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유머는 자고로 짧고 굵게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듣는 순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필요한 유머는 실패한 유머라는 말이 통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파격적인 그릴 디자인으로 논란에 휩싸인 BMW의 상황이 유머를 해명하는 상황과 비슷한 듯하다.

최근 콘셉트카를 넘어 양산형 차량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한 버티컬 그릴이 논란에 휩싸이자, 디자이너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디자인을 총괄한 디자이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뮤니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고 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BMW의 새로운 버티컬 그릴과 임승모 디자이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
버티컬 그릴이
세계적인 화제 거리가 되었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여, BMW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9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자체 전기차 라인의 플래그십 위치를 차지할 모델 iX의 변화된 디자인이 작년 하반기에 공개되었다. 그런데, 차량을 접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BMW 디자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었던 키드니 그릴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기존 수평적으로 뻗었던 그릴 디자인과 달리 수직으로 확장된 그릴은 “버티컬 그릴”이라 불리며 빠른 속도로 알려졌다. 뒤이어 공개된 4시리즈에도 동일한 그릴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BMW의 디자인 방향성이 변화할 것이란 추측을 보이고 있다.

버티컬 그릴은
창사 100주년 기념
콘셉트카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버티컬 그릴 디자인의 시작은 BMW 창사 100주년 기념 콘셉트카 Vision NEXT 100에서 처음 등장했다. Vision NEXT 100은 신소재를 이용한 차체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첨단 기술을 통해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나타냈다.

이를 시작으로 Vision iNEXT, 4시리즈 콘셉트카, i시리즈의 그란 쿠페 i4 콘셉트카까지 잇달아 버티컬 그릴이 적용된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사람들은 미래형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일부러 실험적인 디자인을 사용한 것일 뿐, 양산형 자동차의 디자인은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였다.

(사진=memedroid)

그런데, 버티컬 그릴을
디자인 한 사람이
다름 아닌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iX와 신형 4시리즈를 통해 양산형 차량에도 실제로 버티컬 그릴 디자인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차량이 공개되면서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키드니 그릴을 기반으로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감성을 전달했던 기존 BMW의 느낌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변화된 디자인에 대해 “돼지코, 뉴트리아, 토끼 이빨”등을 비유하며 조롱 섞인 반응을 보냈다. 물론 디자인이라는 영역에 정답이 없고, 아직 정확한 시장 반응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벌써부터 버티컬 그릴 디자인을 실패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확실히 부정적인 듯하다. 조롱 섞인 합성 사진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M251i 레이싱, M5 등
디자인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임승모 디자이너
그런데 전 세계 BMW 팬들을 경악하게 한 디자인이 한국인의 손에서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버티컬 그릴을 탄생시킨 BMW의 한국인 디자이너, 임승모씨의 이야기이다. 임승모씨는 홍익대학교 산업 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6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치며 2010년부터 BMW와의 인연을 쌓아왔다. 이후 “M235i 레이싱”과 “M5”같은 고성능 M 시리즈의 디자인을 담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i시리즈를 필두로 한 버티컬 그릴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사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뛰어난 디자인을 만들어낸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많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센터장이자 전무, 이상엽 디자이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쉐보레 콜벳 6세대, 콜벳 스팅레이 콘셉트카 등의 차를 디자인하며 세계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우리에겐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잘 알려진 카마로 5세대도 이상엽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했다.

벤틀리 최초의 SUV, 벤테이가도 이상엽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런가 하면, 쉐보레 이화섭 디자이너는 2세대 콜벳을 오마주한 과감한 디자인의 7세대 콜벳을 선보이기도 했다. 벤츠에서도 한국인 디자이너의 활약은 이어졌다. 이일환 디자이너에 의해 2세대 CLS가 탄생했으며, 벤츠 패밀리룩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버티컬 그릴은 왜 이렇게 논란이 많은 것일까?

“익숙함을 탈피한 신선함”
버티컬 그릴에 대한
임승모 디자이너의 해명
이에 대해 신형 4세대를 포함, 버티컬 그릴의 디자인을 탄생시킨 임승모 디자이너기 직접 해명에 나섰다. 먼저 “NEXT 100”에선 이전까지와 다른 미래형 자동차를 나타내기 위해 버티컬 그릴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라 설명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냉각 기능을 수행하던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을 포괄함을 나타내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순수 전기차가 아님에도 버티컬 그릴 디자인을 적용한 신형 4시리즈에 대해선, 4시리즈만의 차별점을 위함이라 설명했다. 버티컬 그릴을 통해 3시리즈를 연상케 했던 과거의 이미지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수평형 그릴에 대한 익숙함을 비틀어 신선함을 전달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더불어 디자인 논란에 대해선 “익숙한 디자인에 안주하는 것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혁신 VS 실패”
상충되는 네티즌 반응
한편, 버티컬 그릴에 대한 임승모 디자이너의 해명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익숙함을 탈피하기 위해 혁신을 시도했다는 점에 대해선 “창의와 모험 없인 비전도 혁신도 없다”, “익숙함에 안주하면 그 시대에 머무르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반면, “혁신도 디자인이 좋을 때나 가능한 말”, “모험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걸까?”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상당했다. 버티컬 그릴의 디자이너가 한국인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자랑스럽다”라는 반응과 “실망스러운 디자인이 한국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니…”같은 반응이 상충되기도 했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실패한 디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설명이 필요한 디자인은 이미 실패한 디자인”이라는 네티즌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버티컬 그릴에 대한 논란을 해명하고 나선 임승모 디자이너에 대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설명이 필요한 디자인이라고 해서 실패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20세기 예술 사조를 지배했던 아방가르드 전위예술은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세계로 한때 반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며, 현대 미술이라는 장르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과연 임승모 디자이너의 버티컬 그릴도 BMW의 새로운 100년을 책임질 디자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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