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전환은 언제나 혁신을 통해 이뤄지지만, 혁신은 반드시 위험을 수반한다. 누구나 혁신을 바라면서도 이를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많은 위험에도 전기차 시대의 시작을 알린 테슬라는 혁신을 보기 좋게 이뤄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테슬라는 잦은 결함 소식에도 압도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벤츠, BMW, 포르쉐 등 쟁쟁한 전통 강호들이 테슬라를 겨냥해 전기차를 출시했을 때에도 테슬라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한 브랜드 때문에 테슬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테슬라 주가가 순식간에 떨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애플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자동차 시장에
혁신을 일으킨 테슬라는
자동차계의 애플로 불린다
밀레니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04년, 자율 주행과 미래형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있었다. 바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문을 연 테슬라이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성능이나 가격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세간의 인식을 깨고 보기 좋게 혁신을 이뤄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양산형 자동차를 최초로 생산해낸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알렸던 테슬라는 이런 면모 때문에 자동차 시장의 애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유튜브 ‘Gustavo Henrique Ruffo’)

하지만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결함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만 보였던 테슬라에게도 단 하나의 약점이 있다. 꾸준히 제기되는 결함 이슈이다. 단차 불량, 도장 불량부터 소프트웨어 오류 같은 사소한 결함은 예사로 발생하며, 해외에선 주행 중 리어 범퍼가 떨어지거나 지붕이 날아가는 심각한 결함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비스 센터의 개수가 턱없이 부족하며, 부품 수급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차량이 몇 개월 동안 서비스 센터에 방치되는 일도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주들 사이에선 “단차나 조립 불량이 있어야 진짜 테슬라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용산소방서)

최근 국내에선
화재 사건이 발생하며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국내에선 테슬라 차주들을 경악하게 만든 끔찍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난 12월 9일,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 X의 충돌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차량 충돌로 인해 시스템 전력이 차단되면서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델 X는 위로 개폐되는 팔콘 윙 도어 방식을 사용한 차량이다. 게다가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손잡이도 나오지 않는다. 모델 X의 도어 형식이 일반적인 차량과 다른 탓에 차량의 문을 여는 데 차질이 생겼고, 구조가 지연되었다. 결국 차주가 사망하자, 일각에서는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해 사망한 것 아니냐?”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참변이 국내 법안의 빈틈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내 자동차 안전 규정에 따르면, 충돌 시 모든 승객이 공구 사용 없이 탈출할 수 있도록 열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리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연간 5만 대 이하 판매된 차량은 미국 안전 기준만 지켜도 된다는 한미 FTA 조항으로 인해 준수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실수’마저 ‘혁신을 위한 도전’이라며 포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자동차는 생명과도 직결되는 기계장치인데 안전을 결여시켰다”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진=Topspeed)

애플은 2024년까지
자체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를 휘청이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시각으로 21일, 애플 자율 주행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뛰어난 배터리 성능과 자율 주행 기술을 적용한 자체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해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를 위해 2016년에는 포르쉐의 자율 주행 관련 엔지니어인 알렉산더 히칭거를 영입했으며, 2018년에는 테슬라 신차 개발 담당자 더그 필드를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애플은 전기차 기술의 기반을 닦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실질적인 자동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한편, 애플의 전기차 시장 출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발 방식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 100% 외부 업체를 통해 제작되고 있는 스마트폰처럼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 연계할지,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할지, 그렇다면 어떤 부품사를 선택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Freelancer,Ali cam)

새로운 배터리 설계를 통해
다시 한번 혁신을
일으킬 예정이다
자동차에서 안전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행 성능과 연비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주행 가능 거리와 배터리 용량, 충전 속도일 것이다. 현재 전기차의 유일하지만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정확히 포착한 애플은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을 도입하여 혁신적인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파우치와 모듈을 장착하고 있는 테슬라의 배터리 방식과 달리, 이를 제거한 모노셀 디자인을 적용하여 성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진=Motor1.com, jalopnik)

더불어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화재 가능성이 낮은 리튬 인산철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혁신적인 배터리 개발을 통해, 아이폰이 처음 시장에 공개되었을 때의 충격을 전기차 시장에서 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자율 주행을 위한 기술력도 확보된 상황이다. 올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 12 등에 장착된 라이더 센서와 동일한 센서를 차량에 부착함으로써 자율 주행 성능을 향상시킨 것이다. 최신 기술력이 대거 탑재된 애플 전기차의 예상 출시 시기는 2024년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이 지연되면서 생산 시기가 1~2년 정도 늦춰질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진=AFP)

일론 머스크는 과거에 이미
애플의 전기차 대해
자신감을 밝혔었다
지난 2016년, 일론 머스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전기차 개발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동시에 “애플은 전기차 업계를 키워주겠지만 최고의 전기차는 테슬라에서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론 머스크의 호언장담과 달리, 애플의 전기차 사업 진출에 따라 테슬라의 고공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현지시각으로 21일,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는 소식을 발표함과 동시에 테슬라의 주가가 전일 대비 6.5%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애플의 주가는 전일 대비 1.24% 상승했다. 그동안 포르쉐부터 루시드 에어까지 테슬라에게 도전한 기업은 많았다. 그럼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테슬라의 주식이 IT 기업인 애플 때문에 요동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테슬라는 독보적인 위치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결함을 포장해왔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갖는 입지와 연관이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동차를 소개할 때, “자동차라기보단 바퀴를 장착한 세련된 컴퓨터”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기존 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최첨단 기술을 대거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IT 기기를 연상케 하는 기술력은 테슬라가 자동차계의 애플로 불릴 수 있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테슬라의 독보적인 위상이 흔들리게 되었다. 그동안 테슬라는 많은 결함 소식에도 너그러웠다. 이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더 이상 테슬라는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애플의 전기차 진출을 통해
선의의 경쟁이 시작되길…
전문가들은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전망만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테슬라에게 도전장을 내민 제조사들 중, 아직까지 테슬라의 입지를 따라잡은 제조사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테슬라도 안정권에 오르기까지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애플의 전기차 소식에 테슬라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건, 그동안의 행보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경쟁 없는 시장엔 발전이 없다. 그 자명한 논리를 우리는 경험을 통해 체득해왔다. 따라서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테슬라의 애프터서비스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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