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전기차 싫다던 페라리
시간 지나 바뀐 회사 입장
자율주행 기술은 어떨까?

람보르기니마저 SUV 전선으로 뛰어들었던 지난 2017년,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특유의 감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SUV를 만들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한 푸로산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이미 2025년까지 예약 리스트가 꽉 찼다.

SUV와 마찬가지로, 2013년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 당시 회장은 “내가 회장으로 있는 한 전기차를 결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듬해 그는 회사를 떠났고, 브랜드는 2025년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현일 기자

“자율주행은 진짜 아니야”
베네데토 비냐 CEO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일, 파이낸셜 타임즈 주최 미래차 서밋에 참석한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자율주행차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지금껏 차량 생산에 있어 거의 모든 부서를 조직 내에 뒀는데, 한 기자는 “럭셔리 전기차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외주에 맡길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비냐는 “차량 내에는 퍼포먼스, 컴포트,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총 네 가지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라며 “마지막 것은, 우리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실로 페라리를 몰면서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꽤나 바보같이 들리는데, 비냐는 고객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듯하다.

취임 이후 확실한 견해
“고객들은 원하지 않아”

이번 인터뷰뿐만 아니라, 베네데토 비냐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자율주행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비냐는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페라리를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은 다른 것,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운전을 맡길 계획이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체가 구매 목적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함께 소개한 일화도 상당히 흥미롭다. 비냐가 갓 취임했던 당시 페라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권하는 AI 전문가 몇 명을 회사로 초대했다. 비냐는 그들을 회의실이 아닌 피오라노 서킷으로 데려갔고, 테스트 드라이버 뒤에 타 한 바퀴를 돈 전문가들은 “우리의 프리젠테이션은 쓸모가 없다”라며 걸음을 돌렸다고 한다.

볼륨보다 가치에 집중
자율주행은 역설 그 자체

대체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페라리는 트렌드보다 감성에 집중하는 브랜드다. 비냐 CEO는 업계 트렌드세터 테슬라에 대해 “자동차 산업에 경종을 울렸다”라며 극찬했지만, 테슬라 차량은 “A에서 B까지 이동하기 위한 기능적인 차량”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높은 SUV는 회사 재정을 위해, 전기차는 각종 환경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발했다 하더라도 자율주행차는 이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 단위 투자를 지속해도 성과가 미미한 자율주행 분야는 어쩌면 부담스러운 시장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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