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국산 승용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그랜저였다. 6세대 IG 출시 후 판매량이 크게 높아져 쏘나타를 제치고 국민차 자리에 등극했다. 2019년 말,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후에는 판매량이 더 증가해 매달 8천 대 이상 팔았다.

그러다 지난 7월, 오랜만에 그랜저의 판매량이 5천여 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순위도 6위로 내려왔다. 특히 K8이 그랜저보다 더 많이 판매했다. 하지만 그랜저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를 알게 되면 K8은 사실상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게 된다.

이진웅 에디터

전체적으로 감소세
그랜저가 6위로 떨어졌다
먼저 올해 7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 TOP 10부터 살펴보자. 먼저 10위는 팰리세이드다. 총 4,695대 판매했으며, 전월 대비 감소했지만 순위는 동일하다. 9위는 G80다. 총 5,028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감소했으며, 순위는 1단계 떨어졌다. 8위는 봉고3다. 총 5,163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감소했으며, 순위는 4단계 떨어졌다.

7위는 K5다. 총 5,205대를 판매했으며,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순위는 2단계 상승했다. 6위는 그랜저다. 총 5,247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44%나 감소했다. 순위는 5단계 떨어져 오랜만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5위는 아반떼다. 총 5,357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순위는 1단계 상승했다.

4위는 카니발이다. 총 5,632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감소했으며, 순위도 1단계 떨어졌다. 3위는 K8이다. 총 6,008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증가했다. 순위는 4단계 상승했다. 2위는 쏘렌토다. 총 6,339대를 판매해 전월보다 증가했다. 순위는 3단계 상승했다. 1위는 포터2로 총 8,804대를 판매했다.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순위는 1단계 상승했다. 쏘렌토와 K8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쏘렌토 승용차 판매 1위
K8이 그랜저 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쏘렌토가 풀체인지 출시 후 처음으로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한 점과 K8이 그랜저를 이겼다는 점이다. 쏘렌토는 현행 4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싼타페가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지만 혹평 받는 디자인과 하이브리드의 존재(싼타페는 지난 7월에 하이브리드 출시)로 쏘렌토의 독주가 계속되었다.

지난 4월 출시된 K8은 전작인 K7 대비 많은 향상이 이루어졌다. 3세대 플랫폼으로 교체되고 전장을 5미터 이상으로 늘렸으며, 3.0 가솔린을 3.5 가솔린으로, 2.4 하이브리드를 1.6 터보 하이브리드로 교체했다. 옵션 사양도 대폭 향상되었다.

하지만 둘 다 그랜저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그랜저는 2019년 페이스리프트 출시 이후 지금 가지 매월 8천 대 이상을 판매하면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끔 상용차인 포터 2에 밀리긴 했지만 승용차 판매 1위는 그랜저가 계속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5천여 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내려왔다. 이로 인해 쏘렌토는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K8은 K7 프리미어 이후로 오랜만에 그랜저를 이겼다. 그 외 그랜저보다 이번에 많이 팔린 차는 아반떼, 카니발, 포터2가 있다. 그 외에 쏘나타는 이번에 2,885대를 팔아 20위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아산공장 / 한국경제

지난 7월 중순부터
아산공장 생산라인 정비 돌입
7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K8이 그랜저보다 많이 팔았지만 그랜저가 판매량이 떨어진 이유를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K8이 그랜저를 이겼다고 보기 어렵다.

그랜저가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는 아이오닉 생산 준비로 인한 생산라인 정비를 시작했기 대문이다.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 5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현대차는 공장을 재정비 후 다음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6 출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대차 아산공장 / 뉴스토마토

아이오닉 5가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것과 달리 아이오닉 6는 아산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동급 모델인 쏘나타가 생산되다 보니 아이오닉 6를 아산 공장으로 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장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연간 30만 대 생산 능력은 유지하고 새로운 라인 증설이 아닌 기존 라인을 일부 조정해 아이오닉 6를 함께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7월 13일부터 7월 말까지 공장을 휴업했으며, 여기에 8월 첫 주 하계 여름휴가를 더해 총 4주 가까이 전기차 설비 공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8월 9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2주 조금 안된 기간 동안
5,247대를 생산해 인도한 것
즉 그랜저는 전기차 설비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차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월 대비 판매량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 판매 통계는 계약 기준이 아닌 차량 등록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계약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된 시점부터 실질적으로 판매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 달 동안 K8은 6,008대를 판매한 반면, 그랜저는 2주가 조금 안된 기간 동안 5,247대를 판매했다. 불과 800대 차이다. 만약 그랜저가 한 달 동안 제대로 생산했으면 그랜저는 K8을 큰 차이로 제치고 7월에도 판매량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역시 그랜저의 네임밸류는
뛰어넘을 수 없다는 반응
그랜저가 2주가 안되는 기간 동안 K8과 큰 차이 없는 판매량을 보였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역시 그랜저의 네임밸류는 뛰어넘을 수 없네”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보다 그랜저의 위상은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랜저는 고급차로 인정받고 있다. 거기다가 30년 이상 장수해 오면서 고급차로서 그랜저의 브랜드 가치도 상당히 높다. 디자인 논란이 있고, 새로 출시된 K8에 비하면 상품성이 밀리는 편이지만 브랜드 가치가 매우 높다 보니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K8도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어
제대로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일부에서는 제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K8은 7월에 공장 가동 중단 없이 계속 생산하긴 했지만 반도체 부족난으로 인해 매달 생산량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만약 반도체가 원활히 공급되었다면 K8 판매량도 이보다 더 많아졌을 수 있다.

실제로 대기 물량은 그랜저보다 K8이 더 많다. 출고 대기 기간도 그랜저는 7월에는 7~9주 정도였으며, 현재는 5~6주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K8은 5~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즉 지금 계약하면 재고차나 전시차가 아닌 이상 내년에 차를 받을 수 있다.

K8의 7월 생산 계획을 살펴보면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G는 합쳐서 5,70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는데, 배정 요청은 생산 계획보다 약 5배가량 많은 2만 7,445대다.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2,800대가 생산 예정이지만 배정 요청은 생산 계획보다 약 6배 정도 되는 1만 6,455대다.

반면 7월 그랜저 생산 계획을 살펴보면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G는 합쳐서 2,24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는데, 배정 요청은 2,657대다. 2.4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1,25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는데, 배정 요청은 2,254대다. 전기차 생산 설비 공사로 기존보다 생산 예정 대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정 요청량은 적은 편이다.

8월 K8 생산 계획을 살펴보면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G는 합쳐서 4천 대가 생산될 예정인데, 배정 요청은 무려 2만 7,462대나 몰려 있다.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8월에 2,350대가 생산될 예정인데, 배정 요청은 무려 1만 7,329대나 몰려 있다. 합쳐서 8월에 6,350대 생산이 예정되어 있는데 배정 요청 물량은 무려 4만 4,791대로 7배나 많다.

반면 8월 그랜저 생산 계획을 살펴보면 2.5 가솔린, 3.3 가솔린, 3.0 LPG는 합쳐서 3,800대가 생산될 예정인데, 배정 요청은 4,205대다. 2.4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2,200대가 생산될 예정인데, 배정 요청은 3,626대다. 총 6천 대가 생산될 예정인데 배정 요청은 이보다 1,831대가 더 많은 7,831대다. K8에 비하면 상당히 여유롭다. 다만 빌트인 캠을 선택하면 1~2주 더 길어진다고 한다.

배정 물량이 워낙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K8도 이슈 없이 제대로 생산한다면 월 9천 대 이상 판매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그랜저 풀체인지가 나오면 그랜저가 압도적인 차이로 다시 K8을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