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상상이 현실로 실현되는 순간이 있다. 실제로 몇십 년 전에는 “있으면 좋겠다”라고 꿈만 꾸던 물건들이, 이제는 현실에 실재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한때 전기차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것이었지만, 2021년인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얹은 아이오닉 5가 연일 흥행하는 가운데, 기아에서도 그들의 역작인 EV6를 전격 공개했다.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 즉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 반영된 디자인에 많은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EV6의 실내 디자인을 본 몇몇 네티즌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어디선가 많이 본 디자인인데?”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EV6 인테리어 닮은꼴에는 어떤 모델들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EV6 실내 디자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기아 EV6 디자인
‘오퍼짓 유나이티드’ 반영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다. 이는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풀어서 말하자면,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바탕으로 서로 대조되는 조형, 구성, 색상 등을 조합하며 시너지를 창출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V6은 ‘오퍼짓 유나이티드’ 철학이 반영된 모델이며, 기아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의지로 본 모델의 디자인에 심사숙고를 더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흔적은 외장 디자인뿐만 아니라, 내장 디자인의 곳곳에 남아있다는 후문이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물리적 버튼의 최소화
본격적으로 실내 디자인을 살펴보자. 전면부를 감싸는 듯한 형상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넓게 펼쳐진 화면과 슬림한 대시보드를 선보인다. 운전자 쪽엔 계기반을 배치했고, 센터 콘솔 쪽엔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설치했다.
내비게이션 화면 하단의 인포테인먼트 및 공조 전환 조작계는 미디어 음량과 실내 온도 등 주행 중 직관적으로 조작이 필요한 버튼 외에 모든 버튼을 터치 방식으로 적용해 실내 중앙부 공간을 최소화했다. 중앙 수납장은 마치 중앙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며,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햅틱 기술을 활용한 터치식 버튼을 부착한 모습이다.
더불어 EV6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전기차 전용 시트가 있다는 소식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문 수납공간 등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아마씨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공정 나파 가죽 시트 등 친환경 소재도 활용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기아 K8과 닮았다
그런데 EV6의 실내를 본 소비자의 반응이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흘러가 화제다. 실제로 몇몇 소비자는 “실내가 K8과 정말 비슷하다”라며 K8을 언급했다. K8은 실내가 공개되고 “제네시스보다 낫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런 K8과 닮았다는 게 나쁜 소식만은 아닐 듯하다.
과연 어떤 점이 비슷하다는 것일까? 그 답은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있었다. K8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및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곡선 형태로 탑재됐다. 바로 이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EV6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사진을 놓고 비교해봐도 이 두 모델의 실내 디자인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모두를 위한 거주 공간
이번에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는 또 다른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실내 디자인을 살펴보자. 아이오닉 5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덕분에 최적화된 공간 설계를 통해 실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대차는 아이오닉 5에 내연기관차의 구조적 한계였던 실내 터널부를 없앤 플랫 플로어를 적용했다. 여기에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콘솔인 ‘유니버셜 아일랜드’, 슬림 해진 콕핏, 스티어링 휠 주변으로 배치한 전자식 변속 레버를 통해 실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내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오닉 5와 EV6
지속 가능한 미래 꿈꾼다
아이오닉 5와 EV6의 공통점에는 뭐가 있을까? 이번에는 지속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아이오닉 5도 역시 EV6처럼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친환경 공법을 대거 적용해 모빌리티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이오닉 5는 가죽 시트 일부와 도어 팔걸이에 재활용 투명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직물을 적용했으며, 도어와 대시보드, 천정과 바닥 부분에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를 사용했다. 이와 더불어 시트 가죽 염색 공정에는 EV6와 동일하게 ‘아마 씨앗’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사용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스위치 등 손이 닿는 부분은 유채꽃과 옥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바이오 페인트가 사용됐다.
“모난 데 없이 깔끔”
“아이오닉 5에 한 표”
그렇다면 EV6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먼저 긍정적인 의견을 살펴보자. 일각에선“모난 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합격”, “아이오닉 5보다 나은데?”라며 EV6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한편, “나는 아이오닉 5에 한 표”라며 EV6의 디자인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도 존재했다. 몇몇 소비자는 “아이오닉 5 실내는 누가 봐도 전기차지만, EV6는 가솔린 엔진을 달아놔도 될 것처럼 생겼다”라는 반응도 더했다. 실제로 EV6의 실내는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 기아차의 스타일을 상당 부분 이어받았다. 아이오닉 5와 달리, 운전석과 보조석도 센터페시아에서 센터 콘솔로 이어지는 구조물로 확연히 구분됐고, 센터 콘솔이 앞뒤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전기차 같지 않아” VS
“난 그게 좋은데?”
앞서 몇몇 소비자가 EV6의 ‘내연기관차 같은 전기차’라는 특징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이 ‘불호’가 모두에게 해당하진 않는다. 오히려 일부 소비자에게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전기차의 장점은 선호하되 기존에 몰던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이질감은 거부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몇몇 소비자는 “전기차라고 해서 꼭 특이한 디자인을 지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더하기도 했으며, “K5와 쏘렌토 등에서 보여준 기아의 디자인적 강점이 전용 전기차에서 전기차 EV6에서도 발휘된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차종이 다르고 브랜드도 다르지만, 형제 회사인 만큼 이 세 모델은 서로서로 일정 부분 닮은 모습을 보여줬다. K8과는 전체적으로 닮은 실내 디자인이 눈에 띄었고, 아이오닉 5와는 전기차라는 특성의 연장 선상으로 모빌리티의 ‘지속 가능성’에 신경을 쓴 모습이 닮아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차이점으로 인해 각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첨예하게 갈리기도 했다. 사실 디자인은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으로 누구의 판단이 옳다고 말하기 힘들다. 타인의 조언을 듣는 것은 필요하더라도, 내가 운전할 나의 자동차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취향이 듬뿍 묻어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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