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결함 때문에 또 미뤘나?”, “이제 거의 페이스리프트 할 때 되지 않았나?”, “나오기도 전에 이렇게 욕먹는 차는 처음이다”… 최근 GV80 출시 일정이 미뤄졌다는 우리 보도를 본 독자들의 반응이었다. 그간 위장막 쓴 테스트카를 워낙 많이 봐왔고, 오래 기다려왔던 탓에 합리적인 의심이 여럿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GV80뿐 아니라 G80 풀체인지 출시 일정까지 바뀌는 바람에 여러 가지 의혹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제네시스 신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정리하고, 정확한 신차 소식을 보도해드릴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오늘, GV80 클럽과 함께하는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리포트는 GV80 출시 일정이 미뤄진 진짜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원래 G80 풀체인지 올해
GV80이 내년이었는데
서로 뒤바뀌었다
지난 5월쯤 출시 일정이 변경되었다. 원래는 ‘G80’ 풀체인지가 먼저 출시된 다음 ‘GV80’이 출시되는 것이었는데, GV80이 먼저 출시, G80은 내년 2월 출시로 일정이 서로 뒤바뀐 것이다.

그 당시 꽤 파장이 컸었다. G80 풀체인지를 기다리는 소비자뿐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을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도 위장막 사진이 줄기차게 나왔었기 때문에 기대감도 그만큼 높아졌었다.

여러 가지 의혹
그랜저 때문에?
치명적인 문제?
출시 일정이 큰 폭으로 변동됨에 따라 여러 가지 의혹과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 당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 GV80과의 신차 효과가 겹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그랜저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존 일정 대로였다면 GV80과 G80 풀체인지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다. 즉, 두 종류의 신차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다는 것은 신차효과를 더욱 오래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출시 시기도 비슷하여 그랜저를 위한 큰 그림이라는 해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GV80 일정이 또 미뤄졌다
그런데 최근 11월 28일로 예정되어 있던 GV80의 출시 일정이 또 미뤄졌다. 22일에 개막한 LA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된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28일 국내 미디어 발표회를 통해 론칭하는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모두 무산된 것이다.

사유도 공개되지 않은 채 갑자기 출시 일정이 밀리면서 여러 가지 의혹과 추측이 또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출시를 코앞에 두고 미뤄진 만큼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파워 트레인에 큰 문제가 있나 보다”와 같은 굵직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의혹만 많았다
현대차 관계자로부터
진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추측과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현대차 관계자로부터 GV80이 미뤄진 진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GV80과 G80의 출시 일정이 뒤바뀐 이유는 북미 시장을 고려한 선택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GV80의 출시 일정이 미뤄진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이 중에는 그간 나왔던 추측과 얼추 맞는 것도,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정보도 있다.

1. 엔진 시동 지연 문제
스팅어와 비슷한 문제인 듯
첫 번째는 시동 지연 문제다. 일각에선 이를 “고급차의 엔진 시동 감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시동 지연’이라는 말이 현대기아차를 타시는 분들에겐 익숙하실 수도 있다. 일종의 고질병처럼 불려왔던 것으로, 이미 해당 문제가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동 지연과 관련한 여러 가지 개선 사항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스팅어’ 등 그간 지적받아왔던 현대기아차의 시동 지연 문제와 밀접한 것으로 보인다. ‘스팅어’는 시동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경쾌하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쿨럭쿨럭” 기침을 오래 하다가 시동이 걸린다. 오토큐 측에서 고압 펌프 문제라 하여 두 번 교체했지만 문제가 여전하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이에 대해 “고압 펌프 문제일 가능성은 낮다”라며, “스타트 모터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전류가 한 번에 제대로 공급되어 힘 있게 기어가 맞물리며 시동이 걸려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었다.

GV80도 이와 비슷한 시동 지연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에 경쾌하게 걸리지 않는 문제이며, 이를 두고 “시동 감성”이라고 순화하여 표현한 것 같다. 그간 고질병으로 불려왔던 만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나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2. 고스트 도어 클로징 옵션
개선 사항이 발견되었다
두 번째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파워 도어 래치) 옵션에서 발견된 문제다. 다음 이야기에서 옵션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GV80에는 모든 트림에 고스트 도어 클로징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현대차 SUV로서는 최초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능이 원래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으나 최근 갑자기 이 기능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내려왔다고 한다. 즉, 해당 기능을 급하게 추가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2014년에도 있었다. ‘제네시스 DH’도 GV80처럼 고스트 도어 클로징 기능을 급하게 적용한 차종 중 하나다. 5년 전 제네시스 DH에서도 파워 도어 래치 간헐적 작동 불량으로 인한 제작사 무상 수리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이 문제는 제작사가 정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상 수리를 해줬기 때문에 문제를 모르는 소비자는 수리를 받을 수 없었다. 이 문제는 파워도어래치 액츄에이터 교환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GV80도 그 당시 DH와 비슷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3. 도장 불량 문제
경량화 위한 알루미늄 도어
도장 문제가 발생하여 개선
제네시스가 경량화 움직임을 드디어 보이고 있다. 이 역시 차체 관련 이야기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현대차는 경량화를 위해 GV80 도어에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그런데 이 알루미늄 도어에서 도장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장 상태는 차량의 생산 공정이 모두 완료된 다음에 확인 가능하다. 최근 테스트 차량들로부터 알루미늄과 철판 도장 차이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로 11월에 예정되어 있던 생산 물량도 모두 중단되었다고 한다.

예정 대로였다면 GV80은 11월에 총 800대가 생산되었어야 한다. 이미 이 계획대로 생산 라인이 모두 조립되었으나,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되면서 계획되어 있던 생산이 모두 중단되었다.

현대차는 도장 문제와 관련하여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이에 따라 11월에는 30대만 생산하고 나머지 물량을 12월로 미룬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밀린 물량은 12월 2일부터 생산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조율 중이다.

4. 전자 계통 문제
“파워 트레인은 문제없다”
하루 만에 방전되는 사태
마지막 네 번째는 전자 계통 문제다. 관계자는 그간 말이 많았던 “파워 트레인은 문제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전자계통 쪽 문제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방전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운행 테스트 후 주차를 한 다음 날 하루 만에 방전이 되는 사례도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전자계통 문제는 G80 풀체인지 테스트카에서도 있었던 만큼 문제를 제대로 잡고 나오지 않으면 자칫 고질병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 역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나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너무 많은 기능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 아닐까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엔진 시동 지연 문제, 고스트 도어 클로징 옵션 개선 사항 발견, 도장 불량 문제, 전제 계통 문제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얽혀있다.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기능들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 이 문제를 키운 것은 아닌가 한다.

어떠한 첨단 기술을 받아내려면 해당 기술을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채 되지도 않은 채 많은 기술을 한 번에 도입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준비 운동 없이 바로 본 경기에 뛰어들으려 하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품질 논란에 시달리냐”라며 지적하는가 하면 “그래도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출시 일정까지 조율하는 모습은 칭찬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쪽도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문제 해결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관계자에 따르면 GV80의 출시 일정은 12월 28일로 미뤄졌다고 한다. 한 달 정도 남은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부디 지금까지 발견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시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품질이다. 초기 품질은 그 차의 첫인상을 좌우할 뿐 아니라, 자칫 브랜드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오토포스트 스파이샷 리포트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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