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면에 존재하는 키드니 그릴을 이야기할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디자인은 수차례 변경되었지만 키드니 그릴은 항상 빼놓지 않았으며, 시대에 따라 그릴 형태가 여러 가지로 변경되었다. 아마도 그릴 하나만으로 변천사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요즘 BMW 디자인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릴 크기가 커져가더니 요즘에는 뉴트리아라고 불리는 세로로 길어진 그릴이 적용된 차가 점차 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2040년쯤 되면 전면에 그릴만 남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러다 현실화될 판이다.

글 이진웅 에디터

독창적인 디자인을 위해
그릴을 양쪽으로 나눈 것이 시초
우선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키드니 그릴의 변천사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옛날 자동차들은 냉각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릴이 거의 전면을 차지했다. 사실상 그릴이 전면의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도 처음 자동차를 생산할 당시에는 다른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전면 전체를 그릴로 채웠다.

키드니 그릴이 처음 적용된 것은 BMW의 첫 4륜 모델인 303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경쟁 모델들과 차별화를 위해 전면 전체에 걸쳐 하나의 그릴을 적용한 것이 아닌 두개로 분할해 적용했다. 당시 엔진룸이 세로로 긴 형태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릴 형태가 세로로 길어진 형태가 되었다. 303의 그릴 디자인은 꽤 혁신적이었으며,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가장 신장에 가까운 형태
1960~1970년대
그러다 1960년대에 들어서 자동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동력 관련 부품들의 크기가 점차 작아져 엔진룸 크기도 작아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릴 크기도 자연스럽게 작아지게 되었다. 1966년 출시된 BMW 2002를 살펴보면 기존 그릴에서 상하 높이를 줄여 그릴 크기가 상당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닛의 높이가 낮아진 M1에서는 극단적으로 작아진 형태의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었다. 물론 키드니 그릴만으로는 냉각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릴 옆에 공기 흡입구를 더 만들어 보완했다. 1970년대 등장한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 역시 상당히 작은 키드니 그릴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때 당시 키드니 그릴이 가장 신장과 가까웠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부터
그릴이 점차 커지기 시작
1980년대부터 키드니 그릴은 양쪽으로 점차 길어지기 시작했다. 2세대 7시리즈 중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750iL은 735i와 차별화를 위해 그릴 폭을 키웠다. 동시대에 출시된 2세대 3시리즈와 5시리즈도 1세대보다 폭이 넓어졌다.

1990년대부터 그릴 크기가 본격적으로 길어지기 시작했다. 1994년 출시된 3세대 7시리즈, 1994년 페이스리프트 된 3세대 5시리즈, 1990년 출시된 3세대 3시리즈를 살펴보면 그릴이 헤드램프에 가깝게 길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세대교체를 통해 차가 커짐에 따라 키드니 그릴 크기도 점점 커지게 되었다. 특히 7시리즈의 경우 2008년 출시된 5세대 모델에서 키드니 그릴이 급격히 커지는 바람에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3시리즈와 5시리즈의 키드니 그릴은 외관 디자인이 유선형으로 변해감에 따라 그릴에 곡선을 더하는 것으로 마무리해 무난한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다 F바디로 변경되면서 그릴 크기가 커졌는데, 그래도 디자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2010년대 후반
더 커진 그릴
2019년 출시된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는 기존 대비 그릴이 대폭 커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도 그릴 크기가 꽤 컸는데, 그보다도 더 커졌다. 반면, 양쪽에 위치한 헤드램프는 그릴 대비 슬림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X7 역시 7시리즈처럼 그릴 크기가 상당히 크고, 헤드램프가 슬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듯 보면 7시리즈의 그릴과 헤드램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나마 X7은 SUV라서 전면 높이가 높아서 그런지 7시리즈보다는 그나마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 3시리즈나 5시리즈 등도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그릴 크기가 커졌지만 그래도 나름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세로로 길어진
키드니 그릴
최근 출시된 몇몇 모델들을 보면 키드니 그릴이 다시 세로로 커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형 4시리즈에서 처음 이 모습을 보였는데, 그릴 상하 길이가 번호판을 넘어 차체 하단까지 내려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세로형 키드니 그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마고 튜케 디자인 책임자는 “대담한 성격을 가진 차의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형태”라고 설명했으며, “소비자의 요구가 높아진 만큼 이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마다 다른 디자인의 그릴을 개별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고성능 모델인 M3와 M4에 이 그릴을 적용했으며, 전기차 모델인 iX와 i4에도 세로형 그릴을 적용했다.

뉴트리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세로형 그릴
요즘 BMW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가장 큰 원인으로 세로로 길어진 키드니 그릴을 지목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디자인은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인데, 새로운 키드니 그릴은 디자인 균형을 깨트리고 있다.

특히 전면 그릴 형태는 마치 뉴트리아의 이빨을 닮은 것 같다며 뉴트리아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혹평했으며, 그 외에 “BMW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디자인 잘하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벤츠도 디자인이 산으로 가더니 BMW도 따라가는 건가”등의 반응도 있다.

심지어 처음 세로형 그릴이 적용된 신형 4시리즈를 디자인한 사람이 한국인이다. 임승모 디자이너는 “상징성을 강조해 3시리즈와 한눈에 구별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했다”라고 언급했으며, “대부분 사람들이 익숙해져 있는 BMW의 수평형 그릴을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새로운 그릴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파격적이었던 탓에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손대면 왜 다들 이렇게 변하는 건지”, “BMW가 월급을 제대로 안 준 것이 틀림없다”, “현대차에서 보낸 X맨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된다”등이 있다. 반면 현재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인지 괜찮다는 반응도 가끔 나오고 있기도 하다.

세로형 그릴이 적용 안된 차도
디자인이 이상해져가고 있다
문제는 세로형 그릴이 적용되지 않은 차도 디자인이 점점 이상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개된 2시리즈 쿠페는 전작의 안정감 있는 디자인에서 그릴은 옆으로 길어지고 헤드 램프는 작아진 모습으로 나왔다. 범퍼도 이전보다는 스포티함이 덜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후면에 있는 테일램프는 뭔가 강낭콩을 연상케 하는 둥근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범퍼는 또 그에 어울리지 않게 비교적 과격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고성능 M235i의 경우 에어커튼에 뜬금없이 삼각형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신형 7시리즈의 경우 아직 디자인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파이샷을 기반으로 한 예상도를 보면 다행히 현행 7시리즈보다는 그릴 크기가 약간 작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헤드램프에 비하면 꽤 큰 편이다.

또한 헤드램프와 에어커튼 디자인은 미묘하게 롤스로이스 느낌이 난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BMW는 벤츠를 이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플래그십인데 디자인이 너무한 것 같지 않나”등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 나머지 모델들에 대한 디자인 평가는 아직까지 괜찮은 편이지만 요즘 보여주고 있는 BMW 디자인을 봤을 때 앞으로 나올 풀체인지 모델들의 디자인이 하나같이 이상하게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공개된
i 비전 서큘러 콘셉트카
그릴이 전면을 꽤 많이 덮은 모습
최근 공개된 i 비전 서큘러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키드니 그릴이 전면을 꽤 많이 덮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전기차이기 때문에 그릴은 흔적만 남기고 헤드램프 기능으로 대체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 반응은 “BMW는 진짜 전면을 그릴로 덮을 생각인 것 같다”, “우려했던 콧구멍 램프가 현실이 될 판이다”. “돼지코에서 뉴트리아, 거기서 선글라스로 진화할 계획인가”, “BMW 저팔계 에디션”, “저 그릴 그동안 예쁘게 잘 써놓고 미래에 가서 망칠 작정이냐”등의 반응이 있다. BMW는 이 콘셉트카에 적용된 디자인 요소 일부는 양산차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바뀌는 디자인에
아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
BMW의 바뀌는 디자인에 네티즌들이 아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BMW가 오랫동안 디자인을 잘 했던 것으로 명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BMW의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아 왔었다.

옛날부터 디자인이 이상했으면 현행 디자인이 나와도 “그냥 그렇구나”, “원래 그랬던 브랜드였는데”처럼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겠지만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평이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키드니 그릴은 BMW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다 보니 더욱 혹평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디자인이 나쁘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정신 차리고 제대로 디자인해라라는 의미를 담은 평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autopostmedia@naver.com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1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