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계약이라 광고하던 신형 국산차가 막상 도로에서는 안 보였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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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자들의 자동차 ‘박기혁’님)

요즘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을 달성했다”라며 성공적인 초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인기가 많은 신차들은 “지금 계약하면 최소 몇 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라는 말도 나오면서 구매를 고려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막상 출시가 되고 흥행이 이어졌으나 신차들을 도로에서 만나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전계약 역대급이라면서 도로에선 한 번도 못 봤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많이 팔렸다는 신차들이 도로에서 생각보다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역대급 계약 대수 기록한 신차들을 도로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초반 흥행 이어지며
쏘나타까지 눌렀다는 신형 K5
작년 12월 출시된 기아 ‘신형 K5’는 대박을 터트렸다. 머슬카를 떠오르게 하는 강렬한 디자인과 국산 중형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상의 상품성을 가지고 태어난 신형 K5는 출시하자마자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거기에 최근엔 큰 벽과도 같았던 현대 쏘나타 판매량을 역전하기도 하는 등 돌풍이 지속되고 있다. 가솔린 모델은 그나마 대기가 덜하지만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는 아직도 3~4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차를 출고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가뿐히 2만 대 계약을 넘긴
제네시스 GV80
기본 사양이 6천만 원대 중반에서 시작하며 최고 사양은 9천만 원이 넘는 제네시스 GV80 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계약을 기록하며 대기 기간이 최대 10개월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저렴한 자동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많고 출고가 쉴 새 없이 이루어진다는 GV80 역시 아직까지 도로에서 그렇게 쉽게 만나보긴 어려운 차량 중 하나다. 이제 출시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출고된 물량이 꽤 많음에도 그렇다.

현대기아차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다
이는 비단 현대기아차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작년 9월 출시 이후 한해 국내에 배정된 물량을 모두 완판했다는 쉐보레 트래버스도 아직 도로에서 만나보기 쉽지 않은 자동차다. 9월에 출시했으니 이제 6개월이 지난 셈인데 아직도 트래버스를 도로에서 잘 안 보이는 차량 중 하나다.

픽업트럭 콜로라도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도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국내 도로에선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기사에선 매번 역대급 계약대수와 판매량을 자랑했다고 하는데 신차들을 도로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조우진’님)

사전계약과 실제 출고량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신차들을 도로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바로 사전계약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 보아야 한다. 사전계약은 말 그대로 일정 계약금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계약을 진행했다는 것이지 계약을 진행했다고 100% 차를 출고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들도 많으며 특히 대기 기간이 오래 걸렸을 때 다른 차로 갈아타는 고객이 생기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보통 자동차를 구매할 땐 동급 라이벌들 몇 대를 놓고 비교하며 최종적으로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를 구매하게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고민을 통해 최종 출고를 진행하는 자동차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사전계약 대수를 곧 실질적인 판매량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조우진’님)

계약이 많이 이뤄지더라도
출고량은 따라갈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사전계약이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제조사가 한 달에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물량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1만 대가 넘는 사전계약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 1만 대 출고가 모두 이뤄지기 위해선 최소 몇 개월에서 생산 물량이 적은 자동차는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GV80을 예로 들어본다면 울산공장에서 한 달에 생산해 낼 수 있는 물량은 2천 대 수준이다. 하지만 계약은 이미 2만 대를 넘긴 수준이니 이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선 단순 계산으로도 최소 10개월이 걸리는 것이다. 출시 2개월이 조금 더 지난 현시점에선 GV80이 아무리 많이 출고가 되었더라도 4천 대 수준을 넘기 어렵다. 계약은 2만 대가 넘게 되었지만 전국을 통틀어서 실제 출고가 된 자동차는 계약 대수에 한참 미치지 못하니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출고분이 온전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출고되는 4천 대가 모두 일반 고객들에게 온전히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시승 및 전시차로 활용되는 물량도 있을 것이며 현대기아차의 신차는 선출고 및 렌터카로 빠지게 되는 물량도 꽤 많은 편이다. 특히 장기렌트가 유행하는 요즘이기에 최근 출고되는 차량들은 렌터카 비율이 과거보다 꽤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 다른 경우는 그 차를 타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닌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업체와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리는 인기가 많은 신차들은 빠르게 계약을 진행하여 출고 물량을 확보해 둔 뒤 리스나 렌트, 또는 매물로 처리하는 것이다. 한때 팰리세이드는 중고차 가격이 신차가격보다 더 높게 판매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었다. GV80 역시 출고가 이제 막 이루어진 무주행 신차들이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완판하였다는 트래버스
실제 판매량은 이랬다
쉐보레의 경우엔 올해 출고 가능한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며 완판 기사를 띄웠지만 실제 판매량을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단순히 완판되었다는 기사 하나로 트래버스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작년 10월 출시 이후 올해 1월까지 판매된 대수를 살펴보면 모두 다 합쳐도 1,000대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가 월 몇천 대씩 쏟아내고 있는 출고량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입장에선 어쨌든 국내에 배정된 물량이 이 정도였던 것이고 따지고 보자면 그 물량을 모두 판매한 것이니 완판을 한 것이 잘못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판매량과는 별개로 실제 고객 인도는 출시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으니 어쩌면 도로에 안 보이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사진=남자들의 자동차 ‘조우진’님)

일반적으론 신차 출시 후
최소 6개월 정도는 지나야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가 안정적인 생산량을 매월 꾸준히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시엔 평균적으로 차종별 월 2천 대 수준의 출고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 신차 출시 후 최소 6개월 정도는 지나야 1만 대가 조금 넘는 수준의 물량이 풀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되어야 도로에서 그나마 자주 볼 수 있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사전계약 역대급이라면서 왜 도로에선 한 대도 안 보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계약은 많았지만 아직 출고가 제대로 다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다만 쉐보레 트래버스처럼 완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할당된 판매량 자체가 적은 경우에는 시간이 꽤 오래 흘러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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