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S의 대항마
루시드 에어 드디어 생산 시작
전기차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는 테슬라다. 설립은 2000년대 들어와서 했지만 전기차에 집중한 덕분에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그 이후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제조사와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테슬라에 도전을 던졌다. 그중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신생 전기차 업체는 바로 루시드다.
테슬라 부사장 출신이었던 버나드 체와 오라클 부사장 출신의 샘 웽이 설립한 루시드는 배터리 개발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전기차 생산을 선언했으며, 작년 9월, 첫 양산차인 에어를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 이후 1년 동안 양산 소식이 없다가 최근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테슬라 모델 S의 강력한 경쟁 모델이 될 루시드 에어는 어떤 모델일까?
글 이진웅 에디터
테슬라 출신의 기술진이
이적해 개발한 차
루시드의 시작은 테슬라 초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시드의 설립자인 버나드 체는 테슬라의 공동 설립자이자 초대 CEO였던 마틴 에버하드가 영입했으며, 테슬라 로드스터와 다른 차종의 설계에 참여했고, 사업 개발과 배터리 팩 생산 감독을 맡았다. 이후 버나드 체는 테슬라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CEO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설립자가 아닌 투자자였고, 초기에는 경영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차량 출시가 계속 미뤄지자 마틴 에버하드가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그가 출장 간 사이 일론 머스크가 이사회를 열어 기술담당사장으로 좌천시킨 후 직접 CEO에 앉았다.
이후 높은 강도의 노동을 요구했고, 생산 지연과 자금 압박으로 직원들에게 비난과 폭언을 일삼으면서 초기 멤버들이 대거 퇴사하게 되는데, 이때 버나드 체도 함께 퇴사했다. 이후 버나드 체는 아티에바를 설립했고 테슬라 초기 멤버들 대부분을 끌어모으면서 자연스럽게 기술력을 확보해둔 상태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여러 곳에서 투자 받아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티에바는 전기차 개발을 결정하지만 중국 투자자들이 페러데이 퓨처의 경쟁자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이로 인해 설립자인 버나드 체가 2015년 축출되었지만 모델 S의 핵심 개발자였던 피터 로린슨을 중심으로 테슬라 출신의 기술진들이 개발을 계속 이어나갔으며, 2016년 루시드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전기차 개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17년 프로토타입을 처음 공개했으며, 2020년 루시드 에어 양산차가 처음 공개되었다.
날렵한 디자인을 가진
전기 대형 세단
루시드 에어는 테슬라 모델 S와 동급인 대형 세단이다. 외관은 상당히 날렵하게 디자인되었다. 전면을 살펴보면 보닛까지 높이가 상당히 낮은 편이며, 전면 그릴과 헤드 램프가 상당히 슬림 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헤드 램프는 총 10개의 LED로 구성되어 있다.
범퍼에는 삼각형 형상의 에어커튼과 사다리꼴 형태의 공기 흡입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헤드램프와 그릴, 에어커튼, 공기흡입구 쪽에 크롬 장식을 덧대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측면은 긴 전장과 휠베이스, 낮은 차고로 훌륭한 비율을 보여주고 있으며, 패스트백 스타일을 루프를 적용해 날렵함을 극대화했다. 그 덕분에 실제 크기보다 더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 루시드 에어의 전장은 4,975mm로 G80보다 작지만 측면 사진을 보면 5미터는 훨씬 넘어 보인다.
2열 뒤에 쿼터글라스가 존재하며, 도어 손잡이는 오토플러시 타입을 적용해 일체감 높은 모습과 공기저항을 조금이나마 줄였다. 키를 들고 다가가면 도어 손잡이가 위로 올라가 열 수 있게 된다.
후면은 좌우를 가로지르는 슬림한 테일램프를 적용했으며, 특이하게 트렁크의 좌우 길이가 상당히 길다. 후면 위쪽 전체가 열린다고 봐야 할 정도다. 그리고 트렁크 높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범퍼 부분은 너무 밋밋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은 적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좌우에 크롬 몰딩으로 고급감을 높였으며, 전기차인 만큼 머플러는 없다.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
루시드 에어의 실내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 S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수평을 강조한 대시보드 위에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있으며, 계기판 좌측에도 라이트나 성에 제거 와 같은 일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존재한다.
센터패시아에는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존재하며, 위로 밀어 넣어 내부에 수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디스플레이를 수납하면 수납공간이 나온다. 상단 디스플레이와 연동해 멀티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D컷 스타일을 적용했으며, 경적 부분에 루시드 영문 레터링이 새겨져 있다. 시트는 헤드레스트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으며, 표면에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있다.
1열은 어두운색으로 되어 있는 반면, 2열은 밝은 색으로 대비를 이뤘다. 물론 실제 판매 시에는 색상 옵션이 더 있을 것이다. 2열은 비교적 심플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형 세단인 만큼 무릎 공간은 상당히 넓은 모습을 보인다. 또한 전기차다 보니 아래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없어 공간이 더 넓어 보인다.
높은 성능과
긴 주행거리를 갖췄다
루시드 에어가 가장 주목받는 점은 높은 성능을 발휘하면서 주행거리까지도 상당히 긴 점이다. 먼저 성능부터 살펴보면 퓨어는 480마력, 투어링은 620마력, 그랜드 투어링은 800마력, 드림 에디션 레인지가 933마력, 퍼포먼스가 1,111마력을 발휘한다. 슈퍼카 수준의 성능부터 하이퍼카 수준의 성능까지 트림별로 다양하다. 드림 에디션 기준으로 제로백은 2.5초다. 최고 속도는 270km/h까지 낼 수 있다.
주행거리는 미국 EPA 기준으로 퓨어와 투어링 653km, 그랜드 투어링 830km, 드림 에디션 레인지 모델이 758km, 퍼포먼스 모델이 837km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주행거리가 EPA에 보정값을 넣어서 산출하는 만큼 국내에 출시될 경우 국내 인증 거리도 기대해 볼 만하다.
한국산 배터리 장착
충전 속도도 높다
루시드 에어에는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되었다. 이로써 각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에서도 기술력을 과시했으며, 이 부문 최강자로 군림했던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는 쾌거를 이뤘으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배터리 용량은 최대 113kW으로 매우 크다.
충전 속도는 현존하는 전기차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350kW 급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분당 최대 20마일(약 32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양을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고, 20분 충전으로 300마일(약 482km)을 달릴 수 있다는 것까지만 공개한 상태다.
옵션 사양
살펴보기
지금까지 알려진 루시드 에어 옵션 사양을 살펴보면 먼저 전용 앱을 통한 훌륭한 연동성이 있다. 앱을 통해 여행 계획 수립과 차로 목적지 전송, 충전소 확인, 온도 미리 조절, 위치 추적 등이 가능하다. 그리고 차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을 열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적용된 애니메이션 효과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얼굴 인식 기능으로 잠금 해제가 가능하며, 21 스피커로 구성된 스릴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돌비 아트모스 기술이 양산차 최초로 적용되어 입체감을 높였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그 외 다른 앱과 호환이 된다. 대시보드 위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는 3면을 합쳐 총 34인치 크기를 가졌으며, 해상도는 무려 5K로 선명하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가 탑재되었다.
최근 본격 생산
10월 말부터 본격 판매 시작
루시드 에어는 한동안 정식 출시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서 “사기꾼 아니냐”, “언플만 한다”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드디어 최근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8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에어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예약자 수는 1만 3천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판매는 10월 말부터 시작하며, 내년 상반기 중에 유럽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 이후에 생산량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국내 출시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모델 S보다
앞서는 부분이 있다
스펙을 살펴보면 루시드 에어는 모델 S보다 앞서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최고 성능도 모델 S의 플레이드 1,020마력, 에어 드림 에디션 퍼포먼스 1,111마력으로 더 높고 주행거리도 미국 EPA 기준 모델 S 롱 레인지 663km, 에어 드림 에디션 837km로 훨씬 더 길다.
공기저항계수도 모델 S 0.23, 에어 0.21로 0.02가 더 적고, 크기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출력은 에어 드림 에디션 퍼포먼스가 더 높지만 가속 성능은 모델 S가 제로백 2.1초로 더 빠르다.
하위 모델은 더 저렴하지만
최상위 모델은 더 비싸다
루시드 에어의 가격 범위는 상당히 넓다. 모델 S와 비교하면 하위 모델은 더 저렴하지만 최상위 모델은 더 비싸다. 미국 기준 모델 S의 가격은 롱 레인지 8만 2,990달러, 플레이드 12만 2,990달러다.
반면 에어는 퓨어 7만 7,400달러, 투어링 9만 5,000달러, 그랜드 투어링 13만 9,000달러, 드림 에디션 16만 9,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델 S보다는 대체로 비싼 편이다. 두 번째 트림인 투어링만 선택해도 모델 S 롱 레인지보다 비싸다.
루시드의 상대는
테슬라가 아니라고 한다
루시드는 테슬라와 많이 비교되고 있지만 정작 루시드는 자신의 경쟁자는 테슬라가 아니라고 말한다. 루시드 CEO인 피터 롤린슨은 “우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며, 테슬라가 아닌 벤츠를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테슬라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지만 궁극적으로는 S클래스를 공략하려고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높은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벤츠에서 전기 대형 세단인 EQS를 따로 내놓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S클래스가 아닌 EQS와 경쟁한다고 봐야 한다.
루시드는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피터 롤린슨 CEO의 말대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품질이나 서비스 등 모든 부분에서 대중 브랜드와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되며, 이후 평가도 좋아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포뮬러 E의 배터리 독점 공급 등 오래전부터 기술력 하나만큼은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신생 전기차 브랜드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