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 해도 아우디는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였다. 싱글프레임 그릴과 도시적인 이미지로 빠르게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였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4륜 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앞세운 안정적인 주행감과 기술적인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여 2010년 판매량 4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모회사인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관련하여 2년 동안 판매 중단 처분을 받기도 했던 아우디는 빠르게 점유율을 잃어가며 점점 늦어지는 신차 출시, 게다가 맥락 없는 프로모션으로 기존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저버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기 차종 A7의 출시와 SUV 모델들 위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다시 한번 국내 시장에서 재도약을 꿈꾸는 아우디이다.
글 Joseph Park 수습기자
아우디 디자인의 당시 방향성을 가장 잘 대표하는 모델로는 프리미엄 세단인 아우디 A6가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의 아우디 A6는 특유의 볼륨감과 정갈한 디자인으로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아우디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이다. 전후면부 펜더에 존재하는 파팅라인까지 디자인적인 요소로서 풀어내는 노련미가 참 인상 깊었던 모델이다.
하지만 발터 드 실바가 아우디의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하게 되면서 이 모델은 5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도 많은 브랜드들이 답습하고 있는 싱글 프레임 때문이었다. 그가 그려낸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은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을 대표하는 요소로 여겨질 만큼 하나의 트렌드 이상이 되어버렸다.
발터 드 실바가 아우디로 부임한 뒤 그는 앞으로 아우디 디자인의 비전을 제시하는 ‘Le Mans Quattro concept, Nuvolari Quattro concept, Pikes Peak Quttro’라는 세 가지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였는데 이 콘셉트 모델들은 추후에 R8, A5, Q7으로 출시되게 된다.
당시 싱글프레임과 균형미 넘치는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우디는 도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 때문에 아이로봇이나 아이언맨 등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출현하기도 하였다.
특히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애용한 R8은 아우디의 미드십 사륜구동 슈퍼카로서 첫 공개 당시 비주얼 쇼크 수준의 파격적인 다자인이었다. 이후 R8은 쉽게 체감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성공적인 슈퍼카로 자리매김하였고 현재까지도 아우디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델이다.
아우디가 국내시장에서 잠시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외에서는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특히 독삼사에서 가장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이다.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가 싱글프레임을 선보인 뒤 후임이었던 볼프강 에거(Wolfgang Egger)는 아우디 디자인 철학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현재는 마크 리히테(Marc Lichte)가 아우디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마크 리히테가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로서 부임한 뒤 그는 2014년 디자인 마이애미 전시장에서 프롤로그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프롤로그 콘셉트는 아우디 디자인의 미래를 보여준 모델이다. 대형 싱글 프레임은 낮게 프런트 엔드까지 닿아있으며 크로스 바는 구조화된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전면부 디자인을 꽉 채우고 있다.
웨지 형태의 얇은 헤드라이트는 고해상도 매트릭스 레이저 기술이 탑재되었으며 실내 인스트루먼트 패널 부 전체가 OLED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등 아우디스러운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되었다.
마크 리히테의 아우디 디자인은 이전 세대 대비 ‘다이내믹’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대담한 면들을 통해 입체감을 극대화하며 이를 여러 가지 디테일로 마무리 짓는다. 그의 디자인은 아우디의 헤리티지를 영위하되 스포티함으로 귀결되는 선과 면의 간결함을 그려내고 있다.
8세대 아우디 A6(C8)에서 이런 특징이 잘 도드라진다. 전면부를 살펴보면 C6 모델까지 싱글 프레임의 모퉁이는 곡선으로 둥근 모서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C7을 거치며 현재는 완전한 육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헤드램프와 과감한 범퍼 에어 인테이크 그릴의 형태 등을 통해 경쟁 모델 대비 가장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우디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화려한 조명 기술이다. 현란한 LED 기술 위주로 많이 홍보되다 보니 조명회사라는 웃픈 별명까지 생겨났다. LED 기술이 보편화되며 기존 전구 타입 램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자동차 브랜드들 중 거의 처음으로 조명을 전담하는 디자인 부서를 따로 만들기까지 했으니 독삼사중에서 빛을 디자인 요소로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제는 많이 대중화된 주간 주행 등의 점등 패턴이나 무빙 턴 시그널 등 아우디가 선보인 빛의 기교는 많은 대중 브랜드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8세대 아우디 A6의 라이팅 디자인은 크게 높아진 라이트 디자인의 자유도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앞뒤로 적용된 사선의 패턴은 첨단의 이미지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화려하게 꾸며지는 맥시멀리즘 디자인을 표방하며 다시 한번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8세대를 거친 아우디 A6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와는 다른 매력의 독일 프리미엄 세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BMW의 다이내믹한 주행 질감과 역동적인 디자인이라는 같은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직선적인 조형과 균형미를 바탕으로 가장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아우디이다.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응원해보며 글을 마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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