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HS, 강화된 테스트 진행
준중형 세단 5종이 대상
2열 안전성 실체 드러났다
요즘 판매되는 신차들의 안전성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향상됐다. 차대 강성이 좋아 충돌 사고 시 A, B 필러 등 승객 공간을 구성하는 핵심 부위가 대체로 온전하며 신체가 부딪힐 수 있는 대부분 위치에서 에어백이 펼쳐진다. 여기에 차로 이탈 방지,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사각지대 및 교차로 대향차 감지 등 능동형 안전 장비 역시 보편화돼 사고율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보인다.
하지만 각국의 신차 안전성 평가 기관은 점점 기준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IIHS)는 사전 통보 없이 테스트 기준을 강화하며 판매용 차량을 직접 구입해 테스트하기로 유명하다. 최근 IIHS가 강화된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와 화제를 모은다.
글 이정현 기자
12세 어린이 더미 기준
2개 차종은 비교적 우수
IIHS는 지난달 11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판매 중인 준중형 세단을 대상으로 충돌 테스트를 실시했다. 어린이가 주로 2열에 탑승하는 현실을 반영해 12세 어린이 크기의 더미를 2열에 태웠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번 테스트를 진행한 차종은 기아 K3(수출명 포르테)와 토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스바루 크로스트랙 닛산 센트라 등 5종이다.
우선 혼다 시빅과 토요타 코롤라는 G(good), A(Acceptable), M(Margin), P(Poor) 등 네 가지 등급 가운데 종합 A 등급을 획득했다. 운전석은 안전 공간이 확보된 차체 구조, 탑승객의 머리, 목, 가슴, 무릎, 허벅지, 다리, 발 등 신체 보호 부문에서 G 등급을 받았다. 2열 역시 사고 충격에도 탑승객의 반동이 크지 않아 탑승객 보호 전 부문에서 G 등급을 기록했다.
낙제점 면치 못한 K3
신체에 큰 충격 가해져
하지만 이외 3개 차종은 모두 최하위인 P 등급에 그쳤다. 기아 K3의 경우 운전석 안전 공간 및 차체 구조, 운전자 신체 보호 부문에서 G 등급을 획득했지만 2열 탑승객 보호 부문에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충돌 시 더미의 목이 크게 꺾이는 모습이 IIHS의 영상에 담겼으며 머리와 목 보호 부문에서 P 등급을 얻었다. 가슴 보호 부문은 M, 다리 보호 부문은 G 등급을 받았다.
닛산 센트라는 운전자 머리 및 목 보호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했으나 나머지 1열 테스트 항목에서는 G 등급을 기록했다. 2열 탑승객 보호 부문에서는 K3와 마찬가지로 머리 및 목 부문 P, 가슴 보호 부문 M 등급을 받았다. 안전벨트가 상체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는데, 충돌 직후 2열 탑승객의 다리가 운전석 등받이와 부딪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처참한 2열 탑승객 안전성
장기 손상될 가능성도 있어
스바루 크로스트랙 역시 K3와 동일한 1열 안전성을 기록했다. 운전자 보호 부문에서 모두 G 등급을 획득했나 2열 탑승객 머리 및 목 보호 부문은 M, 가슴 보호 부문은 P 등급에 그쳤다. P 등급을 받은 나머지 차종과 마찬가지로 충돌 직후 뒷좌석 승객의 몸이 움직이는 범위가 넓었으며, 충격으로 팔이 높게 올라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리 보호 부문은 G 등급을 얻었다.
비록 종합 등급은 약간의 차이를 보였지만 2열 탑승객 보호 부문에선 5개 차종 모두 P 등급의 성적표를 받았다. IIHS는 모든 차종의 뒷좌석 더미가 안전벨트 아래로 몸이 쏠리며 하단 벨트가 복부를 강하게 압박해 장기가 손상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완성차 제조사가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2열 탑승객의 머리, 목, 가슴, 복부 및 허벅지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사고를 막는 게 우선이지만 사고가 불가피하게 생길 경우에 적극적인 보호장치가 고안되고 설계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민간 안전 단체의 권고. 저 차량들을 모두 자비로 사들여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데 ㅡ 부럽기만한 능동적인 안전협회의 존재. 우리에게는 없는 자율적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