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대로라면 세대교체되는 ‘G80’이 먼저 출시된 다음 ‘GV80’이 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두 자동차의 출시 일정이 뒤바뀌었다. 세대교체되는 G80 출시는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밀려났고, 대신 GV80 출시가 갑작스레 앞당겨졌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 현대차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면 일정이 뒤바뀐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G80’과 ‘GV80’의 출시 일정이 바뀐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G80은 내년으로 미뤄져
“신차 효과 극대화를 위해”
보도에 따르면 신형 G80 출시 시기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대신 GV80 출시 일정이 앞당겨졌다. 원래 대로였다면 신형 G80은 올해 9월부터 생산 시작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G80 출시 시기를 5개월 정도 미루는 것으로 결정했다. 신형 G80 출시 일정이 내년 2월 경으로 밀려난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관련 업체들에게 신형 G80 생산을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현대차가 G80 출시 시기를 미룬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GV80과 출시 시기가 겹친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SUV 열풍이 강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코앞으로 다가오던 신차 생산 일정을 돌연 미룸과 동시에 다른 신차 일정을 대신 앞당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 마침 최근 익명의 현대차 관계자를 만났고, 해당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 몇 가지를 들으니 “그래서 이런 결정이 나왔구나”라며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보도를 통해 알려진 SUV 열풍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단순히 큰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 GV80이 현대차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이 분명하다.

“내수 시장은 괜찮아
그런데 수출 시장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아”
그는 질문에 대해 “수출 시장 때문이다. 지금 수출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그렇다”라고 답했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일각에선 쏘나타의 판매 부진을 지적하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닝 쇼크 사태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수 시장은 아직 안전하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지금 괜찮다. GV80 출시를 앞당긴 것은 수출 시장 상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수출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출 시장’은 ‘북미 시장’을 말한다. 그의 말을 정리해보면 최근 북미 시장 실적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현대차 내부 분위기까지 매우 좋지 않고, 이를 하루라도 빨리 만회하기 위해 시들어가는 세단 대신 ‘열풍’이라 불리는 SUV를 먼저 출시하도록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사실 GV80 신차 열기가 조금씩 빠져가고 있는 상태다”라며, “신차 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역시 고려한 결정이 맞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현대기아차의 북미 시장 판매 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실제 지난해 판매량 TOP20
현대기아차 단 한 대도 없었다
투싼, 쏘나타 시절과 상반된다
현대차가 한창 북미에서 성장세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YF 쏘나타’와 바로 이전 세대 ‘투싼’ 시절이 가장 성장세가 컸던 때가 아닐까 한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완전히 상반된다. 실제로 지난해 북미 시장 자동차 판매 실적 상위 20위 안에 현대기아차는 없었다.

상위 1위부터 3위는 미국 브랜드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나머지 4위부터 10위권 까지는 미국 브랜드와 더불어 캠리, RAV4, 시빅 등 일본 브랜드가 많이 차지했다. 11위부터 20위권 역시 포드, 지프, 토요타, 혼다, 닛산 등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모두 차지했다.

팰리세이드 등 신차
아직 공개만 했을 뿐 출시 전
유독 신차 공개가 많았던 것 같은데 왜 판매 실적이 부진했던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신차들을 공개만 했을 뿐 아직 출시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개한 팰리세이드, 베뉴 등은 현지 시장에 공개되긴 했지만 아직 출시는 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는 올해 여름 북미 시장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북미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공개했지만 아직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실적에 영향도 전혀 미치지 않았다. 현대차는 보통 북미 시장에서 신차를 여름 시즌에 출시한다.

북미에서 크게 이슈 중인
현대기아차 화재 사태
결정적인 또 다른 이유는 북미 소비자들 신뢰를 모두 잃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화재 사태가 북미 시장에서 크게 이슈다. 현재 북미에서는 ‘세타 2’ 엔진 화재 결함과 관련된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연방 교통안전당국은 현대기아차 차량 화재 논란과 관련하여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세타 2’ 엔진을 사용하는 차량들이 대상이고, 관련 화재 신고는 3,000여 건에 달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300만 대를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기아 쏘렌토(2011~2014년 생산), 기아 옵티마(한국명 K5, 2011~2014년 생산), 현대 쏘나타(2011~2014년 생산), 현대 싼타페(2011~2014년 생산), 그리고 기아 쏘울(2010~2015년 생산)이다.

미국 CBS는 조사 대상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가 3,100건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과거 조사는 엔진 화재 논란에 국한됐지만 이번에는 엔진은 물론 차량 시스템과 부품까지 다룰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화재 사태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북미를 공략하겠다며 내세운 신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결함 논란으로 북미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곧 실적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현대기아차 북미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사안이 아닐까 한다.

“GV80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실상 내수 시장이 아니라
북미 시장 회복을 위한 결정
“사실상 GV80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계자가 한 말이다. 앞서 우리는 보도를 통해 GV80과 G80 출시 시기가 뒤바뀐 이유가 서로 출시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현대차에겐 지금 북미 시장 실적 회복이 절실하다. 그들이 실적 회복을 위해 꺼내든, 아니 바꿔든 카드는 GV80이다. 북미 시장에도 SUV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눈앞에 놓인 시장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의 북미 시장 경기력이 그리 좋지 못한 상태다. 현지를 공략하겠다며 공개한 신차는 아직 출시 전이고, 엔진 화재 결함 논란 등으로 대대적인 조사까지 들어가면서 소비자 신뢰도 기울고 있다. 때문에 그들은 북미 시장 회복을 위해 세단 G80을 뒤로하고 SUV GV80을 먼저 꺼내들기로 결심했다.

일종의 데자뷔일까. 문제가 발생했고, 발생한 문제를 다른 것(신차)로 덮으려는 혹은 만회하려고 하는 것. 내수 시장에서만 문제일 줄 알았는데, 신차 출시 시기를 뒤바꿀 만큼 북미 상황이 좋지 못하다. “결함 없는 차는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꾼’과 ‘치’로 나뉜다”라는 어느 독자의 의견을 떠올리며,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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