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모방 문화 팽배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
클래식 미니 표절 논란
중국의 제조산업은 타사 제품을 모방하는 ‘카피캣 전략’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출품작들이 화제가 되었는데, 현장에 있던 국내 업계 관계자들이 탄식을 내뱉을 정도였다고 한다.
광활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제품을 복제, 염가에 판매하는 행태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도 팽배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그대로 베껴 만든 랜드윈드 X7으로, 재규어랜드로버가 끝내 소송에서 승리했을 때는 이미 수십만 대가 판매된 후였다. 그나마 전기차 국면에서는 중국의 복제 행각이 덜 부각되었는데, 최근 구형 미니를 둘러싼 특허 분쟁이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글 김현일 기자
클래식 미니 전기차 버전
지난해 특허 출원 완료
지난해 5월, 중국의 자동차 제조 업체 ‘Beijing Estech Technology’는 중국 특허청에 신형 전기차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등록된 3D 렌더링 이미지는 누가 봐도 1세대 클래식 미니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었고, 워낙 헤리티지가 뚜렷한 차량이기에 표절 논란이 일었다.
해당 디자인은 차체 형태는 물론이고 클래식 미니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와 안개등, 전면부 중앙 하단에 자리 잡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크롬으로 마감된 범퍼까지 거의 모든 요소를 빼다 박은 수준이었다.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Car News China는 해당 차량이 전기차로 제작될 예정이기에 구조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BMW는 이를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BMW 손 들어준 특허청
만약 그대로 출시됐다면?
중국 자동차 뉴스 웹사이트 Autohome에 따르면, BMW는 지난해 7월 중국 특허청에 특허 출원을 무효화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최근, 중국 특허청은 BMW의 손을 들어줬고 Beijing Estech Technology에 3개월의 항소 기한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식 미니는 약 41년 동안 수백만 대가 판매된 역사적인 모델이기에 BMW 법무팀이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이며, Beijing Estech Technology는 양산을 포기하거나 재설계 작업에 돌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만약 해당 차량이 그대로 출시되었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꽤나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을까.
“계약하려 했는데…”
해외 네티즌의 반응은
실제로 유럽에는 클래식 미니를 전기차로 개조하여 판매하는 전문 업체가 존재하며, 이번 출시 좌초 소식에 몇몇 해외 매체들은 “중국 미니 EV가 양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이 같은 니즈를 반영하여 콘셉트카 정도는 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이번 특허 분쟁 결과에 대해 해외 네티즌들은, “중국 제조업체가 언제부터… 갑자기 윤리 의식이 생겼나요?”, “글쎄… 왜 조만간 모조품이 나올 것만 같지”, “그래도 전기차 설계 비용은 그들이 지불했을 텐데”, “애초에 특허를 내준 것도 이상해”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