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전기차 판매량
10년 후 폐배터리 쏟아진다
배터리 업계의 대책은?

탈거되는 전기차 배터리 / 사진 출처 “YTN”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의 경우 작년 전기차 판매량 8만 7,378대로 점유율 5.1%를 기록했으나 올해 1~11월 판매량은 12만 9,373대로 점유율 8.6%를 차지했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작년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203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금지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유럽 외 국가들 역시 2030~2035년을 내연기관 퇴출 시기로 보고 있다. 점점 높아지는 전기차의 점유율에 따라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가까운 미래의 과제로 주목받는다. 전기차 배터리팩 수명이 통상 15년 내외인 만큼 업계는 2025년경부터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는 상황. 배터리 업계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글 이정현 기자

폐차되는 전기차 / 사진 출처 = “KBS”
삼성 SDI 사옥

근미래 필수 과제
각국 규제도 강해진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각국의 규제를 준수하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배터리 제조 업계는 그동안 에너지 효율 향상과 생산 단가 절감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앞으로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또한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대기업 계열사들은 이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준비 중이며 유럽, 미국, 일본 등지의 배터리 업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각각 배터리 재활용 규제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방법으로 배터리 산업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산업 규모가 각국의 에너지 안보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는 중이며 신산업 육성 역시 각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규제가 과도하다는 불평도 나오는 상황이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현지 조달뿐이다.

생산 중인 BMW 전기차 배터리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Engineering World”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 출처 = “CNN”

재활용재 사용 의무화
세금 공제 혜택도 마련

EU의 배터리 재활용 규제는 전기차 배터리 등에 재활용 가능한 원재료 사용량 게재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오는 2027년부터 리튬이온배터리에 함유된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이 재활용할 수 있는 원자재의 사용량을 게재해야 하며 2030년부터는 리튬이온배터리에 재활용 가능한 원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국 IRA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대상 세금 공제가 주요 내용이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재료 중 조달 단가의 40%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혹은 처리했거나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재활용을 거쳤어야 한다. 중국계 기업을 포함해 미국이 우려하는 해외 기업들과 연관된 부품 및 주요 광물이 포함되면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충전소를 채운 전기차들 / 사진 출처 = “The San Diego Union-Tribune”
사진 출처 = “SK이노베이션”

시장 규모 10배 커진다
원자재값 상승도 필연적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 확보에 대한 대응 방안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가 500GWh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항후에도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 10년 후에는 현재의 10배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출시 계획과 배터리 제조 업계가 예정한 생산 물량까지 감안하면 연간 생산량이 3,000GWh~5,000GWh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배터리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자연스레 심화할 수밖에 없다. 자원이 한정적인 만큼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자연스레 호황을 띨 것이라는 예측이다.

회수된 폐배터리들 /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전기차 폐배터리 / 사진 출처 = “서울경제TV”

부족한 현재 기술력
재활용 체계 확립 시급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내구연한을 10~15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인 2032년 무려 500GWh 안팎의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중량으로 환산하면 약 200만~300만 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현재 기술로는 연간 폐배터리 약 50만 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데 배출량이 급증한다면 현실적으로 모두 소화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현재의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은 매우 한정적이다.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수준에는 당연히 못 미치며 기껏 해봐야 금속 스크랩이나 시멘트 재료 등으로 활용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고로 각국의 규제에 대응하고 원자재 확보와 같은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폐배터리를 배터리 재료로 완전히 재활용할 기술력 확보와 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일찌감치 대응하는 한국
공급 채널 구축에 한창

글로벌 배터리 업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로 설립 22년 차인 국내 최대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은 지난 8월 포스코홀딩스와 함께 폴란드 브젝돌니 지역에서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폐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의 다양한 기업과 공급 채널을 구축하는 중이다. 파트너이자 대주주이기도 한 삼성SDI는 물론이며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완성차 제조사들로부터 폐배터리와 폐스크랩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유럽의 배터리 업체와도 협력망을 넓혀 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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