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약점이 있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 낮아지는 것 외에 히터 사용이 큰 영향
히트펌프가 어느정도 개선해주고 있지만 최근 몇몇 차량에서 문제 발생
지난 몇 년 사이 전기차가 꽤 많이 출시되었고, 전기차 보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늘어나서 현재 아이오닉 5나 EV6를 운용하는 차주 기준으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한겨울인 현재는 전기차의 단점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배터리는 겨울철 성능이 낮아지는 특성이 있는데다 배터리의 에너지를 이용해 난방을 해야 되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 히트 펌프가 존재하는데, 최근 히트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난방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평소보다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전기차에게 겨울철은 최악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주행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행거리 인증된 자료를 살펴보면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가 함께 기재되어 있다.
아이오닉 5의 경우 상온에서는 최대 429km이지만 저온에서는 364km로 줄어들며, EV6는 상온에서 최대 483km이지만 저온에서는 446km로 줄어든다. 벤츠 EQA는 상온에서 302km이지만 저온에서 204km로 줄어들며, 테슬라 모델 3는 상온에서 527km이지만 저온에서 440km로 줄어든다.
겨울철에 배터리 성능이 약해지고
전기 에너지로 난방하기 때문
겨울철에 배터리 성능이 낮아지는 이유는 배터리 성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비롯해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하는데, 에너지 밀도가 높고 높은 전압을 낼 수 있으며, 가볍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온도가 낮아지면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영하 10도가 되면 효율이 60~70%로, 영하 20도가 되면 40% 이하로 떨어진다. 추운 겨울날 밖에 나갔을 때 배터리가 빨리 닳는 거 같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회복되기 때문에 다시 최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히터를 사용하게 되는데, 내연기관의 경우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로 냉각수를 데워 활용한다. 엔진은 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차피 작동해야 되는 것이고, 히터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라는 부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겨울철이라고 해서 연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는 엔진이 없으며, 배터리에 있는 에너지를 활용해 난방을 하게 된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온풍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동에 사용해야 하는 배터리 에너지를 난방에 사용하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에어컨보다도 배터리를 더 많이 사용한다.
폐열을 사용하는
히트 펌프 시스템
초기 전기차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배터리에 있는 에너지를 직접 히터 장치에 공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런 탓에 상온 주행거리와 저온 주행거리의 차이가 많이 나며, 지금도 주행거리가 꽤 많이 차이 나는 차량은 이 방식을 사용한다.
히터를 켜면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히트 펌프 시스템이다. 히트 펌프는 전기모터나 인버터 등 전장 부품에서 나오는 폐열을 데워 냉매를 기화시킨 후 압축기로 냉매를 압축한다.
고압이 된 기체는 응축기로 보내져 냉매를 다시 액화하며, 이때 냉매에서 나온 열을 히터로 활용한다. 복잡해 보여도 우리가 여름철 흔히 사용하는 에어컨의 원리를 반대로 이용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폐열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에너지를 직접 히터에 공급하는 것보다는 주행거리가 길어진다. 최신 차들은 히트 펌프를 적극 도입해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의 차이를 줄였다.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에서
히터가 제대로 안 나온다
테슬라는 원래는 배터리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고전압 히터를 장착했지만 모델 Y부터는 히트 펌프를 장착했다. 모델 3도 2021년형 모델부터는 히트 펌프를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 히트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폐열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 폐열이 추운 날씨에서 식어버리면 히트 펌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최근 캐나다에서 히트 펌프가 장착된 모델 3와 모델 Y를 소유한 차주들이 난방이 되지 않는 문제점으로 인해 SNS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고 있으며, 문제가 반복될 경우 히트 펌프 관련 부품을 교체해 주고 있다. 다만 보증기간이 지나면 4천 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국내는 현재 보증기간 이내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발생해도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앞 유리’ 아래에 있는 공기 흡입구가 추위에 영향을 받아 히트 펌프 센서에 오작동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1차적으로 성에 등을 제거하거나 공기 흡입구 쪽에 열을 가해 보는 조치를 취해보고, 가능하다면 실내 주차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EV6도 히터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EV6 히터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소비자는 3개월 전 EV6를 구입했는데, 2열에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으며, 아이들이 주로 타는데 겨울나기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출시 당시에는 한창 더울 때여서 히터를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이번에 처음 겨울을 맞으면서 문제점이 나온 것이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다 보니 설정 온도가 27도에 불과해 난방 효과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지만 EV6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소비자는 이전에 탔던 니로 EV에서는 히터 문제가 없었는데, EV6에서는 선풍기같이 찬 바람이 나오고, 히터가 작동해도 바람의 세기가 약하다고 했다.
일부 차주들은 서비스센터에서 인버터를 교체했지만 여전히 2열 히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한 차주는 “지난주 기아 오토큐를 방문해 오토로 히터를 틀고 온도를 측정했는데, 발쪽으로 나오는 곳은 65도 정도로 따뜻한 바람이 나왔지만 2열 몸쪽으로 나오는 곳에는 42도로 올라갔다가 33도로 떨어졌다”면서 “원래 세팅을 이렇게 했다는 설명만 듣고 왔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뒷자리 히터가 아예 안된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한 차주가 인버터 제조사인 두원공조로부터 받은 공지문에서는 아예 뒤 토출구(2열 에어 벤트)에서는 원래 히터가 안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문제를 겪은 일부 차주들은 결국 차량용 히터를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다. 기아에서는 해당 증상이 있는 차량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거리 인증 때문에
히터 온도가 낮게 설정되었다
히터 온도가 낮게 설정된 것도 문제인데, 이는 주행거리 인증과 연관이 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스마트모빌리티 겸임교수는 “EV6 등 국내 전기차의 히터 온도는 최대 27도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31~32도에 비해 낮게 설정됐다”면서 “이는 전비,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전기차 인증과도 연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 입장에서는 4~5도의 온도차에 민감할 수 있고 겨울철 2열 히터가 약하게 나오면 추위를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주행거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