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마세라티가 오랜만에 신차 소식으로 근황을 전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신차는 기블리의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독자 여러분들은 ‘마세라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를 여쭙고 싶다.

필자는 역시나 이탈리아 기업답게 20세기 F1 그랑프리를 휩쓸었던 과거가 생각난다. 이탈리아 브랜드는 레이싱 DNA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너무 섭섭하지 않은가. 그런 레이싱 DNA가 충만한 브랜드 중 하나인 마세라티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신차가 매우 화제다. 그간 마세라티에선 볼 수 없었던 자동차이기도 하며, 어쩌면 마세라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비치며 갑론을박을 이어가는 상황.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이야기다.

 권영범 수습 에디터

마세라티의 엔트리급
모델을 담당하는 녀석
기블리라는 명칭을 쓰게 되는 건 FCA로 인수합병되면서 쓰이게 된 이름이다. 이 기블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꽤나 먼 과거까지 여행을 해야 하는데, 때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 기블리의 이름은 Tipo AM115로 1967년 처음 세상에 나왔고, 원래는 2인승 쿠페의 개발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실제로도 기블리라는 네이밍을 쓰기 전까진 2도어 쿠페의 형태로 출시되었다.

이 AM115는 1966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되었고, 당시 28세였던 젊은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담당했다. 역시나, 주지아로 디자인답게 직선미를 잃지 않으면서 디테일한 요소를 잃지 않고, 곡선적인 느낌이 적절히 조화로운 게 딱 그의 디자인 폼이 여실 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하튼, 초대 기블리인 AM115는 V8 4.7L 엔진을 사용했는데, 살짝 특이점은 엔진오일 유압방식을 드라이 섬프 방식을 적용했단 점이다. 아무래도 무게중심을 위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5단 수동 변속기 혹은 3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하여 310마력을 발휘했다.

0-100km/h 가속은 6.8초였고, 최고 시속 250km/h까지 마크한다. 이후 1969년에 더 강력해진 SS 버전을 내놓았다. 이 SS 버전은 동일한 V8 엔진에 보어를 확장한 4.9L 엔진을 탑재했고, 최대 출력 330마력, 최고 속도 280km/h를 마크했다. 1973년에 단종을 맞이했고, 이후로 꽤 긴 시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1992년 2세대 기블리
AM336 탄생
1992년 19년 만에 토리노 모터쇼에서 돌연 등장했다. 새롭게 돌아온 기블리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차가 돼버렸는데, 유선의 부드러움과 직선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왔다. 완전히 각진 차가 돼버렸으며, 란치아 델타와 흡사한 프론트 마스크를 보여준다.

이 새로운 기블리는 2.0L 트윈터보가 탑재된 뱅크각 90도 V6 엔진이 탑재되었고, 최대 출력 302마력, 수출형의 2.8L 엔진은 280마력이 존재했다. 199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17인치 알로이 휠의 디자인이 변경된 마이너 체인지 버전이 발표되었다. 1992년부터 1994년까지 ZF 사의 5단 수동변속기가 장착되었으며, 1995년부터 단종되는 1998년까지는 게트락제 6단 수동변속기를 물려서 생산하였다.

전 세대 모델들은 2도어 쿠페 혹은 GT카였다. 현행 나오는 모델로 풀 모델 체인지가 되면서 4도어 준대형 세단으로 변형되었는데, 이는 슬픈 사연이 있다. 대부분의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그러하듯이, 마세라티도 1980년대부터 슬슬 하락세를 보여주더니, 21세기 들어서는 바닥에서만 놀아나는 신세가 돼버리고 말았다.

이후, 콰트로 포르테와 그란투리스모 등의 대형 세단과 쿠페로 어떻게든 생명줄을 연장하다가 2013년 마세라티의 운명을 바꿔준 게 바로 기블리다.

당시 엔트리급으로 내놓은 새로운 모델인 기블리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원래의 마세라티 또한 진입장벽이 높은 편에 속하였고, 페라리와 동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기에 기블리 또한 출시한다는 이야기가 돌때 당연히 비쌀 것이란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 예상을 뒤엎어 버리고 BMW의 5시리즈 혹은 아우디의 A6급 정도의 대안급이 이탈리아 브랜드에서 탄생했으니, 심지어 마세라티에서 탄생했다고 하니 대박이 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급격한
하락세
기블리의 한국 출시는 2013년 9월에 출시되었다. 콰트로 포르테와 함께 공유하는 3.0L V6 엔진은 최대 출력 350마력, 최대 토크 51.0kg.m를 내뿜는다. 디젤은 동일한 3.0L V6이며, 최대 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발휘하였으나, 두대다 엔진이 상당히 약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경고등 점등은 예삿일이며, 보통 엔진 자체의 결함으로 인하여, 브랜드 명성의 오점을 남겼다. 심지어 엔트리급 모델의 포지션을 취하고 나온 차들과 너무도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차량의 무게가 2톤을 넘긴다.

4륜 모델의 공차중량은 2,070kg이며, 후륜구동 모델 또한 정확하게 2,000kg이다. 당시의 경쟁 차량이던 지금은 단종된 540i의 공차중량이 1,850kg인 걸 생각하면 더더욱 무거운 수치다.

무거운 만큼 공인연비 또한 낮다. 7.4~7.9 km/l가 측정되는데, 7.4km/l의 연비는 4륜 구동, 7.0km/l의 연비는 후륜구동의 연비로 동급 경쟁사 BMW의 540i 공인연비가 10.2km/l인 걸 감안한다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그런 기블리가
하이브리드를 가지고 나왔다
이번 마세라티는 첫 번째 전동화 모델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여기서 특이점은 하드 타입의 하이브리드가 아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여 나왔다.
이번 마세라티 코리아의 입장은 “디젤보다 빠르고, 가솔린보다 친환경적이면서 브랜드 특유의 배기음을 유지한 마세라티 최초의 하이브리드”라며, 하이브리드에 감성을 더한 것을 강조하였다.

이번 뉴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제원은 최대 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45.9kg.m로 2.0L L4 형식의 터보차저를 얹은 가솔린 엔진이다. 기본형과 그란루소, 그란스포트 세가지 트림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1억 450만 원 ~ 1억 215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복합연비는 8.9km/l로 문제는 여기서부터 논란이 시작되었다.

하이브리드인데
8.9km/l?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연비와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원색적인 목표를 가진 하이브리드가 아닌, 이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48V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이용하여 내연기관의 동력을 기본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이점은 역시나 차량의 구조를 크게 뜯어 고치 않고 바로 응용이 가능하단 점이며, 바로 덧붙여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체로 차가 출발하는 발진 상황에서 부족한 힘을 보태주거나, 저속에서 미리 엔진을 꺼서 불필요한 구동을 줄이는데 역할을 한다. 여기에 48V라는 넉넉한 전력으로 인해 터보차저를 보다 원활히 제어해 반응성을 높이는 이점도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자체가
드라마틱 한 효과를 불러오진 않는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간단한 설명을 하였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어시스트의 역할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그리하여 기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유수의 차량들을 보면 기존 대비 10~20%가 향상된 효과를 보여주며 요즘 나오는 하드타입의 하이브리드처럼 엄청난 효율의 연비를 기대하긴 힘들다.

여기에 기블리의 공기저항 계수가 0.31cd로 고성능 자동차 치곤 다소 높은 저항 계수를 가지고 있다. 이 0.31cd의 결과물은 대략 10~15년 전 슈퍼카와 비슷한 수준이다.

위에 표를 보면 알다시피 기블리의 전폭은 1,945mm로 전면 투영 면적을 결정하는 게 전폭인데, 당시 경쟁상대였던 G 바디 540i의 전폭이 1,868mm인 걸 생각한다면, 기블리 또한 8.9km/l라는 수치가 수긍이 간다.

2013년 출시 이후
뚜렷한 변화가 없다
따지고 보면, 논란의 중심인 연비는 크게 문제가 안될 수 있다. 기블리의 첫 출시가 2013년도에 이뤄졌는데, 그 이후로 페이스리프트는커녕 마이너 체인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파워 트레인이 변화한 것은 고사하고,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마저 2013년의 향기 그대로다. 이건 잘 팔리고 싶어도 좀 있으면 10년을 바라보는 플랫폼 차량을 아직까지 1억을 넘게 주고 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선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심지어 2013년 출시 당시에도 실내공간에 대한 지적이 존재했는데, 지금 시선에서 바라본 기블리의 실내공간은 좁아도 너무 좁다.

굳이 마세라티 아니더라도, 1억이 넘는 가격대면 선택지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며, 보다 더 효율적이고, 보다 감가가 덜한 브랜드 밸류가 높은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만의 배기 감성을 원해서 선택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정말 마세라티 매니아가 아니라면
쉽게 손대지 못할 차
오늘은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에 대해 알아봤다. 마세라티 브랜드 자체의 역사와 전통은 정말 나무랄 게 없다. 심지어 배기음의 감성은 역시나 페라리만의 사운드를 통해 독보적인 존재를 알리기도 좋고, 드라이버의 오감을 만족시키는데 이만한 게 없다.

그렇지만, 너무 오랫동안 버텨온 바디는 어느덧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마세라티가 정말 신차효과를 누리면서 대박 나고 싶다면, 최소한 두드러지는 변화라도 가지고 와야 팬들 혹은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하이브리드의 전망은…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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