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수입 자동차 업계는 불황을 모른 채 질주하고 있다. 한국수입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차 판매는 16만 9,908대로 전년 대비 15.7% 성장한 모습이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수입차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올해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 판매 대수는 2만 7,212대로 전체 수입차의 16.01%를 차지했다. 판매된 수입차 6대 중 1대가 1억 원 이상의 차량인 셈으로 볼 수 있다.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 모델 판매 비중은 지난 2016년 8.72%에 불과했으나, 2017년 10.22%, 2018년 10.09%, 2019년 11.84%, 2020년 16.01%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불과 4년 새 비중이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 플러스에서는 수입차의 판매량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인턴

1. 법인차로
고가의 수입차를 등록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모델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테슬라 모델3, 폭스바겐 티구안, 아우디 A6, BMW 3시리즈, 벤츠 GLC·S클래스·A클래스·C클래스 순이다. S클래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1억 원을 넘지 않는 차량이다.

하지만 법인용 판매를 살펴보면 1억 원 이상 고가 차량들을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법인용 판매의 경우, S클래스가 3,529대로 2위를 차지했고 이어 CLS가 2,173대로 6위를 기록했으며 포르쉐 카이엔이 1,664대로 8위를, GLE가 1,636대로 9위를 기록했다.

고가 수입차들이 법인차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법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업무용 승용차는 업무용으로 사용한 비중만큼 지출 처리해 해당 비용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일부 회사 사주들은 이 점을 악용해 법인 명의로 1대당 수억 원이 넘는 고가의 슈퍼카를 구매해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필수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정작 법인차 등록 분야는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다”라며, “선진국처럼 법인차는 출퇴근용을 금지시키고 업무용으로 제한해야 하며, 차종도 일반 대중차로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2. 리스
할부의 늪
고가 수입차는 대부분 리스 형태로 구매한다. 자동차 리스는 차량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소비자는 필요한 만큼 차량을 이용하고, 차량을 이용한 만큼만 비용은 지불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의 공유형 차량 이용 방법이다. 독일 3사의 경우 자체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자사 차량 구매 시 금융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쉐어링 서비스와 달리 자동차 리스는 계약한 기간 동안 소비자 본인 또는 자동차보험 대상자만 이용하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자동차 리스의 경우 최소 2년에서 최장 5년까지 이용 가능하며,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타던 차량을 인수하거나 반납 혹은 재계약을 할 수 있다.

좋게만 보이는 자동차 리스에도 장단점은 있다. 먼저 장점을 살펴보자. 리스 차량은 ‘하, 허, 호’ 번호판이 아닌 일반 번호판으로 등록하기 때문에 품위유지가 가능하고 연간 최대 1천만 원까지 비용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가들이 비용처리 목적으로 리스를 많이 선택한다. 또한, 인수와 반납 선택이 가능한 것은 몇 년 주기로 차량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에게 특기할 만한 장점으로 적용된다.

단점으로는 주행거리의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차량은 무제한 주행이 불가능하다. 만약 만기 시에 차량을 인수한다면 주행거리의 제한이 크게 단점은 아니지만, 만기 시 반납을 원하면 단점으로 작용된다. 주행거리는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연간 최대 30,000km로, 그 이상을 초과하면 페널티가 붙는다.

최근에는 초기 부담이 낮은 원금 유예 할부 방식이 인기이다.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은 차 값의 20~35%가량을 선납한 뒤, 6~10% 이자만 납부하다가 할부 기간이 끝나면 남은 원금을 한 번에 내는 방식이다.

이는 할부 기간에는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나, 기간이 끝나면 다시 목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잔액을 내지 못한다면 결국 차를 팔아 부족한 금액을 메울 수밖에 없게 된다.

3. 개별 소비세 감면,
인하 폭을 축소해도 혜택 수여
최근에는 정부마저 고가 수입차를 권장하는 듯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7월 이후 개별소비세 인하 폭을 축소(70%→30%) 하는 대신 감면 한도(100만 원)를 없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출고가 6,700만 원 이상의 고가 차량의 경우에는 개별 소비세 인하 폭이 줄어들었음에도 오히려 혜택을 더 누리게 됐다.

일반적으로 판매 가격은 공장도가에 개소세, 교육세 그리고 부가세 등을 더한 가격이다. 가령 1억 원 상당의 차의 개소세는 5% 기준으론 500만 원이고, 70% 인하된 개소세율(1.5%)을 적용하면 150만 원이다. 이전에는 500만 원에서 할인 한도인 100만 원만 줄어든 400만 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는 개소세율 인하폭이 30%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개소세율이 3.5%로 올라간다. 따라서 이 차의 개소세는 350만 원이 된다. 이처럼 100만 원 한도가 없어지면, 개소세는 올라가지만 구매자가 내는 세금은 400만 원에서 오히려 50만 원 적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이유는 많을 것이다. 특히 오늘날, 사람들은 흔히 자동차를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한다. 이 이유 역시 고가 차 판매량 급등의 기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입차의 판매량에 비해, 후속 대처를 위한 서비스 센터의 비중은 턱 없이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4만 1,952대로, 전년 대비 15.8%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추가된 신규 서비스 센터는 9개에 불과했다.

덕분에 수리 기간은 더 길어졌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수입차 평균 수리 기간은 10일로, 1년 전(8.9일)보다 1.1일 늘었다 국산차(6.2일)와 비교하면 3.8일이나 더 걸리는 것이다. 물론, 수입차 브랜드들은 늘어나는 판매량에 맞춰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그리고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속도를 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오토포스트 이슈 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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