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클래식 SUV
전기차로 재탄생했다
올드카 마니아층 저격했다

한눈에 봐도 196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간직한 랜드로버가 있다. 그러나 이 SUV 모델은 디젤도 가솔린도 아닌, 순수 전기로 움직인다. 영국의 전동화 전문업체 ‘인버티드’는 고전적인 랜드로버 시리즈 1, 2, 3 모델을 현대 기술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엔진은 사라졌지만,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된 모습이다.
오히려 내부는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전면 교체되며, 주행 성능은 최신 전기 SUV 차량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가속 성능과 응답성, 정숙함까지 갖춰 실사용 면에서는 오히려 더 실용적일 수 있다. 과거의 외형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기술을 내재한 이 차량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이동형 타임머신이라 불릴 만하다. 클래식카의 감성과 전기차의 효율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사례다.


오리지널 감성에
기능은 전기차 수준
인버티드가 개조한 이 랜드로버는 겉모습만 보면 여전히 시리즈 시절 그대로다. 하지만 보닛 아래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내연기관 엔진은 사라지고, 대신 62kWh 용량의 배터리가 차량 전후에 나눠 탑재된다. 이 구조는 무게 균형을 최적화하며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160마력의 출력과 무려 900Nm의 토크를 전기 모터로 전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8초면 충분하다.
놀라운 건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랜드로버 고유의 사륜구동 시스템과 트랜스퍼 박스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고·저단 기어를 모두 활용할 수 있고, 잠금식 디퍼렌셜도 적용돼 험로 주행도 문제없다. 말 그대로 클래식 오프로더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반응성을 더한 셈이다.
충전 시스템 역시 최신 사양이 적용된다. 6.6kW AC 완속 충전은 물론, 60kW급 DC 급속 충전도 지원해 20~80%까지 충전하는 데 38분이면 충분하다. 주행거리는 약 193km로 짧은 편이지만, 이 차를 일상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이는 드물다. 도심 주행이나 주말 교외 드라이브에는 충분한 거리이며, 주행 모드도 에코, 트래픽, 오프로드로 구분돼 상황에 따라 맞춤 주행이 가능하다.

2억에 달하는 가격
구매자 여전히 몰려
이 전기 랜드로버의 기본 가격은 15만 파운드, 한화로 약 2억 원에 달한다. 차량 가격에는 기증 차량 비용이 포함돼 있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큰 금액이다. 하지만 클래식카 수집가나 올드카 마니아들에게 이 차는 그저 레트로 복각 품이 아니다. 직접 시동을 걸고 초크를 당겨야 하던 불편함, 매연 냄새를 감수해야 했던 비효율성 대신, 고요하고 직관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버티드의 창립자 해리 밀링턴은 “클래식 랜드로버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지만, 요즘 소비자 모두가 아침마다 시동 고생을 하거나 배기가스를 맡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라며 “전기화된 시리즈는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훨씬 더 실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감성, 그리고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이 차량은 수십 년 전 랜드로버의 유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오늘날의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패러다임에 맞게 조율된 결과물이다. 내연기관 올드카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전동화 복각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과 정체성, 환경과 감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싶은 이들에게 이 랜드로버는 분명 특별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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