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판치는 중고차 허위매물
경기도 조사 결과 17개 사이트 확인
차단 대책 마련 요구 빗발쳐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220~230만 대가 거래되며 신차 시장 대비 1.3배에 달하는 규모를 보이지만 허위 매물 등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농락하는 불법 행위는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한 결과, 도내 허위 매물 의심 사이트 17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고차 허위 매물 사이트는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기에 현재 운영 중인 사이트는 1개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매물이 연식이 일치하지 않거나 주행거리를 줄여 표기하는 등의 특징이 포착되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며, 업계 안팎에서 대책 마련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일 기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5명 중 1명은 실제 피해 경험
침수차량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차거래 플랫폼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매물의 다양성이나 업데이트 등 앱 사용 만족도는 높았지만 구매 후기 및 딜러 평가 등 신뢰도 측면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약 17%실제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성능 상태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달랐다’라는 응답이 43.9%로 가장 많았고 ‘허위·미끼 매물 정보’가 36.4%로 뒤를 이었다.

중고차 시장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침수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여름엔 전국적인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유난히 침수 피해가 많이 보고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침수 이력이 있는 차량은 18,289대가 확인되었지만 폐차된 경우는 14,849건에 불과했다. 이에 국토부 및 관계부처는 유통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는데, 11월 기준 매매업자가 보유한 침수차량은 148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출처 = “현대차그룹”

이번달부터 시범판매 진행
현대차그룹 중고차 시장 입성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부터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영세 개인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고, 대기업의 시장 진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빗발쳤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3월부터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판매업 사업개시를 용인했다.

유예기간 1년이 지난 올해 5월부터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게 되며, 이번 달부터 4월까지는 현대와 기아가 각각 5,000대 이내에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는 시범 기간을 갖는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 판매를 진행하게 될까?

사진 출처 = “현대차그룹”
사진 출처 = “연합뉴스”

5년 10km 이내 차량 대상
영세업자와의 공생 꾀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입차 브랜드처럼 5년/10만km 이내 차량을 200여 개 항목의 검사를 통해 선별, 신차급 상품성의 매물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와 기아 모두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며, 인증중고차센터를 구축하여 성능 점검 및 실차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선구독 후구매’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한 달간 차량을 체험한 후에 구매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며, 최종 구매 시 구독료가 면제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차그룹은 시범사업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점유율을 자체 제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5.1%의 점유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자동차산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2026년에 7.5~12.9%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진출 환영하는 소비자들
중고차 정보 투명해지길 기대

한국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6%에 달했다. 이유로는 ‘성능상태 점검결과를 신뢰성 있게 제공할 것 같아서’가 34.4%를, ‘허위·미끼 매물이 줄어들 것 같아서’가 33.3%의 지지를 얻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부작용인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대안으로 대기업의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주홍 정책연구소장은 “품질과 서비스 등 시장 전반의 개선을 통해 소비자 신뢰성이 제고될 것이며 공정 경쟁이 이루어져 선진화를 도모하게 된다”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국토부와 보험개발원 등과의 차량 이력 정보 공유를 통해 결합형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며, 전체적인 신뢰가 높아지면 중고차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쿠키뉴스”

고금리 폭격 맞은 중고차 시장
즉각적인 개선 효과는 “글쎄”

허위·미끼 매물 근절을 위해 완성차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정화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유는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위축된 수요가 꼽히는데, 매도량 저하로 인해 지난해 11월 기준 중고 승용차 재고는 112,554대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많아졌다.

이에 더해, 현대차그룹이 점유율을 자체 제한하는 것 역시 정화 효과 반감 요인으로 꼽히며,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금리로 중고차 시장 규모가 30% 정도 줄었다”라며 “완성차업체가 진출한다 해도 동력이 약해져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고차 가격 상승, 영세매매업자 줄도산 등 부정적인 결과가 우려되는 가운데, 인증 중고차 판매 개시가 중고차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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