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8 사전계약을 성황리에 끝낸 기아 내부 직원들은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산 준대형 세단 시장의 높은 장벽과도 같았던 현대 그랜저의 기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철옹성 같았던 그랜저의 벽을 부쉈다는 것은 기아로써 매우 의미가 큰일이다.

그러나 K8 첫 달 판매량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렇게 잘 나간다던 K8이 오히려 실제 판매량에선 그랜저에 밀리는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이를 두고 현대차 관계자는 반전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렇게 성공적인 계약 건수를 기록했다던 K8의 첫 달 판매량이 그랜저를 넘어서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K8과 그랜저 판매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성공적인 사전계약
현대 그랜저를 넘어서다
“국산 준대형 세단의 품격을 높이겠다”라며 기아가 야심 차게 출시한 K8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라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K8은 그랜저와 경쟁하던 K7의 후속작으로, 전륜구동 기반 세단이지만 길이를 5m 이상으로 늘려 고급 세단을 표방하며 출시된 자동차다.

차급이 이전보다 올라갔지만 여전히 경쟁 상대는 현대 그랜저이며, 많은 소비자들은 철옹성 같던 그랜저 판매량을 K8이 넘어설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초반 사전계약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실제로 K8이 그랜저를 꺾어버린 것이다. K8은 사전계약을 시작한 첫날 1만 8,015대를 기록했으며, 더 뉴 그랜저는 1만 7,294대에 그친 바 있다.

대수로 치자면 약 700대 차이로 엄청난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국산차 판매량 1위 그랜저를 꺾었다는 사실은 분명 기아에게 자랑스러운 타이틀이 될 수 있다.

“그랜저 절반 수준”
막상 첫 달 판매량은
반전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런 좋은 분위기도 잠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뒤 K8의 첫 달 판매 실적은 그랜저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정확한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 4월 그랜저는 9,684대, K8은 5,017대가 판매됐다. 과거 데이터도 한번 살펴보자. 그랜저는 꾸준히 매월 국산차 판매량 1~2위를 다퉈왔으며, 지난 1월 8,081대, 2월 8,563대, 3월 9,217대를 판매했다.

반면 K8의 이전 모델인 K7은 1월 1,709대, 2월 1,528대, 3월 2,474대가 팔렸다. K8로 넘어오면서 판매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그랜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K8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랜저를 넘어서긴 역부족인 걸까?

그랜저와 K8은
공장 생산 캐파가 달라
자동차 판매량이 그 차의 흥행 지표로 자주 활용되지만, 여기에도 어느 정도의 허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그 차가 많이 팔리거나 적게 팔렸다고 해서 흥행을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전계약으론 그랜저를 씹어먹었다던 기아 K8 첫 달 판매량이 저조했던 이유는 K8 생산량이 그랜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그랜저 조립라인과 K8을 생산하는 기아 화성공장 K8 조립라인에서 매월 생산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이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 역시 “출시 첫 달 물량 공급이 원활치 않았으며,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생겨 첫 달 판매량이 예상치보다 낮게 나왔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반도체 수급난과
판매일 수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수급난 역시 K8의 출고가 제대로 되지 못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기아는 이미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일부 반도체를 제외한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시 차를 빨리 받아볼 수 있다며 계약을 진행한 차주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했다. 만약 해당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오는 10월까지는 기다려야 제대로 된 생산이 가능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많은 예비 오너들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반도체 수급난은 그랜저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K8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로 묶기에는 다수 무리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와 함께 K8은 4월 8일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판매 영업일수에서도 불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년까진 허리띠 졸라매야죠”
현대차 관계자의 반응
기아 K8의 사전계약 흥행과 첫 달 판매량을 확인한 현대차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랜저가 풀체인지 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그랜저 풀체인지 전까진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 않겠냐”라며 “그래도 그랜저라는 네임밸류가 있기 때문에 연식 변경을 통해 상품성 개선으로 충분히 대응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년에 나올 신형 그랜저는 더 멋진 모습으로 데뷔할 거니 급하지 않은 사람들은 신형 그랜저를 기다리는 게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함께 남겼다. 현재 그랜저는 내년 풀체인지가 예정되어 있으며, K8보다도 더 큰 대형급 세단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차를 사야 한다면
그랜저보단 K8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현대차 관계자의 말대로 지금 당장 급하게 차를 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년까지 신형 그랜저를 기다려봐도 좋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랜저가 현행 K8보다 더 나은 상품성을 가지고 출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엔 또 K8도 연식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할 것이고 그렇게 두 차량의 엎치락뒤치락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 당장 준대형 세단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이라면 그랜저보단 신차인 K8에 더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랜저는 아직도 구형 2세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K8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딱히 상품성 측면에서 더 나을 게 없으므로 지금 당장은 K8의 흥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름 빼면 K8 완승”
“지금은 무조건 K8”
네티즌들 반응 살펴보니
네티즌들 역시 그랜저보단 K8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그랜저는 3개월 대기인데 K8은 10월에도 차가 안 나온다더라”, “사고 싶어도 차가 안 나와서 못 사는 차”, “지금 시점에 그랜저는 살 이유가 딱히 없다”, “상품성 디자인 모두 K8 압승”, “그랜저가 K8보다 나은 건 이름밖에 없지 않나”라는 반응들 보이는 중이다.

일각에선 기아의 생산 물량을 지적하는 네티즌도 존재했다. “K7 때도 생산 물량 때문에 항상 대기 줄어 길었다”, “기아는 잘 팔리는 차 생산 물량 좀 조절해라”, “실컷 사전계약 받아놓고 생산도 못하고 기다려야 되면 이건 사기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어쨌든 결론은, K8의 흥행은 계속될 것이며 생산 물량이 조절되지 않는 한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판매량으로 그랜저를 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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