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기차동호회)

미디어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강조되는 부분은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경위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는데, 미디어를 통해 일부만 띄엄띄엄 인식한다면 같은 현상이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내수 차별 논란에 휩싸인 아이오닉5의 상황이 비슷하다. 북미 수출형 아이오닉5 모델에 국내 모델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내수 차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내수 차별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이슈와 아이오닉5 내수 차별 논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한국발 전기차 아이오닉5가
뜨거운 시장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키워드가 강조되고 있고,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는 탄소 배출 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완성차 제조사들은 강화된 탄소 배출 규제를 맞추기 위해 친환경 차량 개발에 착수해야 했다. 물론 양산형 전기차의 가능성을 보여준 테슬라의 영향도 컸다.

이전까지만 해도 내연 기관에 비해 낮은 주행 성능과 충전 문제로 골프용 카트 정도로만 활용되었던 전기차를 테슬라가 양산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전기차의 가능성을 확인한 완성차 제조사들이 하나 둘 전기차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현대차도 자체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전기차, 아이오닉5를 선보였다.

출시 때부터
주행 거리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V2L부터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실내 공간까지, 아이오닉5는 이전까지 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바로 주행 거리 이슈이다. 아직 충전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았고, 충전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전기차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점쳐지는 것이 바로 주행 거리이다.

앞서 현대차는 E-GMP를 발표하면서 최대 500km 이상의 주행 거리 성능을 보일 것이라 홍보했으며, 이를 적용한 아이오닉5도 43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환경부 공식 인증 수치가 400km 초반으로 나오고, 이마저도 고용량 배터리 탑재 모델인 롱레인지 트림의 성능이라는 내용이 전해지며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가 도마 위로 올랐다.

최근, 북미 수출형 아이오닉5
배터리 용량이 내수형 차량보다
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이러한 논란에 기름을 붓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미 시장 수출형 아이오닉5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내수형과 다르다는 소식이다. 국내형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용량은 72.6kWh이지만, 북미형 아이오닉5에 장착되는 배터리 용량은 77.4kWh이다.

약 5kWh 정도의 용량 차이를 보이며, 이는 전기차에서 약 30km 정도 주행이 가능한 용량이다. 실제로 국내와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측정되는 EPA 주행 거리 인증 결과,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 가능한 거리는 482km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해당 소식을 접한 국내 소비자들은 내수 차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사진=달서소방서)

코나EV부터 배터리 소송까지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이오닉5의 북미형 모델에 국내와 다른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 내수 차별 때문일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코나 EV 화재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코나 EV 차량에서 잇단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

조사 결과, 해당 화재는 LG 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생산 공정 중 발생한 배터리 셀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코나 EV 리콜 금액의 70%를 LG 에너지솔루션에서 부담하기도 했다. 이후 전기차 안전성 이슈를 의식해서인지 현대차는 아이오닉5에 전량 SK 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SK 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아이오닉5를 북미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니, 또 문제가 발생했다. 앞서 SK 이노베이션은 LG 화학과 북미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 관련 소송을 진행했으며, 이에 패소하여 향후 10년간 북미 시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일이 금지되었다.

때문에 북미 수출형 아이오닉5 차량에선 SK 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오닉5 등의 차량에서 사용하는 배터리 팩 방식은 제조사 별로 용량이 다르게 제조되기 때문에, 북미 수출형 아이오닉5 용량이 국내형 배터리 용량과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유럽형은 내수형과
배터리 용량이 똑같다
실제로 국내보다 먼저 인증을 진행한 유럽 수출형 아이오닉5의 경우, 국내형과 용량 차이가 나지 않는다. SK 이노베이션 제품을 규제하는 북미 시장과 달리, 유럽 시장에선 SK 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어 국내와 동일한 배터리가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아이오닉5 출시 이전, 현대차는 유럽에서 측정한 아이오닉5의 주행 거리가 500km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측정 방식의 문제로, 유럽의 주행 거리 측정 기준이 국내에 비해 관대하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이다.

섣부른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아이오닉5 내수 차별 논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팔 때는 국내와 수출 모델이 차이가 없다면서, 리콜할 때는 항상 다른 제품이라고 하더라”, “만만한 건 언제나 국내 소비자다”, “아이오닉5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등 부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상황 맥락에 대한 판단 없이 섣부르게 내수 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반응도 상당수 존재했다. “북미에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어서 생긴 문제일 뿐이다”, “원통형 배터리에 비해 팩 배터리는 제조사별로 용량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내수 차별이란 말은 가짜 뉴스 선동이랑 다를 게 없다” 등의 비판을 가했다.

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회복하길 바란다
국내형 모델과 수출형 모델이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내수 차별 의혹을 제기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북미 시장에서 리콜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차량에 대해 국내에선 아무런 조치가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신이 표출된 것일 수 있겠다.

이러한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현대차는 수출형 쏘나타와 국내형 쏘나타를 정면충돌 시키는 실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실험보다도, 실제 차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품질 개선과 결함에 대한 철저한 대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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