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자동차 보험료
전기차 영향 적지 않아
배터리 살짝 스쳐도 폐차?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던 때만 해도 비싼 가격과 충전 불편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분위기는 전기차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쪽으로 흘러간다. 소비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큰 불편과 문제점들이 여럿 잇따르며 전기차에 대한 여론이 점점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우는 상황이다.
갈수록 부각되는 전기차의 문제점으로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불안정한 특성에서 오는 화재 위험과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은 충전 요금, 겨울철 체감될 정도로 줄어드는 주행 가능 거리 등이 있겠다. 특히 사고로 인해 큰 수리가 필요할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의 견적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하는데, 배터리 팩 수리 비용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글 이정현 기자
배터리 팩 수리할 방법 없어
교체 비용 커 결국 전손 처리
영국 자동차 위험 정보 업체 ‘테참 리서치(Thatcham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미하게 손상된 배터리 팩을 수리할 방법이 없거나 손해액을 산정할 기준이 마땅치 않아 전기차 자체를 전손 처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거의 멀쩡한 배터리 팩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차장에 쌓여가는 문제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참 리서치 관계자는 “배터리 팩은 전기차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이 수만 달러에 달한다”라며 “전기차는 경미한 사고로도 심각한 손실이 발생하며 이는 전체 보험료 증가로 연결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몇몇 완성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배터리 팩을 수리하기 쉽게 설계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영국에서만 매일 12~20대 폐차
셀 95%가 멀쩡하지만 방치 중
테슬라 4680 배터리가 탑재되는 모델 Y의 경우 수리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 및 화재 등에 대비해 배터리 팩을 견고하게 만들다 보니 수리해서 재사용하기조차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폐차되는 전기 중 테슬라 차량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나 현대자동차, 스텔란티스, 닛산, 르노, BMW 등의 전기차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영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 해체 및 재활용 업체 ‘시네틱(Synetiq)’은 지난 1년간 매일 폐차를 기다리는 전기차가 12~20대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폐차된 전기차에서 빼낸 배터리 팩은 셀의 최소 95%가 멀쩡하지만 현재 영국에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설이 없어 계속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셀 데이터 필요하지만
협조하지 않는 완성차 업체들
자동차 보험 업계는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팩을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터리 셀 데이터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및 커넥티드 카 관련 기술에 관한 보안을 이유로 배터리 셀 데이터 공유를 꺼리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기차 월평균 보험료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27% 비싼 206달러(약 27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네티즌들은 “전에 테슬라 배터리에 돌빵 맞았다고 전체 교환 비용 2천만 원 청구한 사례가 생각난다”, “보험료 올리는 주범이 여기에도 있었네”, “진짜 아무 대책도 없이 전기차 보급만 서두르고 있구나”, “돈 문제는 둘째 치고 이게 다 환경오염인데 이래도 전기차가 친환경임?”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