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stagram)

최근 반도체 수급난으로 점점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모델이 많아지는 추세다. 현대차 역시 이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저번 달에는 일시 휴업까지 감행한 바 있다. 모든 모델에 출고 지연이 선고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투싼은 특히 소비자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안겨주었다.

다른 모델은 적어도 3개월이든 6개월이든 출고 일정이라도 명시해 줬지만, 투싼은 출고 일정조차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현대차가 보낸 문자 때문에 안 그래도 기다림에 지친 투싼 예비 차주들과 네티즌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반도체 수급난과 투싼 생산 차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차량용 반도체 대란
현실화됐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휴업을 거듭하면서 거의 모든 모델의 출고가 짧게는 4주, 길게는 6개월 이상 미뤄지고 있다. 반도체 대란 이전에는 신차 주문 시 출고까지 고작 2~3주가 소요됐다.

이에 어김없이 주력 차종의 출고 대기 기간도 크게 늘었다. 현재 1만 5,000여 대가 밀려 있는 아반떼는 평소라면 2~3주 안에 차량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10~11주 이상을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하다. 제네시스 GV70은 생산 대기 차량이 1만 2,000여 대로, 지금 계약하면 2.5T 가솔린 기준 3개월, 2.2D와 3.5T 기준 5주를 기다려야 한다.

스타리아, 포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형 상용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출시된 스타리아의 출고 대기 기간은 라운지 기준 3개월, 투어러 기준 6~7주다. 현대차의 1톤 트럭 포터 역시 최소 5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차 영업 관계자는 “이달 예상 생산 계획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유동적이어서 고객에게 실제 출고가 언제 될지 정확히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반도체 수급 불안정이 계속된다면 차종별 추가 지연 가능성도 있다”라며 부정적인 미래를 점쳤다.

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
“마이너스 옵션 형태로
계약해 주세요”
기아 역시 차종에 따라 출고 지연 현상을 겪고 있다. 먼저 K5는 LPI와 하이브리드 기준 7~8주가 소요된다. 여기에 신규 출시한 K8은 신차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 특정 옵션을 넣으면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해 안 출고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아는 영업 현장에 “특정 옵션을 빼도록 고객에게 안내하라”라는 공지를 내려보낸 바 있다. 실제로 기아 영업 관계자는 “K5와 K8는 선루프를 넣으면 예상 납기일이 7~8주까지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더하여 “RSPA 역시 부품 수급에 기약이 없어서 고객에게 마이너스 옵션 형태로 계약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투싼의 인기
계약 대수만 3만여 대
투싼의 인기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쌓여 있는 계약 대수가 3만 882대를 돌파했다. 이는 사실상 당장 현대차가 생산해내야 하는 물량이다. 투싼은 현대차 전 차종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계약 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투싼의 계약 대수가 쌓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과감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크기는 싼타페만큼 커졌기 때문에 투싼을 패밀리카로 활용하고자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또한, 각종 첨단 및 안전사양까지 있지만, 그에 비교해 가성비도 좋은 편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사진=전자신문)

투싼은 출고 일정조차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가 투싼 계약 고객에게 투싼의 출고 일정조차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해 화제다. 위의 사진을 살펴보면 특정한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차량 인도까지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점 사과드린다”, “납기 단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적혀있다. 이렇듯 상세한 일정을 안내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차 역시 차량 인도 일정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5월 차종별 납기 일정 자료에 따르면 이달 신차 신규 주문 시 출고까지 대기 기간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 소요된다. 그런데 현대차 가운데에서도 투싼의 출고 적체가 가장 심각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투싼과 투싼 하이브리드 대기 물량이 무려 3만여 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에 근거한다면, 일단 적어도 올해 안에는 차량 인도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다.

(사진=전자신문)

현대차의 문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그런데 사과의 의미로 전달된 문자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됐다. 안 그래도 긴 대기 기간에 뿔이 난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대기 원인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자 내용에는 ‘폭발적인 고객님들의 성원’이 출고 지연의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출고 지연의 이유에는 ‘폭발적인 성원’ 외에도 ‘반도체 수급난’도 분명 존재한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이 문자를 적은 직원과 그걸 승인한 상사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거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이 와중에도 광고하는 건가?”
“부품도 없는데 계약부터 받았냐”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각에선 현대차의 문자 내용을 두고 “‘폭발적인 성원으로 지연’은 무슨… 부품 없어서 못 만들면 ‘자재 수급 부족’으로 지연된다고 말하면 되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다. 그냥 깔끔하게 밝히면 안 되나?”, “이 와중에도 잘 팔리고 있다고 광고하는 건가?”라며 비판적인 반응이 포착됐다.

문자 내용 외의 본질적인 비판도 있었다. 몇몇 소비자는 “부품도 없는데 계약부터 받고 차 팔았냐”, “차도 아파트처럼 제작 후 판매 광고해라”라며 끝없이 길어지는 대기 기간에 불만을 제기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 있다. 독자 모두 알고 있듯이 뻔히 보이는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고 한다는 뜻이다. 앞서 네티즌의 부정적인 반응에서 살펴봤듯이, 현대차가 보낸 문자의 ‘폭발적인 고객님들의 성원’이 이와 걸맞은 사례가 될 듯하다.

물론, 투싼의 인기가 좋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폭발적인 고객님들의 성원과 더불어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출고가 지연된다고 명확히 명시했다면, 괜한 오해를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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