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인공 소음
보행자를 위한 일정 소음
국내차도 탑재되고 있어
몇 년 전 여행차 중국에 갔다 올 일이 있었는데, 당시 현지 가이드는 전기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도로에 많은데, 소리가 매우 작아서 바로 뒤에 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잦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줬다. 실제로 당시 사고가 발생할 뻔하기도 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몇 차례 겪기도 했다.
실제로 해외 자동차 시장, 특히 미국 정부는 전기차의 소리가 너무 작다는 점을 근거로 소리의 하한선을 두어 일정 소음이 발생해야 한다는 기준도 있는데, 유럽 역시 이런 기준이 존재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어떠할까? 오늘은 이 전기차 소음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보도록 하자.
글 오대준 기자
전기차 소리 사실은 가짜?
1997년부터 시작된 고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가 근처에 있을 때 나는 특유의 소리를 떠올려보자. 누구는 이 소리를 전기차 특유의 미래적인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고 평하지만, 누군가는 기분 나쁜 소리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 소리는 사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리에 더 가깝다. 사실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의 모터는 작동 시 소리가 그렇게 크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1997년부터 생산 및 판매된 모든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 명령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 근거는 2019년 제정, 비 엔진 차량의 경우 43~64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또한 그보다 이른 2011년 제정된 미국 보행자 안전 강화법은 맹인을 포함한 모든 보행자가 자동차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자동차의 존재, 작동을 경고하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 법적 근거는 더욱 깊어진다.
미국, 유럽 기준 있어
한국도 여기에 맞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 역시 자동차의 소음 하한선이 존재하며, 유럽연합은 2019년 7월부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시속 20km 이하의 저속 주행 시 56데시벨 이상의 가상 엔진 소음을 내도록 법을 제정했다. 참고로 56데시벨은 바로 옆에서 듣는 문서 파쇄기 정도의 소음이다.
한국의 경우는 아직 법제화된 기준은 없지만, 이미 이 기준을 거친 수입차들, 그리고 해당 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해당 소리 자체가 모터가 탑재된 차량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리면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되었다. 물론 많은 브랜드가 현재 더 나은 소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 음악계나 클래식계와 협업하여 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행자에게 맞추는 전기차
네티즌 ‘몇 번 사고 날 뻔’
자동차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간에게 맞춰져야만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처럼 들려서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이를 위해서 자동차가 작동하는데 인위적인 소음을 넣는다는 것은 조금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늘도 우리는 골목길에서도 뒤에 전기차가 오고 있음을 알고 사고를 피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네티즌은 이에 대해서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소리가 좀 신기했는데 자동차 작동이랑 아예 상관없는 걸 줄은 몰랐다’라는 댓글을 단 네티즌도 있었으며, ‘소리 너무 조용해서 바로 뒤까지 왔는데도 몰랐던 적 많다’라는 댓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