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LM002 픽업트럭
5.2리터 12기통 엔진 탑재했다
사상 최초의 슈퍼 SUV 이기도

람보르기니의 이름을 들으면 보통은 낮고 넓은 초저공 슈퍼카가 떠오르지만, 이 브랜드 역사상 단 하나의 ‘픽업트럭’ 모델이 존재한다. 바로 LM002다. 1986년부터 1992년까지 단 300대만 생산된 이 괴물은 5.2리터 V12 엔진을 품은 오프로더이자, 오늘날의 슈퍼 SUV 계보에 가장 처음 등장한 이단아였다.
LM002는 수직에 가까운 전면부, 캐터필러 장비에서 따온 공기 흡입구, 그리고 트렁크 대신 덮인 적색 카펫 위의 스페어타이어까지, 람보르기니의 감성과 광기, 그리고 시대를 앞선 기획이 그대로 녹아든 상징적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당대 소비자들에게는 너무 일찍 태어난 괴물이었다.

V12 엔진 단 픽업트럭
실용성 그 너머의 작품
LM002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그 심장에 있다. 쿤타치에서 그대로 가져온 5.2리터 V12 엔진을 얹어 최고속도 229km/h를 목표로 설계됐다. 다만, 저급 연료 사용과 오프로드 성능 확보를 위한 흡기·배기 조정으로 인해 출력은 쿤타치보다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LM002는 1980년대 중반 SUV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 연료공급은 6개의 웨버 기화기, 그리고 공기 정화 시스템은 군용 토목 장비에서 가져온 사이클론 흡입 필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든 구성이 단순히 오프로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람보르기니다운 ‘과장된 실용성’을 추구한 결과물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내부는 전동 윈도우와 작동 불가능한 에어컨, 6인승 구성의 독특한 좌석 배치까지 모든 것이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특히 뒷좌석 일부는 마주 보게 설계되어, 밀리터리적인 감성이 물씬 풍겨오는 것이 특징적이다.

람보르기니의 선구안
역사상 최초의 슈퍼 SUV
밀리터리에서 차용한 디테일 탓인지, 람보르기니가 LM002를 ‘군용 프로젝트’로 개발했다는 소문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실제로는 미국 정부나 국방부가 구매를 꺼릴 만큼 지나치게 호화롭고 비현실적인 사양이었다. 야전 무전기를 연결하기 위한 전기 소켓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진짜 군수품으로 쓰였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오히려 당시엔 페라리조차 SUV에 관심이 없던 시절, 람보르기니가 고성능 사륜구동 유틸리티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품화했다는 점에서 이 차는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슈퍼 SUV’로 평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의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애스턴마틴 DBX 모두 그 뿌리를 이 차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생산 단가와 유지 비용, 그리고 지나치게 이국적인 콘셉트는 당시 소비자들에게 LM002를 부담스러운 선택지로 만들었다. 플로리다의 한 고객은 심지어 LM002를 구매해야만 쿤타치 25주년 에디션을 살 수 있었다고 하니, 브랜드 내부에서도 재고 처리가 고민이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LM002는 람보르기니의 역사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가장 순수한 ‘정신’이 깃든 모델로 회자된다. 그리고 그 광기 어린 12기통 사륜구동 픽업트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로 남아 있다. ‘지상 최강의 픽업트럭’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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