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반토막”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에도 ‘테슬라’만 하락세

유럽서 무너진 테슬라
판매 50% 감소했다
자율주행 승부수 통할까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SDA Dan Cars’

테슬라가 유럽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간 유럽 내 테슬라 판매는 전년 대비 무려 49%나 감소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은 오히려 27.8% 성장했다.

유럽연합과 영국, EFTA 국가 전체를 통틀어 전기차 등록 대수는 18만 대를 넘겼지만, 테슬라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에 몰두한 테슬라의 전략이 전통적 자동차 시장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비판도 거세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What Car’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What Car’

다양한 문제 속
이미지 하락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의 하락세는 단기간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수년간 누적되어 온 경쟁 심화, 제품 다양성 부족,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의 지속적인 하락이 맞물리면서 점차 외면받기 시작한 결과다. 유럽 소비자들은 더 이상 테슬라를 전기차의 대명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때 독보적인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했던 테슬라는 이제 다양한 대안 속에서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폭스바겐, BMW, BYD, 르노 등 유럽 및 중국 브랜드들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반복되는 정치적 발언과 SNS 논란은 브랜드 신뢰도를 저하시켰고, 이는 곧 구매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모델 S와 모델 3는 여전히 상징적인 존재지만, 출시 시점이 10년 가까이 된 만큼 기술적 우위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새롭게 선보인 모델 Y 역시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테슬라 측은 생산설비 전환에 따른 일시적 출고 지연이 원인이라고 해명했지만, 재가동 이후에도 판매 회복은 뚜렷하지 않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carwow’

수익성 크게 약화
신뢰 회복 중요해

테슬라는 가격 인하와 신차 출시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수차례에 걸친 가격 인하로 인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고, 미국에서는 세금 혜택 축소로 인해 차량 가격이 7천5백 달러(한화 1,000만 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가 예고한 신차 대부분은 완전한 신규 모델이 아닌 기존 차량의 일부 변경에 그치는 수준이며, 기대를 모았던 사이버트럭조차 실망스러운 반응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테슬라가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베타 테스트와 불완전한 주행 사례는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켰고, 각국 규제 당국과의 갈등 역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테슬라의 가치를 재정의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유럽 시장에서의 급격한 실적 하락은 판매 부진으로 보기 어려우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 상실이 근본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테슬라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품이 아닌, 소비자와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유럽 시장은 더 빠르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박어진 기자 Parkej@auto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