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변화하려는 것일까. 수입 픽업트럭인 ‘콜로라도’가 3천만 원대부터 시작되는 것에 이어 ‘트래버스’도 4,500만 원대로 출발하며 전례가 없는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선보였다. 이쿼녹스의 실패 전부터 그간 쉐보레는 꾸준히 가격, 타이밍 등으로 질책 받아왔으며 일각에선 “국내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 “이 정도면 차를 팔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두 차량 덕분에 여론의 시각은 작게나마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 의견은 ‘드디어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실제 두 차량의 가격을 살펴보면 북미시장에 판매되는 동급 트림 차량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가 되는 것이라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과연 이번엔 쉐보레가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쉐보레 신차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쉐보레가 변화한다?
합리적인 가격정책
앞서 언급 드렸듯이 쉐보레가 최근 출시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이에 이례적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북미시장 가격과 비교해봐도 저렴한 두 차량의 가격은 차량 구매를 고려하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쉐보레의 가격정책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그동안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 사이 애매한 곳에 위치하던 쉐보레는 이제 당당하게 수입차가 되었다. 한국지엠이 쉐보레를 수입차로 등록하였을 때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수입차로 등록한 것이 아니냐”라며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두 차량을 본다면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선 오히려 수입차가 되어 전량 해외 생산된 모델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국내 노조의 압박에서 벗어나 드디어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된 것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쉐보레가 당당하게 수입차가 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기대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들이 생겼다.
1. 수입차를 400개 넘는
국내 서비스센터에서
점검받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대부분 수입차 오너들이 겪는 대표적인 불편함 중 하나인 ‘서비스센터 문제’다. 쉐보레는 다른 어떤 수입차 브랜드보다도 많은 국내 서비스센터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유지 보수, 점검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언제나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동사무소처럼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서비스센터를 포기하지 못해 국산차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일반적인 수입차 센터들은 대부분 미리 예약을 하거나 방문하더라도 대기를 오래 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연차를 내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게 된다. 차량 서비스센터를 가기 위해 연차를 내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는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쉐보레는 이런 불편들을 해소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른 수입차 브랜드 서비스센터들도 센터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 픽업트럭과 대형 SUV까지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만한 일이다. 쉐보레가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출시하며 쌍용차가 독식하고 있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콜로라도뿐만 아니라 ‘포드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국내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픽업트럭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 예정이다.
SUV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트레일 블레이저와 타호가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된다면 이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게 된다. 쉐보레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지들을 제공하며 판매량 역시 자연스레 끌어올릴 수 있어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쉐보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3. 이상적인 역할 기대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 견제 가능할까?
그동안의 가격정책에 익숙해진 탓인지 쉐보레가 다른 차량을 가격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하니 뭔가 어색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두 차량을 본다면 앞으로 출시될 차량들의 공격적인 가격이 더욱더 기대될 수밖에 없다.
3,855만 원부터 시작하는 ‘콜로라도’는 그동안 국내 픽업트럭시장을 독식하던 ‘렉스턴 스포츠’와 비교된다. 렉스턴 스포츠와 구매층이 다르다고 하지만 콜로라도는 그간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정통 픽업트럭에 대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차량이다. 따라서 콜로라도는 픽업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차량이다.
만약 콜로라도가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다면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의 상품성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콜로라도의 성공 여부에 따라 ‘포드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같은 후발주자들은 가격 책정에 있어 콜로라도를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쉐보레의 새로운 도전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트래버스’ 역시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비교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팰리세이드’와 ‘포드 익스플로러’ 가격 사이에 위치하는 트래버스는 수입차 구매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차량이 될 수 있다. 팰리세이드와 익스플로러를 구매하는 고객층이 다르다고 하지만 두 차량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트래버스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레 가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트래버스가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면 국산 브랜드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차량 상품성 개선에 더 힘쓰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은 더 나은 차량을 탈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입차들은 트래버스의 가격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입차 가격 견제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당장 10월 출시 예정인 포드 익스플로러는 가격 책정에 있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트래버스는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의 경계선에 걸쳐있어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존재가 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쉐보레가 중간에 서서 지속적으로 지금처럼 훌륭한 가격정책을 이어나가 준다면 가격대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상적인 시장 구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가격과 상품성 견제가 동시에 이루어져 시장의 균형이 잡히게 되고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좋은 결론을 예상해볼 수 있다. 쉐보레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이상에 가까운 상상에 불과하지만, 만약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한국지엠 쉐보레에게도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한 제대로 된 재도약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1. 트레일 블레이저
재도약을 위해 쉐보레가 출시할 수 있는 몇가지 신차들을 살펴보자. 첫번째 주인공이다. 쉐보레는 내년 초 ‘트레일 블레이저’를 국내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쉐보레 트랙스보단 사이즈가 조금 더 커졌으며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경쟁하는 준중형 SUV인 트레일 블레이저 역시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가 되길 이제는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트레일 블레이저와 함께 싼타페 쏘렌토와 경쟁할 중형 SUV 블레이저가 같이 출시된다면 쉐보레는 국내시장에 트레일 블레이저 – 블레이저 – 트래버스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갖출 수 있게 된다.
2. 타호
2019 서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타호’는 풀사이즈 대형 SUV로써 국내시장에서 경쟁상대라고 칭할 수 있는 차량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있다. 모터쇼 당시 쉐보레 관계자는 “모터쇼에 출품된 타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국내시장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SUV 시장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좋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타호인 만큼 트래버스 윗급의 풀사이즈 SUV 타호를 출시하여 SUV 라인업을 완성시킬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3. 콜벳 8세대 (C8)
일각에선 쉐보레의 ‘슈퍼카 잡는 스포츠카 콜벳’ 8세대 모델을 정식 출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으나 현재는 출시 초기 물량 공급에 차질이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쯤 출고 물량이 안정화된다면 콜벳이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배기 소음인증이 어려워 국내에 출시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과거 C6 콜벳이 정식으로 출시되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쉐보레 콜벳 8세대 모델이 국내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된다면 쉐보레에겐 상징적인 의미로도 꽤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출시를 기대해 봐도 좋은 차량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존재한다. 앞서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서비스 센터는 개선사항이 존재한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 대비 많은 센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방문하기는 편하다는 이점은 있지만 일전에 쉐보레 차량을 타면서도 느꼈던 불편 중 하나인 센터 부품 수급 차질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쉐보레 센터에 가보면 수리를 위해 필요한 부품을 받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센터는 많지만 차를 고칠 수 없다면 소비자는 서비스 부분에서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 속
좋은 본보기가 되길
쉐보레에게 지금은 국내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번에 출시한 두 차량마저 그동안 이어져온 가격정책을 그대로 펼쳤다면 더 이상 쉐보레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긴 힘들었을 수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쉐보레는 반전을 보여주었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쉐보레는 국내시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시작으로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 속에 있는 쉐보레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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