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매장이나 전자기기 매장에 가서 점원의 권유에 휘둘리다 결국은 처음 생각했던 제품과는 다른 제품을 구매하게 되거나 예상외의 지출이 생기고 말았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새롭게 그랜저를 장만하려는 소비자들은 아마 이러한 상황을 겪기 쉬운 상황에 처해있지 않을까.

현대차가 그랜저의 본격적인 재고 처리에 나섰다. 자동차를 장만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딜러들은 재고 차 구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자동차를 본인의 취향에 맞는 구성으로 장만하려던 소비자들은 만족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인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김성수 인턴

더 뉴 그랜저는 출시 이후
엄청난 실적을 보여주었다
2020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말 그대로 그랜저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출시되었던 그랜저 6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그랜저가 2019년 11월 정식 출시되었다. 출시 전 파격적인 외형 디자인 변화로 호불호가 극명했던 모델임에도 실적은 상상 이상이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그랜저는 총 144,188대라는 어마어마한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이는 동년 판매됐던 승용 차량 실적 2위인 아반떼에 약 2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랜저는 이 해 21.2%라는 경이로운 점유율을 보여주며 본격 국민차 반열에 발을 들였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외형 디자인에 대한 혹평이 대다수였다. 그렇지만 파격적인 디자인은 의외로 높은 연령층으로 한정되어 있던 수요층들의 폭을 한 층 넓히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올해 케이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더 뉴 그랜저 구매 고객의 약 40%가 2030세대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준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가격대 분포를 보이고 있었던 그랜저이기에 국민 차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실제로 웬만한 풀옵션 중형 모델의 가격과 그랜저의 기본 트림 가격대는 상당 부분 겹친다. 이와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그랜저는 올해 3월까지 약 25,000대의 판매량을 보이며 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순풍에 돛 달던 그랜저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이처럼 아직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였던 그랜저의 질주가 예상외로 제동이 걸려있는 상태라고 한다. 최근 그랜저를 장만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딜러로부터 “재고차 중에서 차를 고르시라”는 제안을 받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질적인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본격화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9일, 12일과 13일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중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의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그랜저도 재고 처리 돌입?
이처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맞게 트림 및 옵션을 구성한 신차를 구매할 수 없고, 이미 생산되어 있는 재고차 중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은 반도체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현대차의 재고 처리 상술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불고 있다.

이는 현재 모델인 더 뉴 그랜저가 곧 풀체인지 예정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관계자는 2022년 상반기에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시기가 겹치게 되다 보니 현대차가 본격 재고 처리에 돌입한 것이라는 의혹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더 뉴 그랜저의 풀체인지는 자동차 반도체 수급이 지금과 같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출시된 K8이 엄청난 실적을 이어나가게 되면서 더 뉴 그랜저의 풀체인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관계자의 언급이 없었다 해도 K8이 출시되었던 시점에서 그랜저 풀체인지 출시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을 거다. 이미 그랜저와 K8 이전에도 기존의 모델보다 더 뛰어난 모델이 출시되고, 또 그 모델보다 더 뛰어난 방향으로 부분변경 혹은 풀체인지가 일어나곤 했으니 말이다.

현대차의 기존 모델 변화 주기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
결국 주된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때문이겠지만 현대차도 조만간 그랜저의 재고도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이기에 소비자들이 보기엔 재고 처리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또 다른 의혹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그랜저의 부분변경 출시가 예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풀체인지 모델의 출시가 2022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 사이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여유도 없고 이유도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반도체 수급 난항으로 신차 생산까지 중단된 상태인데 부분변경 모델의 소식은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어찌 되었든 소비자들은 풀체인지 모델의 출시가 임박한 것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너무나 잦은 변경 주기와 이에 따른 차량 가격 상승이 주원인이었다. 일각에서는 장만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가 잦은 변경으로 인해 헌차가 되어버린 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금씩 뜯어고치고 가격은 또 수백만 원씩 오르겠네”, “현기는 디자인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몇 년만 지나도 헌차 느낌이 나버린다”, “1년 만에 구형되어버리는 건가”, “무슨 인테리어 회사냐” 등등 잦은 변경 주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두드러진 변화가 있다면
그나마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않을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연이어 불어닥친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 생산에 차질이 생긴 현 상황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랜저의 풀체인지 시기와 애매하게 맞물리다 보니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좋은 스펙을 갖추고서 출시된 신 차를 뛰어넘기 위해서 더 좋은 스펙을 지니고서 신 차를 출시하는 구도는 분명 소비시장 전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이토록 불만을 재기하는 데에는 향상된 요소는 미미한 체 제품의 가격만 오르는 상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그랜저 풀체인지 모델은 성능과 가격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성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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