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장사 좀 하겠습니다” 돈독 제대로 오른 벤츠의 구독제 옵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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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또 구독 옵션 출시
이번엔 주행 성능 업그레이드
BMW, 벤츠 구독 옵션 늘려간다

옵션을 선택하는 일은 자동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한 선택지가 주어지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옵션만을 골라서 주행은 더 편하게, 가격은 더 저렴하게 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특정한 옵션을 처음 구매 가격이 아니라 차를 타는 매달 지불하여 사용하는, 즉 구독제 옵션이 출시된다면 어떨까?

수많은 소비자를 경악하게 했던 구독제 옵션의 등장이 드디어 자동차 성능 자체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벤츠는 자사의 전기차 라인업 EQ의 신차 EQE 시리즈에 자동차의 가속력을 올려주는 옵션을 구독제로 판매한다는 소식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해외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서 더 알아보도록 하자.

오대준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 EQE /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 EQS / 사진 출처 = ‘Edmunds’

가속 증가 옵션 구독제
상위 트림 사라는 상술일까
유의미한 증가인 게 문제

해당 구독 옵션의 정식 명칭은 ‘Acceleration Increase’, ‘가속 증가’로, 구독할 경우 출력 제한 록을 풀어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옵션이다. 벤츠는 이를 가속력, 모터 출력 제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로 EQ 시리즈 모델의 모터 출력을 공장 출고 당시 버전보다 20~24%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것이 상위 트림을 구매하게 하려는 상술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힞;민 예를 들어 EQE 350 4Matic 모델은 가속 증가 옵션을 적용할 경우 292ps에서 354ps로 62ps 증가하지만, 여전히 그 상위 모델인 EQE 500 4Matic 모델의 기본 출력보다 낮다. 반면 EQS 450 4Matic, 세단과 SUV 둘 다 가속 증가 옵션 적용 시 360ps에서 449ps로, 자그마치 89ps가 증가한다. 이를 근거로 세단형은 96km/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자그마치 0.8초 감소하고, SUV는 0.9초가 감소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앞서 본 것처럼 이 옵션을 통한 성능 개선이 일반 운전자들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유의미하다는 데 있다. 즉, 구독을 통한 성능 향상이 아주 작은 리미트를 개선해주는 것이라면 일부 마니아들을 위한 선택지로 남아있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라면 사실상 기본 옵션으로 생각하고 매년 구독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 금액이 매년 1,200달러, 한화로 160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QS 후륜 조향 기능
BMW 애플 카플레이

벤츠 후륜 조향 기능
BMW 통풍 시트, 카플레이
성능까지 건드린 적은 없다

구독 옵션에 대한 고객들의 트라우마는 처음 벤츠가 세상에 내놓은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 EQS의 후륜 조향 기능에서 비롯됐다. 주차하거나 후진, 유턴할 때 차체를 더 돌리지 않게 뒷바퀴가 자동으로 방향을 맞추는 편의 사항을 구독제로 판매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연간 한화 약 70만 원가량의 구독료로 ‘리어액슬 스티어링’의 락을 해제해줬다고 한다.

벤츠뿐 아니라 BMW 역시 구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BMW는 앞서 벤츠의 후륜 조향 기능처럼 편의 사항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핵심적인 사항, 통풍, 열선 시트와 애플 카플레이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다만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해당 옵션을 영구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선택지를 주거나, 혹은 애플 카플레이처럼 수요가 높을 경우 일반 옵션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벤츠 EQ 시리즈의 가속 증가 옵션은 자동차 시장의 역사에서 최초로 구독제를 통해 자동차 성능에 소프트웨어 락을 건 사례로 남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QC 엔진룸 / 사진 출처 = ‘EVPOST’
벤츠의 열선 핸들 옵션 / 사진 출처 = ‘THERMONIQ’

구독 옵션은 소프트웨어로 작동
그럼 이미 찻값에 포함되었나?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곧 자동차의 모든 것을 산다는 것이다. 좀 더 길게 풀어서 얘기하자면, 엔진을 비롯한 주행에 필요한 모든 부품과 프레임, 그리고 운전 중에 필요한 스티어링 휠과 기어 등의 운전 장치들, 그리고 에어컨과 오디오, 디스플레이 등의 편의 사항을 총체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정확히 ‘차를 산다’라는 행위이다.

그리고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구매자는, 안전상의 문제로 해제가 가능한 일부 락을 제외하면, 차에 탑재된 모든 부품의 기능을 그것이 가진 한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다. 구독제 옵션의 문제는 이러한 소비자의 권한을 뺏어, 마치 자동차의 통제권이 여전히 브랜드에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브랜드에 종속시킨다는 점이다.

심지어 구독 서비스로 락이 걸려있다는 것은 락이 없다면 부품들이 처음부터 그 정도의 성능을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에 대해 락을 걸면서 처음 구매할 때 가격 절감도 없다는 점은 브랜드가 소비자를 우롱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AMG EQS / 사진 출처 = ‘Carscoops’

성능 구독 옵션 선례 만들어진바
네티즌 ‘자기들 무덤 자기들이 파는 것’

따라서 이번 벤츠의 가속 증가 옵션이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 가늠할 수 없는 악영향을 줬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연히 기업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추구해야 하지만, 소비자를 자신에게 종속시켜서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만약 이후에 구독 기능을 자동차의 안전 사양에까지 적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네티즌 역시 벤츠의 이러한 수익 구조에 경악했다. 한 네티즌은 ‘이건 무조건 실패해야 한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으며, ‘이런 수익구조를 택하는 건 브랜드들이 스스로를 정부 규제에 노출 시킨 것과 다름없다’라는 댓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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