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년만에 80달러 돌파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해 기름값 상승세
정부, 유류세 인하 카드 꺼냈다

생활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된 자동차. 요즘 전기차나 수소차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운행을 위해서는 기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보니 산유국에 비해 기름값이 비싸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기름값은 계속 오름세에 있다. 현재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1,760원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 1개월간 오름세가 꽤 큰데, 한 달 전보다 무려 120원이 올랐다. 경유도 전국 평균 1,600원을 향해 가고 있고, LPG도 전국 평균 1천 원을 향해 가고 있다. 기름값 오름세가 계속되자 최근 정부에서는 유류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글 이진웅 에디터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했다
작년 이맘때와 현재 국제유가를 살펴보면 2배나 올랐다. 작년 이맘때에는 두바이유, 브렌트유, 텍사스유 모두 40달러 내외였는데, 현재는 두바이유 84.37달러, 브렌트유 85.99달러, 텍사스유 83.76달러다. 현재 3년 만에 국제 유가가 다시 80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한 데에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산에 따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는 9월 월간 보고서에서 3분기 원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며 내년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1억 80만 배럴로 2019년 세계 수요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OPEC은 원유 수요가 내년 하반기에나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시점을 상반기로 앞당긴 것이다.

지난 26일, 해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원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올겨울 예년보다 추우면 원유 수요가 급증해 내년 초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내년 중반은 되어야 유가가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시기를 6개월가량 앞당겼다.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급격히 상승한 것도 난방용 석유 수요를 늘리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있지만 OPEC은 증산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라크 등 일부 산유국들은 배럴당 80달러 중반 정도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면서 증산에 시큰둥한 입장이다.

그런 탓에 내년에는 석유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OPEC+가 하루 40만 배럴 규모의 증산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수요 회복세라면 최소 70~80만 배럴 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OPEC+는 증산량을 늘리지 않았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강력한 담합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은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석유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는 멕시코만을 강타한 것도 국제 유가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멕시코 만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17%에 달한다. 지난 8월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은 재개했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그 외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만 해도 셰일 혁명으로 인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을 생산하며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가졌다. 이로 인해 유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저유가가 유지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이후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셰일 업계에 자본 투입이 제한되면서 최근 미국의 생산량은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최근의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자본 투입 제한으로 인해 미국의 생산량은 늘지 않는 구조가 됐다.

아프리카의 주요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도 증산에 차질을 겪고 있다. 투자 부족과 유지 보수의 지연으로 두 국가는 하루 평균 27만 6천 배럴의 생산이 미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6월에는 앙골라 정부가 성숙유전 생산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시추 지연, 심해 탐사 부문의 기술적 금융 이슈 등을 이유로 하루 석유 생산 목표를 기존보다 2만 7000배럴 낮춘 119만 배럴로 발표한 바 있다.

정제마진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 수송비를 뺀 것을 말한다. 정제마진은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인데,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지속되었고, 올해 6월까지만 해도 정제마진이 1달러에 불과했지만 7월부터 정제마진의 반등하기 시작했고, 9월 첫째 주 5.2달러를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9월 넷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6.0달러로 집계되었다. 배럴당 6.4달러를 기록한 2019년 10월 첫째 주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로도 정제마진은 계속 상승해 10월 셋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7.9달러를 기록했다. 정제 마진이 급등하고 있는 데에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최근 중국, 유럽 등의 전력난으로 원유 대체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정유사 실적에 호재로 작용한다.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한 후 수송을 거쳐 국내 판매까지 1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기존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는 ‘재고평가 이익’이 생겨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다.

따라서 정제마진이 증가하면 기름값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겨울이 점차 다가오고 있어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앞으로도 정제마진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기름값에서
유류세 비율
높은 유류세도 비싼 기름값의 원인이 되고 있다. 유류세는 과도한 수준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교통시설 확충 및 대중교통 육성을 위한 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유류세는 교통세와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가 포함되어 있는데, 교육세는 교통세 및 개별소비세의 15%, 주행세는 교통세의 26%가 붙는다. 유류세와 별도로 판매부과금과 부가세가 따로 붙는다. 휘발유와 경유는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가 부과되고, 고급휘발유에 한해 판매구과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LPG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판매부과금이 있다.

휘발유의 유류세를 살펴보면 교통세가 529원, 교육세는 79.35원, 주행세는 137.54원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전국평균 휘발유가격 1,766원 중에서 유류세는 745.89원이다. 유류세 비율이 42.2%에 해당한다. 또한 부가세는 161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유류세와 부가세를 합한 세금 비율은 51.3%로 전체 가격 중 절반이 넘는다.

경유의 유류세를 살펴보면 교통세가 375원, 교육세가 56.25원, 주행세는 97.5원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전국평균 경유가격 1,564원 중 유류세는 528.75원이다. 유류세 비율이 33.8%에 해당한다. 또한 부가세는 143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유류세와 부가세를 합한 세금 비율은 42.9%다.

LPG의 유류세를 살펴보면 개별소비세가 160.6원, 교육세는 24.09원이 포함되어 있다. 전국평균 LPG 가격 981원에서 유류세는 184.69원이다. 유류세 비율은 18.8%다. 또한 부가세는 90원이, 또한 판매부과금은 36.37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유류세와 부가세, 판매부과금을 합한 세금 비율은 31.7%이다. 휘발유와 경유보다는 비율이 낮지만 그래도 30%를 넘는다.

기름값 중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비싸게 느껴진다. 소비자들은 점점 높아지는 국제 유가도 있지만 너무 높은 유류세 비율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휘발유, 경유, LPG 유류세를
20% 인하한다
지난 26일, 정부는 이날 물가 대책 관련 당정 협의에서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휘발유, 경유, LPG에 대한 유류세를 20% 인하하기로 뜻을 보았다.

정부는 원래 종전 인하폭인 15%를 제시했으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인하율이 역대 최대폭인 20%까지 올라갔다. 이번 인하 조치로 휘발유는 164원이 내려가고, 경유는 116원, LPG는 40원이 내려가게 된다.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기름값이 바로 내려가기는 어렵다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기름값이 바로 내려가는 것은 어렵다. 정유회사에서 상품화한 기름이 저유소를 거쳐 주유소로 유통되는 과정이 통상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에는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류세 인하 발표 이후 운전자들이 유류 구매를 미루거나 주유소 및 충전소 등이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최대한 즉각적인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시중 주유소 공급을 서두르는 한편, 민관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등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방안을 다음 주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유류세 인하 조기 종료 검토
이번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약 2조 5천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여기에 LNG 할당관세 0% 적용에 따른 세수 효과 2,400억 원을 더하면 전체 세수 감소 효과는 2조 7,400억 원에 달한다.

세수가 감소된 만큼 정부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인하 기간 중이라도 향후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조기에 종료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autopostmedia@naver.com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