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내 차가 안 나왔구나… 조용히 ‘전기차 출고’ 막아왔던 업체들, 싹 다 걸렸다

줄어든 신차 납기일
전기차만 변화 없어
이유 따로 있었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경기 부진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에 따라 신차 출고난이 크게 완화되는 추세다. 이달 초 현대차그룹의 신차 납기 정보에 따르면 적게는 한 달에서 최대 8개월까지 납기일이 줄어들었다. 지난달 기준 16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달 12개월로 무려 4개월이나 줄었으며 신형 그랜저 역시 1~4개월가량 납기가 빨라졌다.

신형 코나는 한 달이면 받아볼 수 있으며 제네시스 GV80의 경우 대기 기간이 10개월로 전월 대비 8개월이나 감소했다. 이에 재고 물량이 늘어난 완성차 제조사들은 공장 주말 특근을 취소하는 등 황급히 생산량 조절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전기차는 사정이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글 이정현 기자

평균 12개월은 기다려야
보조금 조기 마감되기도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차 아이오닉 6의 경우 당장 계약해도 1년 하고도 1개월 후에 출고되며 아이오닉 5와 포터 EV, 제네시스 GV60와 G80 전동화 모델은 평균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 EV6 역시 1년, 봉고 EV는 10개월이 걸리며 그나마 사정이 나은 니로 EV도 반년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전기차는 보조금 문제가 얽혀 출고 시기가 더욱 중요한데, 출고 순서가 다가와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매칭이 되지 않으면 출고하기 어렵다. 개인 구매자의 경우 최대 3개월가량의 지방자치단체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조금이 일찌감치 바닥나 전기차 구매가 중단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렌터카 업체는 달라
꼼수로 보조금 독점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렌터카 법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렌터카 업체들의 경우 어디든 지점만 개설하면 지자체를 불문하고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래서 렌터카 업체들은 전국 곳곳에 임시 거점을 여는 꼼수로 전기차 보조금을 모두 쓸어가고 있다. 이렇게 전국을 돌며 사재기한 전기차들은 각 지역 소비자들에게 장기 렌터카로 공급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장기 렌트를 이용할 경우 빠르면 한 달 안에도 출고가 가능하지만 개인 소유가 아닌 렌터카 이용이 사실상 강요되는 만큼 상당한 불이익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결국 환경부는 올해부터 렌터카 업체의 전기차 보조금 독차지를 방지하고자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

참교육 들어간 환경부
개인 구매 쉬워질 듯

환경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 보조금 업무 처리 지침’에 따르면 전기차를 2대 이상 구매하는 법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구매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자동차 제조사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환경 공단에 지원서를 제출해야 하며 지자체 보조금 없이 환경부 보조금만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렌터카 법인이 전기차를 대량 구매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보조금이 줄어든 만큼 장기 렌트 상품을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판매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업계는 전기차 출고 대기 기간도 기존보다 줄어들고 개인 소비자가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한층 쉬워질 것이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