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속도 빨라졌다더니’.. 차주들 ‘불만 폭발해 버린 이유’, 알고 보니..

5분 완충 전기차 충전소
하지만 대기 더 길어질 수 있다
과밀 혼잡, 사고 가능성 야기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 출처 = ‘클리앙’

전기차의 진입 장벽이자 큰 단점 중 하나는 여전히 충전 시간이다. 충전소 인프라가 늘어났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급속 충전기의 보급은 한계가 있어, 주로 완속 충전기가 많은 특징은 내연기관의 편의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고속 충전 전문기업 그래비티가 전기차 충전의 판을 흔들 만한 계획을 발표했다.

LA 일대에 5분 만에 완충할 수 있는 초고속 충전소 8곳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최고 500kW 속도의 이 충전기는 테슬라 슈퍼차저보다 두 배 빠른 수준이다. 그러나 기대와 동시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정된 초고속 충전기 탓에, 차주들이 모두 그쪽으로 몰린다면 오히려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고 혼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혼잡한 환경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도 어불성설은 아닐 것으로 점쳐진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 출처 = ‘그래비티’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 출처 = ‘클리앙’

800V 시스템이라면 가능
차량 대비 충전소는 글쎄

그래비티는 브렌트우드, 롱비치, 헌팅턴비치, 이스트 파사데나 등 LA 광역권 8곳에 50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충전기는 상술한 바와 같이 5분 만에 전기차를 완충할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르며, 800V 고전압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라면 제조사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 역시 포함된다는 말이다.

각 충전소에는 12기의 충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며, 올해 안으로 첫 시설이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입장으로선 기존보다 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어, 주유소처럼 빠르게 차량을 충전하고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할 것이다. 특히 LA처럼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이러한 초고속 충전소 도입이 장거리 주행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른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신용 보고서 기업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LA 카운티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18만 3천여 대에 달한다. 반면 그래비티가 계획 중인 충전소의 충전기는 총 96기로, 단순 계산만 해도 차량 대비 충전기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 출처 = ‘클리앙’

도리어 길어진 대기 우려
제대로 된 전기차 인프라는?

충전 속도는 해결됐지만 충전 대기 시간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이용자들이 특정 시간대와 충전기에 몰리게 되면, 기존 완속 충전소보다 더 긴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전기 성능은 높아졌지만, 설치 수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체감 효율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현장 관리 시스템의 부재다. 그래비티 측은 별도의 현장 인력을 배치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충전소 혼잡 상황이나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소에서 물리적으로 대기하거나, 충전기 점유 문제로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보다 안정적인 사용 환경이다. 충전 인프라는 기술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별 수요 예측, 사용자 흐름 분석, 시설 운영 관리까지 종합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진정한 의미의 충전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인프라는 아직 허들이 많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것이 선행되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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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어진 기자 Parkej@autopost.com