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조그만한 실수에도 자신 혹은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면허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어떤 면허를 취득했는지에 따라 운전할 수 있는 차의 범위가 다르다.

하지만 2011년에 시행한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는 면허취득난이도를 대폭 낮춰 취득률이 대폭 높아졌지만 그 부작용으로 사고 발생률이 대폭 높아졌다. 면허는 취득했지만 운전이 충분히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2016년 연말에 다시 난이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운전면허 난이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옛날 운전면허시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운전면허시험 난이도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옛날 운전면허시험에 대해 다뤄본다.

이진웅 에디터

(사진=도로교통공단)

2011년 간소화된
운전면허시험
2010년 6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가 시행되었다. 장내 기능시험이 11개에서 2개로 대폭 축소되었는데, 초등학생도 기본적인 조작방법만 가르쳐주면 쉽게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폭 쉬워졌다. 또한 전문학원 이용자의 의무교육은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대폭 단축되었으며, 하루에 교육받을 수 있는 제한 시간이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났다.

시험 코스도 50미터 수준으로 대폭 간략화되었다. 우선 시작지점에서 기본적인 조작에 대해 테스트한 후 50미터를 주행, 주행 도중에 불시에 울리는 돌발, 종료지점에 도착하면 끝이다. 시험 과정이 대폭 간소화되면서 기능 시험의 합격률은 69.9%에서 92.8%까지 높아졌다. 안전벨트 미착용, 도착 후 주차 브레이크 체결 등의 기본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왠만하면 합격할 정도다.

(사진=도로교통공단)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부작용이 발생했다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1년간 신규 면허 취득자는 59%가 증가했다. 하지만 간소화 이후 1년간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는 8,250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2.9%가 증가했다. 초보운전자 사망사고도 10만명당 1.81명에서 2.13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사고를 내지 않았지만 상식 밖의 행동으로 다른 운전자를 황당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시험과정과 교육이 대폭 간략화된 까닭에 충분히 숙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선을 넘어 신호를 대기한다던지, 직진하다가 사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좌/우회전을 한다던지, 교통법규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다던지 등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중국의 여행사에서 홍보한 한국 운전면허 시험 코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와 면허를 취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이 2013년부터 운전면허 취득 기준을 강화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해 원정 면허를 대거 취득했다. 비용도 중국에서 취득하는 것의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 면허가 너무 쉽다보니

운전면허전문학원의 횡포가 대폭 늘어났다. 운전면허 수강료가 부대비용 포함해서 50만원 미만으로 줄었지만 시간당 수강료가 인상되었고, 시험에 응시하는 교육생들을 계속 불합격시켜 이득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두서너번만 떨어져도 면허취득 비용은 80~90만원을 넘는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면허시험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물면허라는 여론
운전면허 간소화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실제 도로주행에서 활용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2016년 12월, 운전면허시험을 다시 강화했다. 학과시험 문제은행 문항 수가 730개에서 1000개로 증가했으며, 기능 시험은 기존 50미터 코스에서 300미터 코스로 늘어났다, 기능시험 평가항목은 경사로, 교차로, 좌/우회전, T자 코스, 가속구간이 추가되고 실격 사유도 7개로 증가했다. 대신 도로주행시험에서는 자동차 성능 향상으로 인해 불필요한 항목 30개를 삭제해 57개만 평가한다.

시험 항목이 추가되면서 기능 시험 합격률은 80~90%에서 3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물면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사로 항목은 자동변속기가 대부분인 현 시점에는 의미가 없으며, 자/우회전이나 교차로 정차, 주행중 가속 역시 가장 기본적인 차량조작으로 면허시험 강화 취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진=현대자동차)

이어 “실제 운전자 중 상당수는 완화된 시험체제에서 면허를 딴 초보운전자들에게 불안감을 느낀다”면서 “경찰이 도로 상에서의 안전문제에 더 방점을 찍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허억 교수는 “장내기능시험이 일부 강화된 게 의미는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전체 의무교육 시간을 13시간으로 유지한 것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실제 면허를 갓 취득한 사람들도 면허시험이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도로에 나가는 것은 무섭다고 한다.

(사진=MBC)

극악의 기능시험
S자 후진코스도 있었다
운전면허 시험 난이도가 논란이 되고 있는 와중에 90년대 운전면허시험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따르면 1996년 8월, 서울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서 2일동안 총 195명이 응시했지만 단 한명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새로운 운전면허시험 코스가 적용되었는데, 굴절, S자, T자, 철길건널목, 평행주차가 추가되었다. 심지어 1종 면허에서는 S자 후진도 존재했다. 대신에 도로주행시험이 없어 기능시험까지 합격하면 바로 면허증이 발급되었지만 문제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 합격률이 10%에 머물렀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 자동변속기 차량이 흔치 않은 점도 난이도 상승에 기여했다.

(사진=MBC)

시험에 제한사항이 있고
필기시험 난이도가 높았다
시험장 수가 적었고, 운전학원에서 시험을 볼 수 없어서 시험응시에 제한을 뒀다. 자신이 원하는 날짜 골라서 응시할 수 없었고, 면허관리공단(현 도로교통공단)에서 임의로 지정한 날짜에 응시자가 시간을 맞춰 시험을 봐야 했다. 그리고 3번 떨어지면 6개월 동안, 7번 떨어지면 2년 동안 응시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카 열풍으로 인해 운전면허 취득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 대기만 한나절 했으며, 평일 밤 10시까지 야간시험을 실시했다.

필기시험 난이도도 지금보다 높았다. 문제가 어려웠던 것은 기본이고, 1종은 80점 이상, 2종은 70점 이상으로 지금보다 10점 높았다. 면허취득이 너무 어려워 장수생이 흔했으며, 뉴스에 나온 한 시민은 10수만에 면허를 취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는 그나마 쉬운 것
해외는 더 어렵다
그러나 해외 운전면허 시험을 살펴보면 90년대 국내 운전면허 시험도 쉽다고 느낄 수 있다. 독일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데, 필기시험은 문제은행에 있는 939개 중 랜덤으로 출제되고, 이 중 3개 이상 틀리거나 90점 미달이면 불합격이다.

여기에 8시간의 응급 처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18시간의 도로주행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도로주행교육 중 10.5시간은 야간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모두 이수했으면 시험을 응시하는데, 방향지시등 미점등과 추월 시 후방 미주시 등 운전에 관한 기본 상식에 대한 사항을 위반하면 국내에서는 감점이 되는 항목도 있지만 독일은 무조건 실격 처리한다. 추가로 보닛을 열어 주요부품과 동작원리를 시험관에세 설명하는 발표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운전면허 시험에 최종 합격하더라도 2년간은 임시 면허증을 발급받는다. 임시면허증 소비자가 교통법규 위반 혹은 혈중알코올농도 0.001이라도 나타나면 30만원의 벌금과 임시면허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고, 2주에서 4주동안 매일 4시간 가량의 교통 교육에 참가해야 한다.

두번째 적발되면 경고와 함께 교통 정신과 상담을 추천받게 되며, 세번째 적발되면 면허가 정지된다. 임시 면허증 기간동안 교통법규 위반을 비롯한 불법행위가 적발되지 않으면 그제서야 정식 면허증이 발급된다. 또한 학원비가 한화 200~400만원 가량 한다.

영국은 필기시험 35개의 문항 중 30개 이상을 맞춰야 하며, 도로주행은 감독관이 동승한 상태에서 40분 간 운전을 하게 되는데, 도로에 나가기 전 자동차 정비와 안전에 관한 두가지 질문을 해서 맞춰야 한다. 또한 위험 지각 테스트가 있는데, 위험하게 운전했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일본은 독일보다는 낫지만 한국보다는 까다롭다. 국내보다 교육 이수 시간이 긴 것은 물론이고, 학과 시험을 3번이나 치며, 합격점수가 80~90점으로 한국보다 높다. 또한 본면허 시험은 차와 지도자를 응시자가 직접 구해야한다. 핀란드는 눈길에서 드리프트를 할줄 알아야 하며, 러시아 역시 기능시험이 매우 어려운 편이라고 한다.

(사진=한겨레)

운전면허 시험을
지금보다 어렵게 바꿔야…
국내 운전면허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난이도를 더욱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격률이 높은 것이 결코 좋은것만은 아니며, 기본적인 조작도 제대로 못하는 운전자가 너무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상향등이 켜진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거나,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작동 스위치를 구별하지 못한다던지 등이 있다.

또한 시험 불합격 시킨 것은 도로위의 살인자가 되는 것을 막은 것이며, 시험이 어려워야 공부도 더 하고 운전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고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금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 모두 다시 시험보게끔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경기일보)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워지는 것이 응시자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니겠지만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난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순간의 실수로도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만큼 운전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교통법규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도로를 보면 방향지시등 미점등은 기본이고, 끼어들기와 꼬리물기, 추월방법 위반, 난폭운전과 보복운전 등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는 수준이다. 충분한 교육과 연습 후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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