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나온다는 소식 듣고 군대 다녀왔는데 아직도 위장막 테스트카가 돌아다닌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와 보도가 쏟아졌다. “신차 효과가 출시되기도 전에 없어질 것 같다”라는 우려까지 있을 정도지만, 이제는 정말로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김없이 경쟁 상대로 지목되는 자동차들이 나타났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GV80’ 경쟁 상대로 지목되기 시작한 자동차들과, 이를 접한 소비자들 반응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아직 현대차 직접 언급은 없어…
언론에서 만들어진 경쟁 구도
아직 현대자동차 스스로 보도자료나 성명(聲明) 등을 통해 두 자동차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언론과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어느 순간 ‘BMW X5’와 ‘메르세데스 벤츠 GLE’가 ‘GV80’의 경쟁 상대로 떠올라 있었다. 이미 매체들은 X5와 GLE가 GV80의 경쟁상대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들을 경쟁 상대로 지목한 이유는 편의 사양과 가격이 대표적이다. “성능, 사양, 디자인은 동급 이상,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해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라는 내용으로 보도되기도 하며, 이를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비록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현대차는 GV80 비교 차량으로
GLE와 X5, RX 등을 가져오기도
비록 현대차가 보도자료 등으로 직접 ‘GLE’와 ‘X5’ 등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4월 GV80과 경쟁을 벌일 주요 차종들을 모아놓고 내부 품평회를 진행했다.
이 당시 현대차가 가져온 자동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GLE 350’, ‘BMW X5’, ‘렉서스 RX’ 등인 것으로 전해졌고, 품평회 때 이 자동차들을 가져다 놓고 GV80 내부에 적용할 시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EQ900 경쟁 상대 S클래스”
“그랜저 경쟁 상대는 렉서스”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수입차들이 현대차의 경쟁상대로 지목당하는 것이 그리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현대차는 굵직한 신차가 나올 때 독일차나 일본차를 경쟁 상대로 여러번 지목했었다. GV80 사례처럼 품평회에 경쟁 상대로 지목한 차량을 갖다 놓고 비교하거나, 언론에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EQ900’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EQ900이 출시될 때 가장 많이 지목 당한 경쟁상대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였고,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당시 지목 당한 경쟁 상대는 렉서스였다. 그리고 현행 ‘그랜저’ 출시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차는 ‘렉서스 ES’였다. 이를 본 소비자들 시각은 크게 “아직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시각과 “이제 많이 좋아졌다”라는 시각으로 나뉘었다.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
vs
“또 언론플레이하네”
지난 몇 년간 직접 만들거나 혹은 타의로 만들어진 경쟁 구도를 보며, 그리고 이를 향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동향을 살피며 “수입차를 경쟁상대로 마냥 지목하는 것이 득이 될까, 독이 될까”라는 질문을 여러 번 되뇌어봤다. 수입차 경쟁 상대 마케팅이 초반에는 분명 효과가 좋았다. “국산차가 드디어 독일차를 따라잡았어?”라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고, 주목을 끌기에도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케팅 효과가 많이 떨어지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 신차효과가 떨어지는 것처럼, 흔히들 ‘허니문 효과’라고 하는 것이 반복되는 마케팅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가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효과가 다소 떨어진 것은 아닌가 한다.
경쟁상대를 지목하는 것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명료하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
눈에 띄는 경쟁상대를 지목하는 것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우선 긍정적인 효과부터 살펴보면 긴 설명 없이 신차를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장인 정신이 깃든 내장재, 3대 명차 출신 디자이너가 총괄한 외관 디자인, 극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엔진”이라는 긴 문장보다는 “S클래스 위협할만한 신차”라는 말이 더 간단 명료하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
동시에 경쟁상대를 지목함으로써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경쟁상대와 비슷한 스펙과 가격이라는 인식도 심을 수 있다. “S클래스 긴장하게 만든 G90″이라는 워딩을 사용함으로써 “G90이 S클래스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는 것인가?”라는 질문과 인식을 긴 설명 필요 없이 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건을 파는 기업 입장에서, 그리고 기사를 내보내는 매체 입장에서 매력적인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진다
매력적인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자칫 잘못하면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소비자 실망감도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치가 높은 상태에서 실망하는 것과, 기대치가 적당한 상태에서 “생각보다 괜찮네”를 느끼는 것은 다르다. 아마 후자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기 더욱 유리할 것이다.
만약 이런 이야기가 신차 출시 전 제조사나 언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출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러한 소문이 돌았던 것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제조사 스스로 “S클래스와 경쟁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S클래스만큼 좋아진 것 인정할만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분명 다르다.
경쟁상대 필요 없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마케팅
슬슬 필요할 때가 되었다
몇 년 전까지는 수입차를 경쟁상대로 지목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발전 정도를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벤츠’, ‘BMW’, ‘아우디’, 그리고 더 다 나아가 ‘렉서스’라는 키워드는 분명 현대차와 붙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키워드였다.
그러나 이 경쟁 구도를 언제까지나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차원의 마케팅이 슬슬 나와주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많이 높아진 상태다. ‘G90’을 보면 ‘S클래스’ 급 성능을 기대하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GV80’은 신형 ‘GLE’와 ‘X5’만큼 럭셔리한 디자인과 소재, 그리고 주행 성능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실망이 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면 X5나 GLE와 경쟁해도 손색없을 것 같다”라는 말이 자발적으로 나올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할 때다. 만약 제네시스 브랜드가 국내 전용 브랜드라면 굳이 신경 쓸 필요 없겠지만,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유럽 재진출과 중국 시장 진출, 그리고 북미 시장 재도약 열쇠라는 것을 시사해왔다.
이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이 입지를 굳게 다지고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이 시장에서 이기려면 분명 그들보다 한발 앞서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반감을 사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GLE와 X5가 경쟁 상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들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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