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와 기름값에 괴로운 소비자들
“유류세 20% 인하” 6개월 간 진행
유류세 인하에도 여전히 뿔난 소비자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차가 굴러가려면 연료가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름값의 상승과 하락은 차를 소유한 소비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기름값이 아무리 올라도, 주유를 하지 않고 차를 이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름값 어쩔거냐”라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결국 정부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기름값과 직결되어 있는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카드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여전히 화가 나 있다고 한다. 과연, 유류세 인하로 인한 변화는 무엇인지, 왜 소비자들이 “유류세 폐지”를 외치는지 함께 알아보자.

김가영 인턴

치솟는 기름값 / 연합뉴스

“또 올라?”
무섭게 올라가는 기름값
기름값이 올라가는 속도가 상당하다. 2020년 4월에는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점점 상승하면서, 2021년 10월 21일 기준으로 배럴 당 8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 당 90~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유가 상승은 국내 기름값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1년 10월 1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1,687원으로 일주일 만에 리터당 30원이 올랐다. 웬만한 서울 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700원을 넘어섰고, 무려 2,000원이 넘는 곳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치솟는 기름값에 소비자들은 “유류세를 폐지하던지 어떻게 좀 해 봐라”라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유 중인 모습 / 연합뉴스

소비자들 괴롭히는
유류세는 대체 무엇일까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외치는 ‘유류세’는 무엇일까.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등 일부 석유파생연료에 붙는 7개의 세금 및 준조세를 통칭하는 용어로, 휘발유 1ℓ를 기준으로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관세 등이 붙는다. LPG나 부탄연료라면 여기에 판매부과금까지 추가된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격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2019년에는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IMF입니까?”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류세는 IMF 당시 임시로 걷은 세금이니, 이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다. 사실, ‘유류세’ 자체는 유류특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IMF 이전에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94년도에 인천공항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교통세’가 10년 만기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것이 연장되며 지금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IMF입니까?”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청원에 동의한 소비자들은 “유류세의 목적을 돌이켜 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유류세 인하 발표 당시 / MBC 뉴스데스크 캡쳐

“20% 인하합니다”
역대 가장 큰 인하폭
소비자들의 아우성에, 정부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그리고 경기 침체가 심했던 2018년. 가장 힘들었던 세 번의 시기에 내밀었던 ‘유류세 인하’ 찬스를 사용한 것이다. 게다가 인하 폭도 이례 없던 ‘20%’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 26일 정부와 여당은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1월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휘발유와 경유, LPG에 대한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20%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LNG에 대한 관세율도 2%에서 0%로 내린다. 이번 결정에 따른 유가 인하 폭은 리터 당 휘발유 164원, 경유 116원, LPG 40원이다. 다만, 실제 소비자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주유소의 모습 / 스카이데일리

고소득에게 더 유리한
유류세 인하 혜택?
하지만, 유류세가 대폭 인하되었음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유류세를 인하해도 일반 국민보다 고소득층의 수혜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유류세가 15% 인하되었을 당시, 소득 하위 10%에게 돌아간 혜택은 연 평균 1만 5천 원이었던 것에 비해, 소득 상위 10%는 연 평균 15만 8천 원의 혜택을 누렸다. 고소득층의 혜택이 10배 이상 큰 것이다.

이렇게 큰 차이의 이유는 ‘유류세 일괄 인하’이다. 유류세를 일괄로 인하하게 되면, 경유나 휘발유 소비가 많은 대형차나 중형차 소유자나 한 집에 여러 대의 차량을 보유한 가구가 자연스럽게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즉, 동일한 비율로 인하하면 연료 간 상대 가격에서 경유와 LPG 가격의 역진성 문제가 발생해, 서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명분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류세를 내릴 때는 유종 간 상대 가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는 일괄 인하를 통해 정책의 신속한 효과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공정성 보완책 / MBC 뉴스데스크 캡쳐

유류세 일괄 인하에
떠오르는 공정성 문제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경유차와 LPG차 운전자는 유류세 인하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휘발유 유류세를 20% 내릴 때, 경유와 LPG는 유류세 인하율이 더 높아야 유류세의 상대 가격비가 공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하에는 이러한 연료별 차등 적용이 결국 배제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유류세 인하의 공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소득세를 환급해 주거나 유가 보조금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을 고안해 볼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소득의 역진성을 해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석유 채굴하는 모습 / 헤럴드경제
주유소의 모습 / 위키백과(좌) 헤럴드경제(우)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제한하는
또 다른 요소들
정부가 마음 먹고 결정한 유류세 인하의 효과를 제한하는 또 다른 걸림돌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국제 유가’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는데, 커진 수요에 비해 에너지 공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 석탄과 천연가스가 부족해졌고, 유럽은 어쩔 수 없이 발전소들이 천연가스 대신 석유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결국, 국제 유가가 계속 상승하게 되면 유류세를 줄인다고 해도 그 체감은 미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요소는 ‘주유소의 양심’이다. 유류세 인하 관련한 반응을 보면, 꼭 나오는 의견이 있다. “가격 인하하면 뭐하냐. 정유사와 주유소가 마진 늘려서 대부분 가져가는데”, “유류세 인하하기 전에 기름값 조금씩 더 오르겠네”, “과거에 인하해도 주유소에서는 안 내리던데” 등 유류세를 인하해도 주유소에서 가격을 올리면, 인하 이전과 차이가 없이 주유소의 잇속만 채워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야심차게 꺼낸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홍남기 장관 /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정말 폐지만이 답인걸까?
사실, 유류세 폐지 이야기는 꽤 예전부터 등장한 주제다. 특히 2019년에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유류세 폐지’가 등장했을 만큼,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해당 감사에서 유성엽 의원은 “유류세 비중이 판매 가격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유류세를 폐지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상승해 소비가 증진하고, 결국 기업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정부의 반응은 단호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검토한 바 없다”라며 “유류세는 환경문제나 교통 혼잡 등에 중요한 재원으로 재투자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유류세 폐지는 정부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류세가 안정된 세입의 원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로서, 소비자들이 외치는 “유류세 폐지”는 쉬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유류세 20% 인하가 국민들에게 나름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카드를 받아든 소비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이런 건 귀찮으니까 일괄 적용, 국민 지원금은 귀찮아도 선별하나”, “올라갈 땐 빛의 속도로 올라가더니, 내릴 땐 거북이 속도로 내려가네”, “오르는 건 기름값, 내리는 건 내 눈물” 등 상승하는 기름값과 유류세 일괄 적용에 한탄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래도 싸지니까 다행은 다행이다”, “진작에 했어야지”, “이 정부 들어서 한 정책 중 가장 마음에 드네”, “기름값 올라서 걱정 좀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등 유류세 인하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반응도 일부 존재했다. 과연, 정부가 꺼낸 ‘유류세 인하’라는 카드가 국민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