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1위였던 싼타페
최근 쏘렌토에 굴욕
판 엎어진 이유는?
기아는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지만 판매 및 실적 평가 등은 현대차와 별개로 이루어진다. 쉽게 말해 한 지붕 아래 회사들이지만 라이벌 관계인 셈이다. 그간 현대차는 국산차 서열 1위, 기아는 2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아 자동차들의 상품성 및 판매 실적이 현대차를 앞서나가는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싼타페와 쏘렌토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쏘렌토의 형님 격인 싼타페가 최근 들어 쏘렌토에 완전히 밀리는 사상 초유의 굴욕을 겪어 화제다. 2018년까지만 해도 연간 내수 판매량 10만 대를 넘겼던 싼타페가 작년에는 2만 8,705대에 그쳤다. 반면 쏘렌토는 작년 6만 8,902대가 팔려 포터 2, 봉고 3 등 상용차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기록됐다. 지금도 두 모델의 판매량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판이 뒤집힌 이유는 무엇일까?
글 이정현 기자
심각한 디자인 무리수
호불호 없는 그냥 불호
업계는 싼타페 판매 부진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디자인이다. 현재 판매되는 싼타페는 지난 2020년 6월 출시된 싼타페 TM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당시 현대차는 쏘렌토를 견제하고자 풀체인지급 디자인 변경을 단행했다. 쏘렌토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진 만큼 현대차의 중압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의 결단은 호불호가 아닌 그냥 불호로 이어졌다. 기존 모델은 그나마 각을 살리면서도 단정한 이미지를 연출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현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괴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그릴 디자인은 “코로나 시국에 맞게 마스크를 씌워놨나”, “쏘나타에 이어서 살찐 메기도 등장했네” 등 긍정적인 평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결국 국산 중형 SUV 판매량은 자연스레 쏘렌토로 몰리게 된다.
놓쳐버린 하이브리드 투입 시기
쏘렌토가 16개월이나 독점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시기가 꼽힌다. 작년 싼타페 판매량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이 47.3%로 무려 절반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판매량 비중이 71.7%였다는 점을 참하면 그리 높은 비율도 아니다. 판매량 자체만 놓고 보면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약 1만 4천 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약 5만 대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후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난 2021년 7월이 되어서야 등장했다.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4개월 전 쏘렌토 4세대 모델의 출시되며 하이브리드 모델도 동시에 나왔다는 점과 크게 대조된다. 쉽게 말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6개월 동안이나 중형 하이브리드 SUV 시장을 독점했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전체 판매량에서 싼타페의 디자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신형으로 만회할까?
올 4분기 출시 유력
이에 현대차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싼타페 개발 마무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셀토스에 완전히 밀려버린 코나가 이번 풀체인지를 통해 재평가 받게 된 것처럼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지금의 굴욕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요즘 들어 간간이 포착되는 신형 싼타페 테스트카는 갤로퍼, 랜드로버 디펜더를 연상시키는 각진 외모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최신 현대차에서 볼 수 있는 일자형 DRL과 달리 ‘H’ 형태를 본뜬 DRL로 차별화하며 차체도 대폭 커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2.5세대 플랫폼이나 다름없던 현행 싼타페와 달리 비로소 완전한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휠베이스 역시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형 싼타페의 출시 시기는 올 4분기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