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되었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SK엔카를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으며, 딜러들의 불법 행위가 도를 넘으면서 소비자들도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완성차 대기업이 직접 성능 및 상태 점검으로 품질을 보증할 수 있고, 불법영업을 일삼는 국내 중고차 시장을 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사진=경기매일)

오랫동안 불법영업이
만연했던 중고차 시장
꽤 오래전부터 중고차 딜러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았다. 허위 및 미끼 매물 유인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차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유형, 성능 기록 조작, 계약금을 받자마자 돌변하는 딜러들, 침수차 사기, 중고차 무료 시승 외에도 다양한 유형들이 있다.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사례가 많아지자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상태이며, 모임에서 만난 사람의 직업이 중고차 딜러라면 먼저 경계부터 하는 편이다. 게다가 “허위매물로 날리는 시간이나 차비 등을 따져보면 차라리 새 차 사는 게 마음 편하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경기도가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 31곳의 판매 상품을 표본 조사한 결과 95%가 허위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은 연간 200만 대 이상으로 완성차 판매량의 1.3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며 “그럼에도 자동차를 허위로 등록하거나 싼 가격을 제시해 고객을 유도한 뒤 비싸게 판매하는 등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신뢰를 무너트리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 수사와 함께 방통위 등에 차단 조치를 요청해 실제로 인터넷 상의 허위매물 사이트들이 많이 사라졌다.

(사진=청년일보)

대기업인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공식 선언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에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김 전무는 “중고차 시장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딜러들의 불법 행위로 피해를 많이 겪은 만큼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다.

(사진=뉴스웍스)

새로운 독과점 시장을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이유
다만 일부에서는 중고차 시장에 현대차가 진출하면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중견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높으며, 인지도가 높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한결 수월한 편이다.

(사진=중앙일보)

현재 중고차 시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된 이후 아직까지 대기업이 진출한 사례가 없다. 이 상황에서 현대차가 막대한 자금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독과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현대차와 맞먹을 규모의 경쟁사가 있다면 경쟁 때문에라도 일정 가격 이상 올리기 어려워진다. 더 저렴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수요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과점 시장이 된다면 원하는 대로 가격 책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진=한국일보)

실제로 국산 신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거의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며, 현대차가 내놓는 신차 가격이 곧 해당 차급의 가격이 된다.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수백만 원씩 가격을 올리다 보니 옛날 쏘나타 가격은 지금 아반떼 가격이 되었고, 옛날 그랜저 가격은 지금의 쏘나타가 되었고, 그랜저는 풀옵션을 선택하면 5천만 원에 가깝다. 싼타페 역시 풀옵션을 선택하면 5천만 원에 근접하며, 투싼은 4천만 원을 넘겼다.

이것이 중고차 시장에도 적용되어 실질적으로 중고차 평균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독과점 상황에서는 자신들 마음대로 가격 책정을 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중고차 딜러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현재 영업 중인 중고차 딜러들의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중고차 매매 단지에 있는 광택, 세차, 탁송, 진단, 정비 등 업종 종사자 10만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익 없이 상생을 목적으로 들어오겠다는데 그 말을 누가 믿겠나?”라면서 “결국에는 골목상권 침해이며,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영세 사업자만 다 죽는 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차는 출고된 지 5년 이내의 중고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결국 핵심만 빼먹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치 돈이 되는 것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출고된 지 6년 이상 된 중고차만 팔라고 한다면 현대차가 받아들이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MBC)

다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소비자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을 등 처먹기 바빴다”, “그러게 누가 사기 치며 엉업하랬나”, “지금 영업 중인 딜러들 물갈이 싹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딜러까지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문제다.

중고 수입차의 경우에는 일부 수입사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현대차의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만약 현대차가 수입차도 취급하게 된다면 위에 언급한 독과점으로 인한 수익 감소로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실제로 인증 중고차 사업은 딜러사들의 주요 매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수익이 높은 편이다.

신차 결함도 못 잡는데…
중고차 결함 문제가 심해질 것
일부에서는 중고차 결함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중고차는 신차보다 고장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철저히 정비 후 출고해야 하는데, 현대차의 요즘 행보를 보면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즉 “신차 품질도 엉망인데 중고차 품질이라고 좋을 리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신차 판매사원이나 AS 직원들의 무책임한 소비자 응대가 논란이 된 적이 많은 만큼 서비스 쪽에서는 기존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기존 업계와 상생 및
철저한 관리 감독 필요
정부에서도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독과점이 생길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대차에 “상생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을 허용한다”라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현대차에 상생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사의 차량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개발을 상생 방안의 하나로 내놓았으며, 중고차 판매 단체와 사업 범위에 대해서도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KBS)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기보다 산업적 경쟁력을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이익 공유’모델을 상생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최근 국감 등에서 상생 방안이 될 만한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두고 논의를 앞으로 좀 더 진행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관리 감독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감독이 있지 않으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나아질 것이 거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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