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 배달 어플사가 코로나19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인상하여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던 일이 있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90%에 달하는 해당 업체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내에 이러한 양상을 띠고 있는 업계가 한 군데 더 존재한다. 바로 국산차 시장이다.

현재 약 70%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분명히 기형적이다. 때문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모델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실제로 르노 삼성, 쉐보레 등에서 견제 모델을 내놓으며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기대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국내 제조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쉐보레의 세련된
도심형 SUV,
트레일 블레이저
지난 1월, 쉐보레는 트레일 블레이저를 출시하며, 소형 SUV 시장의 1위, 셀토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도심형 SUV의 매력을 담아낸 트레일 블레이저는 소형 SUV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차량의 크기는 길이 4,410 ~ 4,425mm, 너비 1,810mm이며 높이 1,635mm~1,660mm이며, 셀토스보다 크고, 준중형 SUV 투싼과 비교했을 때에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크기를 자랑한다. 2020년형 트레일 블레이저는 가솔린 1.2 터보, 1.3 터보 등 두 가지 트림 구성을 제공하고 있다.

가솔린 1.2 터보 트림은 최고 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가솔린 1.3 터보는 최고 출력 156마력, 최대 토크 24.1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지난 12월 21일부터는 2022년형 트레일 블레이저의 사전예약이 실시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모델에도 2021년형에 포함된 고성능 RS 트림 구성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2 트레일 블레이저는 가솔린 1.3 터보 단일 모델로 출시되며, 최저 가격은 1,959만 원, 옵션을 적용한 최대 가격은 3,269만 원이다.

한때 셀토스를
누르기도 했던
르노 삼성 XM3
셀토스의 대항마로 거론된 또 하나의 차량은 올해 3월 출시된 르노 삼성의 소형 SUV, XM3이다. 차량 크기는 길이 4,570mm, 너비 1,820mm, 높이 1,570mm으로 셀토스보다 크다. 트림은 가솔린 1.6과 가솔린 1.3 터보 등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흡기 방식을 사용하는 가솔린 1.6 엔진의 최고 출력은 123마력, 최대 토크는 15.8kg.m이다.

가솔린 1.3 터보 트림의 경우 최고 출력 152마력, 최대 토크 26.0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최저 기본가는 1,763만 원부터 시작하며, 옵션을 적용한 최대 가격은 2,795만 원이다. 출시 때부터 화제를 모으며 올해 4월에는, 셀토스의 판매량을 꺾기도 했다. 때문에 셀토스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었다.

성능을 한층 강화한
쉐보레 말리부
2018년 11월 국내 출시된 쉐보레의 중형 세단, 말리부도 쏘나타, K5의 기세를 꺾을 기대주로 언급되었던 모델이다. 지난 7월에는 한층 성능을 강화시킨 2021년형 말리부가 출시되며 기대감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가솔린 1.3 터보, 2.0 터보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솔린 1.3 터보의 경우 최고 출력 156마력, 최대 토크 24.1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 2.0 터보의 경우 최고 출력 253마력, 최대 토크는 36.0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차량의 길이는 4,935mm, 너비는 1,855mm, 높이는 1,465mm이며 최저 가격은 2,364만 원부터 시작한다. 옵션을 적용한 최대 가격은 3,358만 원이다.

부분변경을 진행한
르노 삼성 SM6
르노 삼성은 쏘나타와 K5의 독주를 막기 위해 2020년 7월 부분변경을 진행한 SM6를 시장에 선보였다. 트림 구성은 총 4가지이며, 가솔린 트림으로는 가솔린 1.3 터보, 1.8 터보 두 가지 트림을 제공하고 있다. 가솔린 1.3 터보의 경우 최고 출력은 156마력이며 최대 토크는 26.5kg.m이며, 1.8 터보 트림은 최고 출력 225마력, 최대 토크 30.6kg.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 트림만 고려했을 때 차량의 최저 가격은 경쟁 차량과 유사한 2,4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옵션을 적용한 최대 가격은 3,869만 원이다. 차량의 길이는 4,855mm, 너비는 1,870mm이며, 높이는 1,460mm이다. 가솔린 트림 이외에 일반인용, 장애인용의 LPG 2.0 트림도 제공하고 있다.

처참한 중형 세단 판매량,
소형 SUV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앞서 소개한 쉐보레의 트레일 블레이저와 말리부, 르노 삼성의 XM3와 SM6 같은 모델은 출시 전만 해도 현대기아차를 무조건 이길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차량이다. 그리고, 실제 출시 이후에도 품질과 성능 면에서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이들이 현대기아차의 행보를 꺾을 필요 조건은 충분히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현대기아차의 결함 소식이나 품질 이슈가 계속 전해지고 있는 요즘은 쉐보레, 르노 삼성과 같은 견제 기업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모델들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7월부터 현재까지 말리부의 판매량은 2,246대에 불과하며 2.9%의 점유율을 보였다. 동시에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SM6의 판매량도 2,348대로, 점유율은 3.0%에 그쳤다. 같은 시기의 K5와 쏘나타는 각각 38.7%, 22.0%의 점유율을 보인 것과 대비되는 처참한 판매량이다.

소형 SUV 시장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압도적인 1위, 셀토스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는 점은 동일했다. 트레일 블레이저가 출시되었던 1월부터 현재까지의 판매량은 1만 7,903대, 점유율은 9.6% 정도이다. 올해 3월 출시되었던 XM3는 현재까지 3만 1,879대 판매되었으며, 3월부터 집계했을 때의 시장 점유율은 17.0%이다. 두 모델 다 시기는 다르지만, 20%를 넘어가는 셀토스의 점유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쉐보레와 르노 삼성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는 미국 차량이고, 일본 시장에서는 당연히 일본 차량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 이처럼 한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가장 잘 팔린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현재 한국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현대기아차이기 때문에, 높은 위치를 차지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타 제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택지도 다양하고, 친숙하며,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반면, 소모품 정비 편의성 등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쉐보레나 르노삼성은 불편하거나 비싸다는 인식이 현대기아차에 비해 강하다. 때문에 이들은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자리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공고한 인식을 깨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임에도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이 공고해 보이는 자동차 시장의 구조를 뒤엎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가격은 상승하고 있으며, 품질 결함 소식도 계속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존 자동차 시장에 팽배했던 소비자 인식을 깨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르노 삼성과 쉐보레의 행보를 보면, 기존 자동차 시장의 공고한 입지를 깨기는커녕 현재의 입지를 지키려는 노력조차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등의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기간 할인, 파격적인 프로모션 등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을 장악한 기업을 견제해야 할 경쟁 기업이 이처럼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는 좋지만 시장 전략 수립이나 마케팅 실패로 판매량 저조를 겪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잘 대변하는 사례가 앞서 소개한 차량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견제 기업이
물을 좀 마셔줬으면…
현대기아차의 압도적인 점유율은 이들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르노 삼성, 쉐보레 등의 경쟁기업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론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지금의 기형적인 구조를 끊어내고, 판매량 촉진을 이뤄내기 위해선 지금보다 강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충분히 설명했던 것처럼, 현재 공고한 자동차 시장의 인식을 깨부수기 위한 조건은 다 갖춰진 상태이다. 하지만 경쟁 기업이 이런 고리를 깨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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