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달 제네시스 GV80 디젤 모델을 계약한 대기 고객들에게 출고가 일시 중단된다는 전문을 발송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차량에서 간헐적 진동 현상이 발견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 출고를 중단했고 차후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추가 안내해 드리겠다”라는 것이었다.
GV80은 출시와 동시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결함들이 발견되었지만 출시 6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결함을 인정하고 대처에 들어가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현대차는 결국 엔진 보증을 10년/20만 km까지 연장한다는 발표를 했으나 여전히 강한 불만은 사그라들질 않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GV80 디젤 결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심한 진동 때문에 결국
출고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GV80 디젤 모델의 엔진 떨림 이슈가 매스컴에도 보도되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차는 GV80 디젤 모델의 출고를 중단시켰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GV80의 엔진 진동 문제는 낮은 RPM에서 장기간 운행을 하면 엔진 내 카본 찌꺼기가 누적되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발표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주행거리가 꽤 많이 누적된 오래된 경유차에서나 카본 찌꺼기가 누적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출고 후 주행거리가 5,000km도 되지 않은 신차에서 발생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엔진 떨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혀 더 논란을 키웠다.
GV80 동호회에서 엔진 떨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GV80 디젤 모델은 1월 출시 이후 약 8,000대 정도가 출고되었는데 떨림 증상이 나타나는 차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이는 일부 차량들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엔진이 잔진동 수준으로 떨리는 것이 아닌 도로에서 심한 요철을 지나가는 정도의 수준으로 차가 흔들리기 때문에 이 상황을 겪은 운전자들은 “정상적인 주행 자체가 불가능하며 차가 심하게 떨려 안전에 위협을 느꼈다”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현대차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니 소비자들의 마음에만 불이 난다”라고 말했다.
GV80 차주들이 이렇게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대차의 대처 방식 때문이다. 신차에서 결함이 발생한 것 자체도 문제지만, 출시 후 연이어 다양한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않았다. 몇 개월을 버티다 결국 소프트웨어 무상수리를 진행한 것 정도가 전부였다.
GV80은 출고 하루 만에 방전이 되는가 하면 주행 중 시동 꺼짐, 전자 장비 먹통, 기어 변속 불량 등 탑승객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결함들까지 발생했으나 이는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차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5년/10만 km에서
10년/20만 km로
보증기간을 두 배 늘렸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현대차는 출고 중단에 이어 “GV80 디젤 전 차종을 대상으로 엔진 보증을 연장한다”라고 11일 밝혔다. 6월 11일까지 출고된 gv80 디젤 전 차종이 보증 대상에 포함되며 엔진의 주요 부품에 대한 보증기간을 기존 5년 혹은 10만 km에서 10년 혹은 20만 km로 연장한다는 소식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소비자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모든 사안을 점검해 신뢰를 확보하고 품질 만족도를 높이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와 품질본부 등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이 불만은 전혀 수그러들질 않고 있다. 아직까지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떨림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차주들은 차량 수리나 교환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그 차를 그대로 타고 있기 때문이다.
매스컴을 타거나 문제를 공론화 시킨 차주들은 차를 대부분 교환받았지만 같은 증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다른 대부분의 차주들은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한 채 불안한 차를 계속해서 운행하고 있다.
현대차의 출고정지와 보증 연장 소식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몇천 킬로도 안 타고 하자가 생겼는데 20만 킬로 보증을 해주면 뭐 하나”,”보증 연장이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답답하다”,”8천만 원짜리 신차를 구매해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일인지 모르겠다”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가뜩이나 새 차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전혀 되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는 현실에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번 GV80 디젤 모델 결함 사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겠다며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한 제네시스에서 연이어 결함이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네시스가 초기 품질관리에 소홀했고 마땅한 대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뢰도에 문제가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재 현대차가 보증 연장이라는 카드를 제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엔진 떨림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주행거리가 얼마 되지 않은 신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도 브랜드의 이미지에 타격이 매우 큰데 해결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차주들이 제네시스를 다시 구매하겠다는 마음이 들 리 만무하다.
또한 여기에 당분간은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엔진과 관련된 결함은 단기간에 문제를 정확하게 찾아 이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 만약 구조적인 결함이라면 설계 과정부터 다시 수정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든 GV80 디젤엔진을 개선품으로 교체해 주는 게 아니라면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행 누적거리 5,000km도 채 되지 않은 차량에서 카본 찌꺼기가 누적되어 진동이 발생할 정도라면 단순한 일부 부품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분석해 봐야 한다. 애초에 정확한 테스트를 거친 뒤 완벽한 품질로 소비자들을 맞이했으면 좋았겠지만 매번 현대기아차가 새롭게 선보이는 엔진에선 결함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사건이 계속 이어질까? 눈가림식 대처보단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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