카테고리보다도 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 이러한 추세는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데, 법인 차 운전자들의 비용 절감에 대한 욕망은 일반 운전자들의 유지비 절감에 대한 요구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자동차의 전동화보다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가 훨씬 더 빠르게 이루어지리라 추측하는 것은 제법 타당해 보인다. 다만 환경부와 업체들은 이런 일반 운전자들의 불만을 확실히 분석하여 일반 운전자와 화물차 운전자 사이의 갈등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도록 중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네티즌들은 늘어가는 전기 화물차의 수에 분개했다. 한 네티즌은 ‘충전소 가보면 전기 트럭밖에 없는데 주행거리도 떨어져서 자주 충전해야 하니 자리가 없다’라며 불만을 표했으며, ‘배터리 충전구가 차체 가운데 있어서 두 자리 먹고 충전하는 거 보면 너무 화난다’라는 댓글을 남긴 네티즌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