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저급한 짝퉁차를 만들던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마티즈를 쏙 빼닮은 체리와 싼타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치성을 두고 “태어날 때부터 양심이 없는 디자이너가 차를 만들면 저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10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엔 현대기아차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나 BMW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제조사도 등장해 더 이상 중국차라고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시가총액으론 이미 정상 반열에 올라선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현대기아차부터
BMW, 벤츠까지
중국 짝퉁차 논란
꽤 오랜 기간 동안 중국차라는 단어를 접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짝퉁”이었다. 어느 정도 디자인을 참고한 수준이 아닌 노골적인 카피에 가까웠던 중국차 디자인은 현대기아차부터 BMW, 벤츠, 더 나아가선 포르쉐나 페라리 디자인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듯한 자동차들이 즐비했다.

국내에선 싼타페를 그대로 닮은 중국차, 마티즈와 부품까지 호환되는 짝퉁차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중국 최초의 하드톱 컨버터블 스포츠카인 BYD S8은 메르세데스 벤츠 SL 클래스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누가 봐도 미니쿠퍼 디자인을 어설프게 베낀 저 자동차는 중국 리판이 제조한 330이다. 당시 미국 NCAP 안전도 평가에서 0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짝퉁차로 불리기도 했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중국차의
독창성 논란은 지속되는 중
그렇게 줄곧 짝퉁차 논란에 시달렸던 중국차도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인수하더니 이제는 독자적인 디자인을 가진 럭셔리카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타 브랜드를 인식하고 디자인을 카피한듯한 느낌을 주는 자동차들이 즐비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차라는 타이틀 때문에 완성도를 크게 기대할 수 없지만, 겉보기엔 꽤나 그럴싸한 자동차들도 많다. 특히 홍치 H9은 2열 독립식 시트를 갖추고 호화로운 편의 장비로 무장했으며 자율 주행 레벨 2 수준을 구현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중국의 롤스로이스”로 불리기도 한다.

매년 수십 대씩 공개되는
중국 제조사가 만든 다양한 전기차들
최근엔 중국차의 위상이 점점 변하고 있다. 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더 이상 내연기관을 주름잡던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고가 아닌 세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전기차 사업에 착수한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매년 모터쇼를 통해 수십 대의 순수 전기차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양산 가능성이 희박한 콘셉트카에 불과하지만, 중국 내 입지가 강력한 제조사들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전기 콘셉트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일부 제조사는 아직 대한민국 제조사들이 만들어내지 못한 전기 슈퍼카 콘셉트카를 출시하기도 했다.

수준급 성능과 상품성에
가성비까지 갖춘
중국차가 늘어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중국 전기차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수준급 성능과 상품성에 봐줄 만한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다. 가성비 좋은 중국차들이 늘어나다 보니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입지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간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가성비가 좋았으나, 이제는 그 영역을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가 좋은 중국차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브랜드가 된 것이다. 중국차 제조사들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도 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제조사까지 등장했다
다양한 중국산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이미 현지에선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제조사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니오’를 언급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의 완성 전기차 제조 기업이다. 레노버, 바이두, 텐센트 등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조달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마음껏 신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지만 비슷한 성능, 나름 괜찮은 디자인과 인테리어 등 “가성비 좋은 테슬라”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떨어지는 브랜드 가치와 중국차라는 타이틀의 숙제만 해결한다면 더 나은 성장가도를 달릴 전망이다.

시가총액 927억 달러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마저 제친
전기차 전문 제조사 BYD의 저력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 회사라고 할 수 있는 BYD는 시가총액으로만 보면 이미 현대기아차는 물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까지 제쳤다. 최근 비주얼 캐피탈리스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자동차 제조사 순위 10위권에 BYD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1년 현재 자동차 업계의 시가총액 1위는 압도적인 금액을 자랑하는 테슬라다. 무려 7,958억 달러로 2위인 토요타 시가총액의 4배를 뛰어넘는다. 3위 폭스바겐은 967억 달러, 현대차는 468억 달러로 시가총액 기준 1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BYD는 시가총액 927억 달러를 기록하며 10위권에 안착했다. 이는 728억 달러를 기록한 다임러, 542억을 기록한 BMW 시가총액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기아차를 추격하는
리오토, 샤오펑도 주목해야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은 리오토, 샤오펑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의 두 자동차 제조사는 모두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는데, 리오토는 시가총액 339억 달러, 샤오펑은 295억 달러를 기록했다. 468억 달러를 기록한 현대차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기준 테슬라 주가가 4.7% 하락하는 동안 샤오펑은 109%, 니오는 110%, 리오토는 79.4%가 증가해 주목받기도 했다. 투자은행인 JP 모건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아 앞으로가 더욱 주목된다.

시가총액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인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시가총액은 여러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급격한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인 만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이미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음과 동시에,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전기차 개발에 한창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여 다양한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며, 다른 제조사들 역시 전기차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35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중국 정부는 전기차 관련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중국 전기차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은 유럽과 중국 두 곳인데 중국 정부는 국가가 주도하여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피력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선 유럽 차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미래 자동차 시장에선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이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당장 중국 정부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적극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제 막 규모를 키워가는
시장인 만큼 국내 브랜드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시작 단계다. 내연기관으로 시장을 주름잡던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과 출발점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기차 시장에서만큼은 아직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한 매체는 “내연기관 차 경쟁에서는 중국이 뒤처졌지만 전기차를 통해 중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리더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성장 속도가 어마 무시한 수준이라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긴장의 끝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급한 짝퉁차만 만들던 그때 그 시절 중국차가 아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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